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09월 2011-09-02   2462

위대한 시민-가난뱅이의 긍지 지키며 즐겁게 사는 법

 

가난뱅이의 긍지 지켜며 즐겁게 사는 법

 

김현진 에세이스트

 

강지나참여사회』 시민기자

톡톡튀는 감성, 매력적인 비유, 속 시원한 글발로 경향, 한겨레,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독자를 만나고 있는 에세이스트 김현진. 그녀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한다. 서울에 있는 한 지역의 회사건물들을 돌며 녹즙배달을 하고, 10시쯤 일을 마치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다가 사무실에 가서 글을 쓰거나 학교 공부에 몰두한다. 다음날 배달을 위해 저녁 9시면 잠자리에 든다. 최근에는 좋아하던 술도 끊고 블로그같은 소셜미디어는 물론 인터넷도 안한다. 글에서 풍기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매우 근면하고 건전한 생활이다.

  “남에게 신세지면서 뭉개고 살아가는 ‘예술가’ 이미지가 싫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해질 때까지 열심히 일하고, 잘 시간에 자고 그렇게 살고 싶었다. 괜히 술에 의지해서 인연을 만들고, 모임을 만들고 하지 않으려고 한다.”

 

눈부신 생명력의 근원은 행동과 실천

그녀는 앉아서 글만 쓰는 게 아니다. 다니던 정규직 직장도 그만두고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에 동참하면서 단식투쟁부터 용산의 차가운 길바닥까지 투쟁현장을 온몸으로 누볐다. 그녀의 시사에세이에는 주류질서에 대한 매우 비판적인 시선이 담겨져 있다. 이런 그녀를 두고 혹자들은 ‘신세대 운동권문화’의 아이콘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난 그냥 분노가 느껴지는 대로 감정을 남겨놓고 싶었을 뿐이다. 재산도 지위도 잃을게 없으니까 막 지르고 싶은 대로 질렀던 거고, 정말 그런 세상에 대해 처음 알았으니까 다 신기하고 새로웠다. 그런데 대학에서 사상교육 좀 받고 정세분석 같은 거 하는 똑똑한 애들은 나를 어린애 취급하더라.”

  그러니까 그녀가 톡톡 튀는 글을 쓰고 활발히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에 아무런 연고도 기반도 없기 때문이고, 사상교육도 못 받았기 때문인 거다. 고등학교를 2달 다니다 만 것도 아무 논리 없이 강압적이기만 한 학교를 앞뒤 안보고 그냥 들이받았기 때문이었다. 거창한 이론과 정신으로 구태여 포장하지 않고 그저 살아있는 날것대로 느끼고 행동하는 김현진. 그것이 바로 그녀의 장점이자 매력인 것이다. 그녀가 즐겨 외치는 구호가 있다. ‘(트윗에서) RT 1,000번 하는 것보다 단돈 10,000원이라도 입금하자!’

  녹즙배달도 큰 의미를 두고 시작한 건 아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소녀가장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배달인력이 구멍난 곳을 매워주려고 들어갔다가 지금은 수금을 제대로 못해 체불된 임금이 열한 달 치가 넘어버려 그만두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녹즙배달원도 학습지교사처럼 영업부터 수금까지 자기가 다 책임져야 한다.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되어 있어서 아무런 노동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그마저도 등록도 안 하고 100% 신용거래로 일한다. 그러다보니 지사장이 정말 나쁜 놈이면 돈 한 푼 못 받고 끝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에 비하면 글 쓰는 일은 쉽다.”

  덕분에 그녀는 어깨에 힘을 빼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책 한권 읽기 힘든 삶을 살아가는 고달픈 인생들을 위해 글을 허투루 쓰면 안 되겠다, 재밌고 유익한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지금까지 그녀가 써온 책을 보면, 작가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감성과 생활에 밀착되어 있었고 그만큼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네멋대로 해라』(1995년, 한겨레 신문사)는 답답한 학교에 대한 이야기와 학교 밖 세상에 대한 경험을 얘기 했고, 『불량소녀 백서』(2005년, 한겨레신문사)는 포장된 상품으로 전락한 여성에 대한 시선에 일침을 놓았으며,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2009년, 레드박스)는 찌질함과 처절함으로 끝난 B급 연애 경험을 가지고 자신만의 연애학을 풀어놓는다. 그녀의 책들은 심리 서적으로, 대학 교양서적으로 많이 추천되고 읽혔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책이나 글에 대해 연신 “나무나 죽이는 일”이고 “지금 생각해보면 자다가 하이킥할 만한 부끄러운 일”이라고 한다. 참으로 거품도 가식도 없는 솔직한 영혼이다.

 

자본과 소비문화의 늪에서 자신을 지키는 법

녹즙배달은 육체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생각할 거리를 주기도 했다. 대기업 사무실에서 만나는 자기 또래 젊은이들이 직장에서 12~15시간씩 일하고, 피곤에 절어 사는 모습을 매일 본다. 대기업 다닌다는 허울에 혹사당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청년실업이 심각하니 대한민국에는 중간지대가 없다고 느낀다.

  “대학 후배인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는 일이 없어 굶어죽었고, 광고회사 다니던 지인은 최근에 과로사로 죽었다. 우리사회 양극화의 단면이다. 모두가 성공과 상승만 하려고 바동거리는 현재는 만인이 불행해지는 구조이다.”

  그녀는 이런 구조에 균열을 내기 위해 가난뱅이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찾고 있다. ‘돈 없어도 살만해, 행복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바로 자본에 대한 연대투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즐겨하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최근에는 기타도 배우고 있는데, 한 뮤지션에게 가사를 써주고 대가로 기타수업을 받는다. 가난뱅이들의 십시일반, 품앗이인 셈이다.   

  “소비문화를 중독처럼 퍼뜨리는 TV나 미디어도 문제다. 마치 그들은 멋지게 차려입고 돈 많이 드는 취미생활을 해야 행복한양 포장하는데, 그건 자본의 논리를 충실히 따르는 거다. TV나 미디어를 끊어버리는 라마단이라도 해야 한다.”

  그녀의 고민은 한국사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우리 생활을 통 크게 고민한다.

  “우리는 자본 축적의 극한과 자원이 고갈되어가는 시대의 막차를 탄 세대이다. 지구의 인구 폭발을 고민하면서도 저출산을 함께 걱정하는 이 현상, 뭔지 아이러니하다. 어른들이 저출산을 걱정하면서 아이를 낳으라고 하시는데, 내가 아이를 낳으면 그 어른의 손자와 경쟁해서 서로의 몫을 뺏는 꼴이 되는 거 아닌가? 만약 낳는다면 자본에 종속되지 않고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  

  그녀는 지금 다음 책을 구상하며 개인 작업을 하고 있다. 자신이 20대를 살았던 왕십리, 옥수동 지역이 모두 재개발되면서 서울이 너무 빨리 변해가고 있다고 느끼며 자신의 성장기처럼 현재의 모습을 남기는 구전을 쓰고 있다. 그녀의 영혼만큼이나 재밌고 색깔있는 작업이 될 거 같아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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