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03월 2011-03-01   1157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구제역, 단순한 가축전염병인가?

구제역, 단순한 가축전염병인가?

 

고도현 (사)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구제역·AI 시민조사단 간사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살처분된 가축의 수가 무려 900만 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축이 인력, 시간, 장비 부족을 이유로 생매장 살처분되어 전국 4,600여 곳 매몰지에 묻혔다.

  전국도처에 있는 살처분 매몰지 주변은 사체부패로 이미 악취와 침출수가 새어 나오고 있고, 이로 인한 지하수와 토양오염 그리고 식수오염 등의 환경재앙이 해빙기 봄을 맞아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구제역 부른 동물학대적 축산구조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가축전염병이다. 이미 이전에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이 전염병의 대처법인 생매장과 살처분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축전염병은 발병하고 있고 생매장 살처분 관행은 여전하다. 교통망이 발달하고 국가 간 교역량이 증가함에 따라 가축전염병의 통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공기 중에 떠돌고 있는 가축전염병 바이러스 박멸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바이러스 특성상 무생물로 공기 등의 환경에 떠다니다가 면역이 약한 숙주를 만나게 되면 바이러스는 생물로 활동하게 된다. 이러한 바이러스의 특성만 보더라도 가축전염병의 잦은 출몰은 숙주의 건강상태와 연관시켜 봐야 하며, 우리의 열악한 축산환경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사람처럼 가축도 질병에 노출되는 요인으로 타고난 체질, 사육환경, 스트레스, 면역력에 의하여 결정된다. 사람은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질병에 걸린다. 가축도 마찬가지이다. 좁은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은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유럽연합은 이미 동물복지 차원에서 이러한 밀집사육 축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외국의 이러한 움직임과는 달리 정부는 값싼 대량의 고기 생산에 열을 올리다 보니 가축의 사육환경을 되돌아 볼 여유가 없었다.

  우리나라의 농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가축의 사육공간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돼지 한 마리에게 주어진 평균 농장 면적은 2001년 1.79㎡ (0.54평)에서 2010년 1.42㎡(0.43평)로 오히려 줄었고, 사육 규모가 큰 농장에서 크는 돼지일수록 좁게 살고 있다.

  닭의 경우는 A4 용지에도 못 미치는 면적에서 사육되고 있다. 또한 한국의 국토 면적 대비 가축 사육 규모는 세계에서 제일 높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구제역 사태를 정부는 축산업 허가제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축산업 허가제는 기업형으로 가축을 키우는 공장 밀식형 축산을 더욱더 조장할 우려가 크다.

  또한 열악한 가축사육 환경과 더불어 국제동물보호단체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생매장 살처분 관행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유럽연합에서는 가축을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감수성이 있는 생명존재로 정의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이미 1993년에 가축의 다섯 가지 자유를 규정해서 실천한다. 그 내용은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부터의 자유, 불쾌감으로부터의 자유, 통증·상처·질병으로부터의 자유, 통상적인 행동에 대한 자유, 공포나 슬픔으로부터의 자유이다.
 
  인간을 위해 기르는 가축이지만 적어도 살아가는 동안에는 생명에 대해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인력, 시간, 장비 부족을 이유로 생매장 살처분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축산업자 두 번 울린 정부 대책

이번 구제역 사태를 통해 우리사회의 사회적 약자 경시 풍조의 단면이 드러났다. 실제로 장관을 비롯해 대통령까지 정부의 구제역 발생 원인을 안동 양돈농민의 베트남 여행에 있는 것으로 보고 구제역을 농민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최근 구제역 바이러스는 베트남과 무관한 홍콩이나 러시아 형 바이러스로 밝혀졌다. 구제역으로 자식처럼 키우던 가축을 산채로 땅에 묻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축산 농민을 가해자로 몰아가는 현 정부의 대응에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과학적 역학조사 근거 없이 외국인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구제역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선입견을 조장하고 사회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구제역 발생지역에서는 구제역 발생농가에 대한 이웃주민의 불신, 축산농가와 비 축산농가와의 마찰, 구제역으로 인해 민속 5일장은 폐쇄하면서도 대형마트는 영업하는 현실 등 사회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영향과 더불어 경제적 영향으로 이미 고기값 상승과 우유와 분유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축산 관련 일자리와 원료 공급 차질 등 국내 축산기반 붕괴가 우려된다. 또한 살처분 가축 보상금을 삭감하고 축산농가에게 책임을 묻는 대책을 제시함으로써 축산농가들의 자발적 참여 의지를 저하시키고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어 오히려 구제역 확산의 잠재적인 원인이 되었다. 

  이번 구제역 사태를 통해 구제역 발생 초기 대응 문제부터 시작해서 정부의 방역 정책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여실히 알 수 있었다. 구제역 의심 신고 시 간이키트로 조사하더라도 국립수의검역원으로 보내야 하는 농림수산부 지침이 불이행 됐고, 구제역 발생 40일 만에 긴급 관계 장관 회의가 개최 되는 등 정부의 늦장 대응 역시 초기 의사소통 실패의 대표적 사례이다.

  초기 의사소통 실패는 구제역 확산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구제역이 초기에 억제되지 못하고 확산된 원인 중에는 진단키트의 부정확성, 예방백신 사용 매뉴얼 부재로 인한 접종시기와 접종대상 실패, 살처분 기준 불이행, 소독 적용 대상 한계 등 기술의 부적합성도 작용했다.

구제역보다 무서운 환경재앙

환경문제도 걱정이다. 매몰지 인근의 악취뿐만 아니라 마을, 도로, 하천변 가까운 곳에 마구잡이로 부실 살처분 매몰지를 만들어 이로 인한 지하수 및 토양 오염과 인근 하천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매몰지 주변에 첨단 IT장비로 24시간 감시해 침출수 유출에 대응하는 토양오염 경보시스템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IT장비는커녕 기본 매몰 매뉴얼에 있는 시설조차 되어 있지 않거나 대충 설치한 곳이 태반이다. 또한 TF를 구성해 3년간 매몰지를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매몰지 복원이 3년 안에 끝나리라는 보장도 없다. 영국의 경우 지난 2001년 대규모 구제역 발생 후 실태조사에서 침출수가 지하수로 유입되는 상황이 20년 이상 계속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매몰지 인근 환경재앙은 식수까지 위협하고 있다. 매몰지 대부분이 한강 수계와 낙동강 수계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으며, 일부 매몰지는 상수원 보호구역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 매몰지 인근 지하수에서 거품과 악취가 발생하여 식수 사용이 어려운 곳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식수 오염으로 인한 인근 주민의 수인성 질병 노출도 우려된다.

  그러나 새로운 상수도 설치도 지자체의 예산 부족으로 당장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외에도 남의 땅에 몰래 매몰지를 만들어 이로 인해 이웃 주민간의 분쟁 등 각종 사회갈등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매몰지의 2차 환경오염 문제가 커지자 정부에서는 연이어 매몰지 사후 관리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구제역 사태를 일으킨 근본 원인 파악에 대한 대책은 없다. 
 
생명경시 풍조 벗어나 생명살림 시대로 거듭나야

초유의 구제역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단기적인 개선방안으로 첫째, 지방 분산형 정밀진단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구제역 정밀진단을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 거점 가축시험소에 진단 업무를 이관하고, 진단 능력을 갖추게 해 검체를 옮기는 과정에서의 전파 요인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포위형 예방백신 접종과 자외선을 활용한 억제 방법을 도입하여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여 한다. 셋째, 감염 동물 살처분 시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넷째, 살처분에 의한 2차, 3차 환경오염을 예방하기 위하여 매립장에 대한 기준을 현장에서 철저하게 지켜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축산업 허가제는 공장 밀식형 축산을 더욱더 조장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 여섯째, 과학적 근거 없이 외국인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구제역 확산 원인으로 지목하는 형태는 사회 분열 및 잘못된 선입견을 조장할 수 있음으로 이러한 발언들이 확산되지 않도록 경계하여야 한다. 아울러 축산농민의 정신적 피해 경감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중기적인 개선 방안으로는 첫째, 국가 차원의 상시적인 역학조사 체계를 구축하여 구제역 발생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며, 둘째, 구제역 발생 정도에 따라 채택할 수 있는 매뉴얼이 작성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개선 방안으로 첫째, 공장형 축산에서 자연형 축산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제도적인 개선방안과 정부의 지원체계를 구축하여 축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국가방역체계를 과학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번 구제역 사태는 단순히 가축 전염병 발생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구제역을 통해 우리가 무감각했던, 사회전반에 숨겨졌던 사회문제들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사회갈등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문제 접근을 통한 종합적인 대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전국 매몰지 현황 공개를 요구하는 정당과 시민단체의 요청을 무시하고 은폐와 축소로 일관하는 정부는 이제라도 민관 합동으로 협력해서 구제역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정부는 기존의 방역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임기응변식 땜질 대응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대안으로 이제부터라도 ‘개발’과 ‘발전’ 중심의 생명 경시의 풍조에서 벗어나 이번 구제역 사태의 계기로 생명살림의 시대로 거듭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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