월간참여사회 2011년 02월 2011-02-01   1071

참여연대는 지금-“인간을 이롭게 하기 전에 인간을 바라보는 ‘홍익’이길”

인간을 이롭게 하기 전에
인간을 바라보는 ‘홍익’이길”

 

 

최휘 참여연대 7기 인턴

 

날선 바람에 살을 에는 듯한 추위였다. 지난 1월 18일 ‘청소노동자의 근무환경 개선과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좌담회’에 다녀왔다. 그러나 좌담회 2시간 참여한 것만으로는 이른바 ‘홍대 미화원 사건’을 바로 보는 데 한계가 있어 직접 홍익대 농성장에 가보기로 했다.

  추위를 좀 이겨보려 종종걸음으로 걷다 나중엔 거의 뛰다시피 해 홍익대 정문에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이 일하실 때 입는 상의였다. 헤지고 낡은 옷은 얼마나 오랫동안, 고된 일을 해 오셨는지를 짐작케 했다. 왼쪽 가슴에 달려있는 빨강 카네이션을 보니 가슴 한 켠이 먹먹하다. 그 오른편 ‘홍문관’에 붙어있는 천사 모습의 조형물은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그렇게 한참을 그 앞에 서있다 농성을 벌이고 있다는 홍대 본관 ‘문헌관’으로 향했다.

  본관으로 향하는 양 쪽 길목에는 타 대학 학생들이 지지하는 마음으로 보내온 현수막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조심스레 본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얇은 담요 몇 장을 깔아두고 그 위에 노조 분들과 학생 몇 명이 모여 앉아 있었다. 추위를 녹여보려 따뜻한 차가 담긴 종이컵을 만지작거렸지만 역부족이었다. 홍대 본관 점거 25일째(1월 27일 기준), 고용승계와 생활임금을 요구하며 차디찬 바닥에서 농성을 벌이시는 분들의 건강이 염려되었다. 이숙희 홍익대 비정규직 노동조합 분회장을 만나 자세하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하루 7시간 이상씩 월급 75만 원과 일일 점심값 300원을 받으며 주 50시간을 일해 온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자 노조를 결성하자 1월 2일, 홍익대학교는 전원해고 통보를 해왔다. 최소한의 생존권을 요구하려는 노조의 움직임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비록 청소일이지만 서울 내 대학교에서 일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길게는 10년을 쓸고 닦아 온 일터였다.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임금과 휴식 공간 하나 변변치 못한 열악한 근무환경, 잠시 병원에 다녀올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비인간적 처우에도 4~50대의 나이로는 다른 일자리를 얻을 수가 없다. 홍익대 측은 노조인정과 고용승계를 원하는 이들을 외부세력이라 칭하며 이숙희 분회장을 비롯해 노조 간부 6명을 감금,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 이름을 달고 학생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줄지 궁금하다.

“아주머니들이 흘리시는 눈물, 저희들이 닦아드릴게요”

본관 사무실 한 편에서는 아주머니 몇 분이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계셨다. 지나가던 아주머니 한 분이 점심을 먹고 가라며 손짓을 하신다. 따끈한 콩나물 국밥이었다.

  설 연휴에도 나오실 건지 여쭈니 사실 이렇게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게 될 줄은 몰랐다며 어서 학교 측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잘 해결이 돼서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 하신다. 모자란 김치를 더 갖다 주시는 아주머니의 움직임을 따라가 보니 연세대 학생회에서 보내온 대형 밥솥이 눈에 띈다. 그러고보니 본관 입구에는 타 학교 학생회 뿐 아니라 시민들이 보내온 갖가지 물품들이 박스째 쌓여 있었다. 홍익대 측은 소란스러운 일도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라면 일찌감치 접는 편이 좋겠다.

  아주머니들은 식사하는 시간만이라도 속 좋게 웃고 싶으셨나 보다.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올해 3월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는 막내딸 자랑을 하신다. 마지막에는 대학 등록금을 걱정하시며 깊은 한숨을 내쉬셨다. 좁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먹는 것이 죄송스러워 서둘러 먹고 일어났다.

  홍익대학교는 묵묵부답 두 귀를 닫고 뒤돌아서 있다. 그리고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수많은 시민들과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학생들이 있다. 1월 26일에는 총학생회가 주체가 되어 홍익대 청소/시설/경비 노동자의 고용승계와 임금인상 및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홍익대 학생 69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사무처장실을 찾았으나 학교 측의 변화는 없다.

  문득 학생들이 끝까지 싸워 돕겠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았다. 법제도적인 부분이 뒷받침 되어야 노동자분들은 비로소 집으로 돌아가 몸을 녹이고 다시 일터로, 학교로 나오실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에 차디 찬 바닥위에서 담요 몇 장을 끌어안고 길고 긴 싸움을 해나가는 데에는 함께 목소리를 내주는 동지가 반드시 필요할 터. 일시적 관심이 아닌, 방학임에도 학교로 나와 촛불을 하나씩 들고 나란히 앉아 옆을 지켜주는 학생들은 노동자분들에게 분명히 큰 힘과 용기가 되어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제2 제3의 홍대 사건이 나오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기본 생존권을 위한 안전망과 비정규직에 대한 관심과 정책 개선이다.

  지난 1월 중순, 홍대 사무처장과 총학생회와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이 모인 좌담회가 있었다. 익명보도를 요청한 당시 좌담회에 참석한 학생의 말이다. “사무처장은 ‘학생들 덕분에 학교가 언론으로부터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감사히 생각한다’라고 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가장 먼저 나서야 할 학교가 힘없는 학생들을 총알받이로 내세워 그들 뒤에 숨어있는 것을 스스로 이야기한 꼴이다.

  농성을 벌이고 있는 본관에 매일같이 찾아오면서도 아주머니들이 건네는 국 한 그릇을 한사코 사양하고 그대로 돌아온다는 총학생회장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맘 편히 국 한 술 뜨지 못하는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왜 고개만 떨군 채 앉아만 있다 돌아와야 한 것일까.

  홍익대 미화원 한 분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건 매서운 추위도, 험한 잠자리도 아닌 우리의 요구에 대꾸조차 없는 홍익대의 냉혹한 태도”라고 했다. 하루빨리 홍익대 측은 대화테이블로 나와 170명의 노동자들이 제 일터로,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적절한 협상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