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03월 2011-03-01   1422

경제, 알면보인다-우리 뇌를 충동질하는 마케팅

우리 뇌를 충동질하는 마케팅

제윤경 (주)에듀머니 대표

과학의 진보는 여러모로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최근 과학자들은 사람에 대한 분석을 위해 좀 더 실증적인 도구를 개발해 냈다.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기능성 자기 공명영상이라는 도구를 통해 강력한 자석과 무선신호를 이용해, 뇌 속 산소 수치의 급격한 변화를 모니터하면서 특정 현상 앞에서 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일종의 뇌 스캔 장치인 셈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신경학자 브라이언 넛슨은 이 도구를 통해 몇 가지 실험을 했다. 그 중 상품의 구매의사와 가격의 관계에 대한 실험결과가 상당히 흥미롭다.

뇌 스캔 장치가 알려준 마케팅의 무서운 진실

그의 실험에 따르면 사람들은 고가의 제품을 보면 뇌섬엽이 활성화 된다고 한다. 뇌섬엽은 동정, 죄책감, 굴욕, 자부심 같은 사회적 감정을 관장하는 뇌 영역으로 이 부분이 활성화되면 구매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대로 저가의 제품 앞에서는 충동을 자극하는 측좌핵이 활발해진다고 한다.

  이에 대해 보스턴 대학의 과학저널리즘학 교수인 엘렌 러펠 셸은 ‘완벽한 가격’이란 저서를 통해 ‘우리의 측좌핵은 할인제품에 직면하면 아마도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환하게 켜질 것이다’라고 재치있게 서술한다. 뇌 스캔 장치를 통해 우리가 결론 내릴 수 있는 사실은 할인된 제품 혹은 저가의 제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뇌는 충동구매욕에 자극받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뇌를 자극하는 장치 앞에 실시간 노출되어 있다. 당장 지갑 속만 해도 할인 받을 수 있는 ‘기대심’을 창출하는 신용카드가 실시간 우리의 측좌핵을 자극하고 있다. 넛슨의 또 다른 실험에서는 사람들의 뇌를 흥분상태로 만드는 것은 특정한 일이 일어났을 때보다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 때가 더 두드러진다고 한다. 우리의 지갑 안에 있는 신용카드는 ‘할인 받을 가능성’으로 뇌를 격정적인 상태로 만들고 있다. 신용카드를 지갑 속에 지닌 채로 격정적인 상태에 휩싸여 대형마트에 가보자. 온갖 제품들이 기획코너를 통해 할인 판매되고 있다. 여기에 시간제한과 같은 전략까지 붙어 있으면 우리는 거의 못 말리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 ‘지금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에 내몰린다. 필요와 선호를 생각할 틈도 없이 해당 제품은 커다란 카트에 담겨버린다.

  결국 신용카드를 개인의 의지나 소비 성향에 따라 합리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많은 믿음임을 알 수 있다. 의지를 갖고 통제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지 않겠지만 그것은 신용카드를 지갑 속에서 꺼내 버리는 행동보다 더 고도의 의사결정을 실시간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매 순간 우리의 뇌가 충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통제해야 하는 불편이 감수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대형 유통 업체들의 온갖 과학적인 마케팅 장치들과 결합되는 현실에서 그런 수고를 ‘너무, 자주’ 실행에 옮겨야 한다.

사람이 합리적이라는 표준경제학은 틀렸다

기존의 경제학에서는 사람을 합리적인 존재로 간주한다. 그에 따르면 가령 어떤 상품을 할인 가격으로 구매했더라도 할인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매했을 때와 그 상품의 가치를 동일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지갑 속 신용카드가 주는 할인에 대한 기대심과 마트에서의 시간제한 할인 기회를 접한 상태에서 고조된 감정으로 상품을 구입했지만 정작 제품의 가치를 평가절하 한다. 이 또한 행동경제학자들의 실험에 의해 입증되었다. 고통을 느끼는 집단에게 정가와 할인된 가격에 각각 같은 종류의 진통제를 처방한 실험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 할인된 가격에 공급받은 진통제를 먹은 사람들의 통증 진정효과가 훨씬 낮게 나타났다고 한다. (<완벽한 가격>, 엘렌 러펠 셜, 154p) 즉 강박적으로 할인제품을 구매하지만 정작 그 제품의 질을 의심하면서 소홀히 다루거나 만족을 덜 느끼게 된다.

  합리적인 존재라면 이와 같은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는 표준 경제학처럼 생각하거나 행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스스로 합리적이라는 믿음 자체가 우리를 더욱 비합리적으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신용카드를 제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 할인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똑똑한 소비를 하는 것이라는 믿음, 이런 믿음이 우리를 더 큰 함정으로 밀어 넣고 있다.

  처음부터 우리가 신용카드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면 우리는 카드 발급에 있어 좀 더 신중했을 것이다. 또한 할인 제품이 우리 뇌 속에 있는 도파민(욕망을 촉진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을 자극한다는 것을 의식했다면 할인 제품에 대해 충분히 경계심을 품었을 것이다. 표준경제학은 고도로 훈련된 경제적 의사결정 능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유용한 학문이 아닐까 싶다. 흥분해서 제품을 구입하고는 할인된 가격에 그 제품의 질을 의심하는 사이 우리 경제는 쓰레기가 넘쳐난다.

  연간 18조 원의 자원이 음식물 쓰레기로 폐기되고 처리비용도 연간 약 6천억 원에 이르고 있다고 하니 엄청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속을 들여다보면 기업들의 온갖 마케팅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뇌를 자극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가로막는 치밀한 것이다. 그런 자극으로 불량식품 몇 개 사먹는 정도에서 그친다면야 문제가 덜 하겠지만 지나친 마케팅은 온갖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그러한 마케팅이 금융과 결합할 때는 황당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주택 마련을 위해 과도한 담보대출을 일으키고도 마이너스 통장을 추가로 발급받아 소비를 조절하지 않는 것, 금융비용이 생활비를 크게 잠식하면서 급기야 마이너스 통장 한도가 바닥나버리고도 카드론을 일으키거나 리볼빙 결제(카드 청구액의 최소만 결제하는 시스템)를 하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가 무언가에 홀려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해볼 만하다.

사람이 근본적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능력이 취약하다면 이제라도 과도한 마케팅 전략에 대해 사회적 규제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에 앞서 우리 스스로 자신의 의사결정 능력을 의심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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