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10월 2011-10-05   1856

김용민이 만난 사람-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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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가 안 나와도 좋습니까?”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김용민 시사평론가  사진 김은진 작가

 

이 글을 쓸 시점은 박원순 예비후보가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배심원 투표 1위를 한 때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는 야권 단일 후보가 될까. 참 치열한 경쟁이다. 그런데 이를 사실상 본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여론조사 판도가 한나라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은 변화를 원하고 있고, 서울은 그 시험대에 선 지경이다.

 

시장은 시민의 꿈 이루는 자리

박원순. 명실 공히 시민운동의 상징이다. 그런 만큼 주요 선거가 있을 때마다 정치권으로부터 온갖 형태의 출마 제안에도 난색을 표했다. 시민운동 경력이 정치권 진출에 하나의 ‘스펙’처럼 비춰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냉엄한 감시자가 선수복을 입고 운동장에 나가게 된 이유는 한마디였다.

  “지금 제가 안 나와도 좋습니까?”

  정치가 잘 되고 있으면 구태여 나갈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은인자중隱忍自重했지요. 그러나 우리사회에 대한 어마어마한 부채감을 느꼈습니다. 가시밭길을 가더라도 세상을 바꾸기를 요구하는 시대와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가 없었어요.”

  박원순 후보는 그러면서 “정치가 특정인의 전유물은 아니잖아요”라고 했다. 맞는 말이긴 하나,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당장 민주당이라는 거대 조직과의 각축 속에서도 그는 세勢 부족의 한계를 절감한다. 민주당은 ‘서울에서 절대 다수를 이루는 민주당 소속 구청장 또 시·구의회와 (유기적이고 질서 있는) 협력이 중요하다’며 당 소속 후보의 당선 필요성을 강조한다. 정치 초년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걱정되는 것은 박원순 후보의 노선과 철학에 상충되는 ‘토건 공약’의 부재다. 정치는 현실이고, 그 현실 속에서 주류 프레임으로 자리하는 게 ‘욕망체계’다. 내가 부자가 되는 꿈이 이뤄지는 후보에게 좀 더 솔깃해진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지키거나 말거나 선거 때만 되면 이런 식의 공약으로 허풍선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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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아프다”

“서울시장 자리에 대해 전임 시장들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자리로 생각해왔지요. 저는 제 꿈이 아니라 시민의 꿈을, 희망을 실현하는 자리로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전시성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라 정말 시민들이 소망하고 느끼는 일들을 해야 합니다.”

  하긴 이명박의 청계천 리모델링, 오세훈의 디자인 서울 모두 시민 개개인이 품고 있는 꿈의 비중은 매우 작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어떻게’ 시민을 위할 것인가.

  “경청투어를 통해서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있어요. 한마디로 ‘서울은 아프다’ ‘삶이 무너져 내린다’라는 표현을 한 분들도 있고요. 수유시장의 어떤 한 분은 ‘희망이라는 말도 함부로 말하지 마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아팠어요. 자영업 무너지고 재래시장이 기업형 슈퍼마켓에 밀려 나가는 현실, 비정규직이 46.8%로 전체 노동자의 절반에 이르는 상황입이다. 청년실업, 물가대란, 주거문제 다 나열하기도…. 질곡 속에서 시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 아픔에 공감하고 그리고 마음을 위로해드리는 일이 우선입니다.”

  제러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에서 “지구 자원이 고갈됨에 따라 인류는 재생 에너지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고, 하나뿐인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감과 협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공감’은 남의 아픔이나 기쁨을 내 것처럼 느끼는 능력이다. 지금 서울은 공감의 시장을 원한다. 이른바 ‘안철수 열풍’의 주역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에 대한 폭발적 기대치, 꿈을 잃은 청년들을 보듬는 소프트파워의 진정성 덕 아니겠나. 박원순 후보는 그 안철수 원장의 지지세를 상당 부분 흡수했다. 안철수와 박원순이 통하는 일단의 근거다. 그래도 너무 추상적이다. 뉴타운 같은 ‘한 방’ 말하자면 ‘욕망의 랜드마크’는 없는 것일까.

  “시민의 상식과 수준을 믿습니다. 사실 대부분 시민들은 토건보다 창조·혁신적이고 삶의 질이 보장되고 21세기에 맞는 국제적인 수준으로 가야한다고 여길 것입니다. 시민들을 만나며 느낀 것은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고 말하는 시민이 아니다’라는 점이에요. 이렇게 좋은 시민을 두고 어떻게 좋은 시를 못 만들 수 있을까요. 저는 서울시민의 수준을 결코 얕보아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서울시정과 연관된 현안을 세세히 살펴보자. 오세훈 전임 시장의 토건공약에 관한 ‘처리’ 방향이다. 우선 뉴타운 공약에 대한 성찰이다.

  “뉴타운을 하면 집값이 오르고 자산을 불릴 수 있다는 기대심리를 자극하고, 거기에 의존해 당선이 됐으면서도 그 뒷감당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포퓰리즘이란 이런 것이죠. 현재 진행되는 뉴타운 같은 경우 원주민이 다 나가야 됩니다. 커뮤니티가 깨지는 것입니다.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요. 시민을 쫓아낸 것도 모자라 자취방마저 삼켜버린 뉴타운 개발로 대학생들은 고시원으로, 쪽방촌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방식의 뉴타운, 재개발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눈에 띄는 약속은 이렇다. “뉴타운,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부패, 비리도 근절하도록 해야겠죠. 용산참사와 같은 폭력행정은 지양하며 동절기, 심야, 악천후 시 퇴거 및 철거를 금지해야 할 것”이라는. 이 역시 공감의 산실이다.

  “예컨대 아라 뱃길사업 이런 것은 현실적 타당성도 없고 경제성도 전혀 없는 사업은 당연히 재검토해야 하겠지요. 그러나 이런 한강르네상스 사업에서도 좋은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생태적 지구를 보존하려는 진정성이 있는 사업, 이런 것들은 수용 여부 또한 논의해봐야 합니다.”

  방점은 이거다. “(한다 만다하는 단언하는 식의) 공약으로 내세울 수는 없습니다. 전문가와 시민으로 조직된 기구가 신중하게 검토해서 처리할 계획입니다.”

  굳이 각 개체를 따로 구분해서 말하는 것보다 ‘거버넌스’ 이 한 단어가 적합할 것 같다. 거버넌스는 이미 우리 시대의 대세 아닌가. 현대사회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졌기 때문에 공무원과 전문가, 주민이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거버넌스’가 중요한 것이다. ‘나를 따르라’식의 리더십에서는 존재할 수 있는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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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비서울의 상생 거버넌스

참여정부 당시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며 헌법소원을 냈던 이석연 변호사의 서울시장 출마 입장. 결국 철회했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은 보수진영에서는 ‘서울의 기득권’ 논리가 모든 것에 우선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 박원순 후보의 입장은 누가 봐도 ‘서울의 기득권’ 옹호 입장에서 멀다.

  “서울과 비서울의 대결을 조장한 측면이 있지요. 그런데 양측이 꼭 대결적 관계여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해요.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요? 시장이 된다면 양측이 상생 번영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습니다. 시민운동을 하면서 시도해 본 게 있어요. 참여정부 당시 서울 프레스센터 안에 지역홍보센터 개설을 위해 애썼거든요. 지역 투자정보 특산물 여러 가지 향토정보를 한꺼번에 살필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그런데 이 정부 들어서 사라졌어요. 서울과 비서울의 상생이 가능한 의지와 노력이 없다는 게 참 아쉬웠어요.”

  녹록치 않은 과제는 또 있다. 비정규직 문제다. 이건 고용노동부의 걱정이긴 하지만, 서울시의 고민이기도 하다. 지인에게서 서울시 산하의 교통방송tbs도 프로듀서 아나운서 기자가 정규직 신분이 아니라고 들었다. 방송제작자는 언론인이며 이들의 고용상태가 불안하다면, 마땅히 보장돼야 할 자율성은 침해될 수밖에 없다. 이 정도 상황이면 서울시가 얼마나 고용 문제에 소홀했는지 알 수 있다.

  “지금 서울의 비정규직은 자치구까지 합쳐서 5,000명이 넘어요. 전체 공무원의 10%가 되거든요. 심각하지요. 예산 활용을 잘하면 정규직 확대 충분히 가능합니다. 사실 비정규직 양산 이유는 비용의 효율화, 경영의 합리화 아닙니까? 아니었습니다. 노원구의 시설관리공단을 보면, 가능하면 신분이 보장되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상당히 하고 있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예산 효율화를 통해 경영 부담을 줄여나갔습니다. 늘 꿈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습니다. 꿈에 관해서 고민해보고 길은 찾아보면 늘 있습니다.”

  만약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누가 가장 속 쓰릴까. 나경원 후보? 아니다. 결국 야당에게 허망하게 시정을 넘겼으며, 여당의 내년 중요 선거일정(총선, 대선)에 차질을 빚은 오세훈 전 시장일 것이다. 엉망이 된 서울 재정 현실이 노출되는 순간, 그는 더 이상 ‘보수의 아이콘’일 수 없다.

  “서울시 재정 부채가 워낙 심각한 것은 사실입니다. 고건 시장 시절 9조 원 이었던 부채가 이명박 시장 때 13조 원이 됐고요, 작년에는 그 두 배에 가까운 25조 5천 억 원까지 불어났어요. 시민들은 이 거대 적자 상황을 잘 모르고 계신데, 많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특히 전체 부채 60% 이상인 16조 원 정도가 SH공사의 부채인데요, SH공사의 부채는 당장 매각할 수 없는 자산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택지개발이나 도시개발에 따른 토지나 건축물 등 보유자산의 매각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물론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서울시의 세입구조와 세출구조를 개혁해야겠죠. 세입확충을 위해서는 현재 8% 수준인 탈루세액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고, 세출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전시성, 홍보성, 토건성 사업을 중단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합니다. 정밀한 평가를 거쳐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시민사회, 박원순을 감시하라”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면 서울부채 급증의 또 다른 주역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큰 내상을 안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원순 후보. 이 정권 들어 적대관계가 심화됐다. 사실 박원순 후보는 촛불집회나 무상급식 등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사회적 쟁점에 대해 적극적 입장 표명을 하지는 않았다. 현안에 대한 입장 표명 자제가 실은, 몸담고 있는 희망제작소의 사회통합적 사업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만, 이는 민주당 공세의 소재였다.

  “무상급식은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일이며, 2011년 대한민국 최고의 ‘행복브랜드’였죠. 무상급식 실현을 위해 일선에서 노력한 많은 분들께 존경을 표합니다. 비판과 대안의 영역에서 서로 역할은 달랐지만 보편적 복지의 확대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노력했습니다.”

  박원순 후보의 정치 진출에 대해 시민사회는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앞으로 어떻게 관계 설정을 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 박원순 후보의 딜레마 또한 그러하다.

  “기억나네요. 고건 시장 때 비리 즉 뇌물을 주거나 담합행위를 한 업체가 있으면 그 업체에 서울시 주관공사 입찰자격을 주지 말자고 했지요. 제한적이지만 서울시는 수용했어요. 그리고 그 제도가 전국 모든 공공기관에 확대됐습니다. 시민사회의 역할은 좋은 제도를 끊임없이 제안하고 서울시는 이를 수용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겠지요. 그래서 견제적 합작관계를 이뤄야 합니다.”

  ‘애매한 것을 정하는 남자’라며 자신을 ‘애정남’으로 부르는 박원순 후보. 그는 10·26 서울시 리모델링의 주역이 될 것인가. 시대는 이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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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10문 10답

 

1. 50자로 소개하는 박원순

Wonderful Seoul WS, 원칙과 순리의 원순. 더 나은 사회와 변화를 꿈꿔온 현장주의자.

2. 가족 관계

디자인업을 하는 아내, 해외 유학 중인 딸, 입대 준비 중인 아들.

3. 좋아하는 것

일을 좋아한다. 평소 걷기를 좋아하는데, 거리에서 뭔가를 발견하고 사진과 메모를 남기는 습관이 있다. 이것도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일의 아이디어가 된다.

 
4.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시민사회활동을 하면서 우리 사회의 좋은 변화에 기여한 매 순간, 매 고비. ‘아시아의 노벨상’이라는 막사이사이상을 받았을 때도 기억 나는데, ‘더 열심히 이 길을 달려가라’는 뜻의 채찍이라고 생각했다.

5. 실패와 좌절의 경험이 있는가?

어떻게 극복했나? 유신독재 시절 시위에 참여했다가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교도소에서 만난 친구들을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생각하며 법조인이 되겠다고 마음먹었고, 또 그 쓴 경험이 검사의 길을 포기하고 시민운동의 길로 접어든 배경이 되었다.

6. 박원순의 강점과 약점은?

강점 :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 정신, 오픈마인드.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약점 : 보헤미안. 10년 이상 같은 일을 해본 적이 없다. 대신 나를 꼭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간다.

7. 전 서울시장, 행정가, 정치인 중 롤 모델이 있다면?

국내에서는 김구 선생, 나라 밖에서는 마틴 루터 킹 목사. 기존의 시장이나 행정가, 정치인은 아니지만 ‘될 뻔했던’ 안철수 교수, 돌아가신 조영래 변호사님, 잡지 <뿌리 깊은 나무>를 창간한 한창기 사장님, 장충식 단국대 명예총장님 등을 존경한다.

8. 박원순이 방문한 최고의 도시와 최악의 도시는?

어느 도시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한다. 좋은 점을 살리고 나쁜 점을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

9. 시장 후보가 안 된다면?

일단은 선대본부장. 야권 통합을 돕겠다.

10. 잠은 하루에 몇 시간?

3~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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