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02월 2011-02-01   1179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MB, 대북제재에서 관계개선으로

MB, 대북제재에서 관계개선으로
    성찰과 진정성에 바탕으로 한 현실적 접근



서보혁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 연구교수

 

이명박(MB) 정부가 집권 3년을 넘기면서 시민들이 갖는 화두는 복지와 평화이다. 국민적 관심사로 이 두 주제가 형성된 데에 MB정부에 고마움(?)을 느껴야 할지도 모르지만 복지와 평화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절감하는데 든 시간과 비용이 너무 컸다.

역대 정권 중 가장 강경한 대북정책으로 일관

2008년 MB정부가 ‘실용주의’를 표방하며 취임했을 때 남한에서는 대북정책에 일정한 변화는 있겠지만 남북관계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였다. 필자가 2007년 가을 정부의 쌀지원 모니터링 요원으로 북에 갔을 때 북측 관계자들도 대통령 후보 중 기업인 출신 이명박 후보의 대북관이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하여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인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대선 때 구호로 쓴 ‘비핵·개방·3000’ 구상이 MB정부의 실제 대북정책 방향으로 제시되면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이 구상은 북핵문제 해결을 대북정책의 전면에 내걸면서 남북관계 전반을 북핵문제에 연계시켜버렸다. 이는 2005년 채택된 9·19 공동성명 이후 6자회담이 견지하고 있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벗어난 것이었다. 또 MB정부의 선(先)북핵 해결은 자타가 그 실패를 인정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접근을 재연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비핵·개방·3000’은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에서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비춰졌다. 10·4 ‘평화번영선언’에서 남북의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통일지향적 남북관계 발전을 상호보완적으로 인식하였다. 이를 위해 “남북관계를 상호존중과 신뢰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켜 나가기로” 하고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로 하는 한편, 경제협력사업과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추진해나가기로 하였다. 그 방안으로 남북 불가침의무 준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6자회담 합의 이행을 위한 공동노력 등 많은 내용들이 합의되었다. 그러나 집권한 이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대북정책 성과를 전면 부정하였다. ‘비핵·개방·3000’으로 나타난 MB정부의 대북정책은 국내정치적 변화가 남북관계의 연속성을 부인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단히 흥미로운 현상은 2008년 등장한 MB정부의 대북정책은 당시 임기 1년을 남겨놓은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흡사해 보인다는 점이다. MB정부와 부시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을 대화 상대가 아니라 붕괴시켜야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대화를 보상으로 간주하고 당근보다는 채찍을 선호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전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 부정(소위 Anything But Clinton, Anything But Rho)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부시정부는 임기 말 압박에서 대화로 대북정책을 전환시켜 6자회담을 진전시키면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해체시켰다. 당시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에는 노무현 정부의 미국 설득이 있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선거 유세 때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용의를 밝힌 바 있고, 집권 후 클린턴 국무장관은 북한의 핵폐기와 북미 수교를 함께 추진하는 ‘일괄타결’(package deal) 구상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러나 MB정부는 남북대화에 소극적이면서도 남북대화 우선론을 명분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신 대북정책을 견제하였다. 말하자면 과거 한국 정부(노무현)는 미국 정부(부시)의 대북 강경정책을 전환시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기한 반면, 현 한국 정부는 대북 압박정책을 펴면서 미국 정부의 신 대북정책을 불발시켰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분단 이후 역대 남한 정부는 다양한 명분과 목적에도 불구하고 집권 직후 전향적인 남북관계를 천명하며 남북대화를 시도하였다. 그런 점에서 통일부 폐지와 ‘비핵·개방·3000’ 등 일방주의와 압박을 기조로 대북정책을 출발한 MB정부는 특이한(!) 경우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한반도 평화 조성’과업 실패

MB정부 집권 3년 동안 남북관계에서 적어도 두 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그 하나는 남북 대화가 쉽사리 이루어지지 못하고 설령 이루어진다 해도 관계 발전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MB정부 들어 남북대화의 계기는 몇 차례 있었지만 일회성에 그치고 남북관계 발전으로 연결되지 못하였다. 2009년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과 뒤이어 고 김대중 대통령 조문차 서울에 온 북측 대표단의 이명박 대통령 예방이 있었지만 MB정부는 이를 당국 간 대화 재개의 추진력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또 2009년과 2010년 가을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각각 한 차례씩 열렸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2010년 2월 열린 개성공단과 금강산·개성관광 관련 2개의 실무회담도 결렬되었다.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의 가늠자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내세우고 있는데 비해 MB정부는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고 박왕자 씨 피격사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점에 대해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회장과의 면담에서 확약한 바 있지만 정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MB정부는 금강산, 개성 관광사업으로 북측이 벌어들이는 현금이 김정일 정권의 연장에 이용된다고 보고 있었다. 이산가족 상봉이 계속해서 성사되지 않는 것이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중단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보는 것이 무리일까.

  다른 하나의 패턴은 남북 간 대립과 불신이 가시지 않고 오히려 대결로, 심지어 물리적 충돌로 비화하는 현상이다. 고 박왕자 씨 피격 이후 남북 간에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것은 물론 교류와 대북 지원도 거의 중단되었다. 2010년 2월 개성공단 실무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개성공단 내 남측 자산동결과 근로자 억류 등 강경조치로 대응하며 남북 간 긴장을 의도적으로 고조시켜 나갔다. 한편, 2010년 천안함 사태가 일어나자 남한이 북의 소행으로 간주하고 유엔 안보리와 한미 동맹관계 등을 이용한 다각적인 대북제재는 경색되어온 남북관계를 최악의 상태로 몰아갔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그런 남북 대결 국면을 전쟁 직전의 상태로 끌어올려 놓았다.

  MB정부는 전임 노무현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병행 전략을 부정하고, 선 북핵 포기를 전제로 한 ‘비핵평화구조’ 수립을 내놓아 북과 마찰이 예상되었다. 실제 MB정부의 대북 압박정책과 북의 반발은 남북 간 대화 중단과 상호 비방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2010년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한반도 평화가 크게 위협받는 상황으로 떨어졌다.

  MB의 ‘비핵·개방·3000’과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북한의 핵개발 능력을 향상시킨 꼴이었다.

  2008년 후반 북한의 핵불능화 및 신고 조치에 대한 검증 방법을 둘러싼 북한과 남한, 미국 사이의 갈등은 지금까지 6자회담의 문을 닫아 놓았고, 그 사이 북한의 2차 핵실험,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개발 등 핵무장 능력은 높아갔다. 북한의 선 핵포기 이전에 어떠한 대화도 시도하지 않고 압박으로 일관한 접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지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을 대등한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불신을 조장하는 언동을 계속하고, 남북 간 기합의 사항을 전면 부정하고, 천안함 사태에 대하여 북의 소행임을 과학적으로 규명하지도 못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받지도 못한 가운데 대북제재를 추진하였고, 그 결과 북의 연평도 도발을 막지 못하였다. 이는 이 대통령이 취임 선서한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살 수 있다.

갈등 악화·강경정책으로 대북정책 주도권 약화

남북관계 악화로 북한 경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장기적으로 우리정부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세관 통계 따르면 2010년 11월까지의 북중 무역 규모는 이미 이전 해 무역액 26억 8,073만 달러를 넘어선 30억 5,655만 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북한의 대중의존도 심화 경향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그리고 남북관계의 경색 등 상황적 요인이 작용하여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경제협력기금 집행율은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노무현 정부 말년인 2007년 순수사업비의 82.2%를 기록하다 2008년 현 정부 출범 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18.1%로 급락하기 시작해 3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남북협력기금 지출액은 862억 5천만 원으로 순수사업비의 7.7%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북의 연평도 포격과 그에 대한 남의 군사대응은 한반도를 전쟁 일보 직전까지 몰아가면서 동북아시아에도 긴장을 고조시켰다. 여기에 제동을 건 것은 미국과 중국의 강대국간 합작이었다. 남북이 최악의 갈등까지 가는 대립을 벌인 반면, 이들 두 나라는 역내 안정과 평화의 중재자인 것처럼 행세하였다.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의 분단과 정전체제와 관련되어 있는 나라이다. MB정부가 한미동맹을 활용하여 북을 압박하고 심지어는 중국과 대립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킨 결과를 냉철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접근이 북핵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하였는가? 아니면, 적어도 MB정부가 의지대로 북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했는가· 지난 1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에 우려를 표명”하고 남북대화를 촉구하고 난 뒤 남북이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남북한 정권 담당자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연말연시 발언을 통해 남북대화와 6자회담 재개 필요성을 나타냈다. 작년 12월 29일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핵폐기를 6자회담을 통해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월 3일 신년 연설에서는 “(남북) 대화의 문도 아직 닫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적어도 10·4 정상회담 이후) 남북대화에 더 많은 이해관계를 가진 북은 MB정권 등장부터 계속해서 대화를 주장해왔다. 1월 들어 남북은 대화를 갖기로 하고 일정과 의제를 조율하고 있으나 1월 31일 현재까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이다. 정부는 군사실무회담에서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과 관련한 북측의 ‘진정성’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한편, 별도의 비핵화 회담을 열어 북핵문제를 논의한다는 방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비해 북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하루빨리 대화와 협상마당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며 “조건 없는” 남북대화 재개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어렵게 마련되는 남북대화가 관계 발전의 기폭제가 되기보다는 각자의 입장을 주장하고 끝나버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예상컨대, 북은 연평도 포격에 대한 간접적인 유감은 표현할 수 있어도, 책임을 공식 부인하고 있는 천안함 사태에 대해서는 남측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북은 두 사태를 계기로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공동어로수역으로 만들자고 제안하거나 평화체제 협상의 필요성을 주장할 것이다. 나아가 북은 남북 간 비핵화 회담을 거부하고 대신 6자회담 개최를 주장할 것이다. MB정부 하에서 남북대화 전망은 비관적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MB정부 들어 남북 간 불신과 대립이 매우 깊고, 상호 회담에 임하는 기본입장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남은 북에 선 핵 포기 입장을 유지하며 작년 두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원하는 반면, 북은 MB정부 들어 갈등으로 치달은 남북관계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고 6자회담 재개와 그것을 통한 북미회담의 명분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민간 차원, 인도적 접근으로 돌파구 찾아야

MB정부는 올해 대북정책에서 ‘북한의 근본적 변화 견인’을 첫 번째 중점과제를 제시하면서 ‘3대 북한 변화 구상’(비핵 평화, 대외 개방, 민생 우선) 추진과 북한의 비가역적 비핵화 적극 구현을 담고 있다(통일부 업무보고). 북의 입장에서는 남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선 북핵 포기와 북한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결국 남북 정권은 대내 정치적 필요나 명분 쌓기를 위해 남북대화에 나설 수는 있으나 상호 불신이 깊고 공동관심사에 대한 입장 차이가 워낙 커 남북관계 발전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MB정부 입장에서 올해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열지 못할 경우 임기 내내 남북대화는 없고 갈등만 존재한 정권으로 역사에 기록될지도 모른다. (2012년은 집권 마지막 해일뿐더라 총선과 대선이 연이어 있어 국내정치적 제약으로 남북관계의 획기적 발전이 어려울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고 남북 간 불신이 깊은 가운데 MB정부가 할 수 있는 대북정책의 폭은 좁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대를 섞어 주문하기보다 현실을 직시한다면 반드시 해야 할 것과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언급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우선 MB정부가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남북 대결국면을 지속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에 빠뜨리고 한반도를 긴장에 몰아넣는 처사이다. 이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사회 전체의 여론이고, 국제사회의 바람이다.

  MB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북한주민을 향한 인도적 지원을 단행 (혹은 민간차원의 지원을 허용)하여 정부의 ‘(북한)주민 우선 접근’ 전략을 살리는 한편 향후 남북관계 개선의 발판을 마련하는 일이다.

  남북 간 인도적 사업을 남북 간 정치군사적 관계와 분리하여 진행할 수 있으면 더 좋다. 이런 접근은 역대 남한정부의 일관된 대북정책 목표인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통일 환경의 조성에 부합하고, MB정부의 역사적 평가에도 이로울 것이다.

  물론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정권의 몫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역사와 민(民)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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