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10월 2011-10-05   1682

참여사회가 눈여겨 본 일-강과 사람이 만나는 ‘그 모습 그대로’ 둘 순 없는가

 


강과 사람이 만나는 

‘그 모습 그대로’ 둘 순 없는가

 

 

김디온 8당은 에코토피아 활동가

 

두물머리 강가는 평화로웠다.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북한강과 남한강, 선듯한 바람에 한들거리는 갈대들, 누렇게 고개 떨군 벼이삭과 그 사이를 우르르 몰려다니는 오리떼들, 폴짝이며 달아나는 개구리가 숨은 쟁반만한 배추들까지, 모든 것이 그저 무심하게 가을을 맞이했다. 이곳 농부들은 오늘도 아무 일 없는 듯 농사에 여념이 없다. 봄철 딸기체험이 한창일 때보다야 인적이 드물지만 양상추 심고 내년 봄 출하할 딸기 모종을 가꾸고 파프리카를 수확하는 농부들은 바쁘다. 아시다시피 이곳의 모든 작물은 유기농으로 재배한다. 수도권 2,500만의 식수원인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 내에 있기 때문이다. 상수원 보호구역으로서 각종 규제에 시달리면서도 이곳 주민들은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깨끗한 물을 보존한다는 자부심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다. 밭에 지렁이똥이 우륵우륵 수도 없이 쌓여 이곳 생태계가 얼마나 잘 보존되어있는지 알게 한다. 강물은 유유히 흐르며 이 땅에 풍요를 실어오고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을, 오래 전부터 그러했을 풍경은 강과 사람이 만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제 곧 겨울이 되면 작년에 왔던 하얀 고니들이 다시 날아와 얼어붙은 강 위에 꾸벅꾸벅 졸며 앉아 있겠지… 그런데 또다시 오늘 이 모든 것이 한 순간 잿빛 기억이 될 것 같은 불안에 휩싸인다. 문자 한 통 때문이다.

 

  “행정대집행 마지막 계고장 받고 보니 열 받네요. 10월 5일까지 자진철거하래요.”

  4대강 사업에 맞서 두물머리를 지키고 있는 한 농부의 메시지다. 기어이 강제철거를 시도할 모양이다. 얼마 전부터 경기도와 도 건설본부에서는 구체적인 협박을 시작했다. 지금 팔당에서 열리는 세계유기농대회(9. 26~10. 5)가 끝나면 두물머리를 강제 철거하고 4대강 사업을 강행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몇몇 지인들에게 이 다급한 소식을 전하니 잘 믿지 못한다. 두물머리 농부들이 올초 4대강 사업 관련 소송에서 정부 상대로 첫 승소를 해 점용권을 인정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농부들이 2012년까지 점용허가를 받아 두물머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고 유기농업 발상지로서 큰 가치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4대강 사업을 당장 진행할 근거가 없다는 판결이다. 4대강 사업 관련 소송에서 정부가 패소한 전무후무한 사건이었다. 물론 양평군은 곧장 항소를 했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10월 5일 마지막 심리를 한다.

 

세계유기농대회 끝나면 바로 유기농단지 강제철거

지난 9월 25일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 개막식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110개국 2,000여 명의 참가자 앞에서 개회사를 했다. 경기도는 4대강 사업 이전까지는 두물머리를 비롯한 팔당 지역 친환경농업을 육성해왔다. 그 무렵 팔당 지역에 세계유기농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김문수 지사가 농부들과 함께 스페인 모데나에 다녀왔고 세계유기농대회를 유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사업 때문에 피해 입게 될 농민들을 보호해야 할 경기도는 입장을 바꿨고, 농부들은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농민들이 끝까지 저항하자 작년에는 “강변에서 농사지어 강이 똥물이 되었다”는 등 왜곡된 공격을 퍼부었고 심지어 작년 국정감사 때 김 지사는 “유기농업이 발암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면서 유기농민들을 강변을 독점하는 이기주의집단으로 매도하고 같은 내용으로 라디오광고를 했다. 현재는 두물머리에 공권력 투입까지 결정했다.

  오는 10월 22일 대대적인 4대강 사업 준공 행사를 계획한 정부는 눈엣가시 두물머리를 철거하려 했거나 얼른 친수공간을 개발해서 수자원공사의 파탄난 재정을 메워야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 모든 것이 한 순간에 포크레인에 찍혀나갈 위험에 처해있다. 제방을 쌓고 전시장과 공연장을 만들어 시민들이 이용하게 한다는데, 환경영향평가도 날림으로 한 국토부, 빚더미에 앉은 수자원공사가 이 공간을 어떻게 변형시킬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지난 30여 년에 걸쳐 힘겹게 친환경 농업을 정착시키고 수많은 체험객을 유치하고 수도권 시민들에게 친환경 농산물을 제공하면서도 수질을 보호해왔던 이 지역 사람들의 피땀어린 노력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더불어 강물이 오염되고, 결국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시민의 식수가 위험에 처할 것이다. 이미 깨져버린 지역공동체는 더 이상 서로 협력하는 지역 자치 모델을 만들지 못할 것이다. 정부의 몰상식은 그저 무식함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강과 강 주변의 모든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다. 그래서 두물머리 농부들은 지금까지 물러설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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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두물머리, 아름다운 만남의 축제가 열립니다

그간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진 농지가 여의도의 30배, 쫓겨난 농민이 2만 4천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두물머리는 아직까지 4대강 사업 공정률 0%이다. 두물머리는 이미 4대강 사업의 마지막 저항지로서, 현장 농민들이 직접 투쟁하는 마지막 거점으로서 상징적 공간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처음 함께 싸웠던 80여 농가 중 4농가만 남았다. 이들은 지역 사람들로부터도 고립되고 있다. 몇 안 되는 농부들이 거대한 권력에 저항하느라 농사지으면서 재판가고 벌금맞고 집회나가고 밤샘 회의하고 간담회하고 방문객들 챙기고 대안연구에 참여하고 술 마시며 스트레스 푸느라 가족들과 소원해지는 일도 많다. 농부들의 삶은 변했다. 서서히 극단으로 내몰리고 있다.

  두물머리 농부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보냈으면 좋겠다. 매일 밤 뒤척이며 흘러가는 강물에게 고개 숙여 애도하는 시간도 가졌으면 좋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배추와 양상추와 파프리카를 보면서 보를 철거하고 콘크리트 제방을 걷고 지역 공동체가 다시 끈끈하게 맺어져 강물과 함께 살 날을 다시 말해보자. 그렇게 두물머리를 지켜나가자. 마침 10월 15일 토요일 두물머리에서 강변가요제를 연다. 무박 2일 축제로 인디밴드와 마음 따뜻한 가수들이 찾아와 노래를 부르고 한쪽에선 먹거리 장터와 벼룩시장이 열린다. 두물머리 농부들과 막걸리 한 잔 나눌 기회도 있다. 밤이 깊어지면 별빛 쏟아지는 강가에서 영화상영을 한다. 언젠가 두물머리에 다녀갔다면 다시 한 번, 아직 두물머리를 방문한 적이 없다면 더더욱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강가의 밤바람에 몸 따숩게 할 각종 채비를 하고 텐트와 식량과 설렘을 가지고 삼삼오오 두물머리로 꼭 한 번 오시기를 청한다.

강변가요제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riverun.org/d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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