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11월 2011-11-03   1774

칼럼-당신이 말할 자유

당신이 말할 자유

 



이태호 월간 『참여사회』편집위원장, 참여연대 사무처장

1.
서울시장보궐선거가 끝났습니다. 무소속 ‘시민후보’ 박원순 후보가 시장에 선출되었습니다.
박원순 당선자는 ‘시민이 권력을 이겼다’고 선언했습니다. 참으로 적절한 표현입니다. 그런데, 시민이 권력을 이긴 결과 시민후보는 이제 권력이 되었습니다.
후보출마를 결심하고 백두대간에서 내려온 직후, 박원순 당선자는 참여연대 후원의 밤 행사장을 방문했습니다. 간단한 신상발언을 하는 순서도 있었고요. 박원순 변호사는 그 날 참여연대가 이제 당신을 잘 감시해야 할 것이라는 취지의 말씀을 했었죠. 박원순 시장은 이제 예전의 같은 편으로부터도 쓴소리를 들을 준비를 단단히 하셔야 할 겁니다.
선거 내내 네거티브 공세가 박원순 후보에게 퍼부어졌습니다. 박원순 후보 개인에겐 억울한 경우도 많았겠지만, 크게 봐서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정치인에게 서울시라는 큰 권력을 맡겨도 좋을 지 검증하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 골목골목을 돌며 경청유세로 유권자의 소리를 들으려 했던 초심을 잃지 마시기를 박원순 시장에게 기대합니다.

 

2.  
“당신이 하는 말에 찬성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이다” _ 볼테르
박원순 변호사가 참석했던 그 후원의 밤 행사 순서의 하나로 참여연대 활동과 비전을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저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볼테르의 신념을 실천하는 것이 참여연대의 주된 활동방향의 하나라고 여러 후원자들께 설명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번 보궐선거에서 참여연대의 이런 신념을 검증이라도 해보려는 듯이 참여연대와 박원순 변호사와 관련된 온갖 네거티브 공세가 쏟아졌습니다.
박원순 변호사와 연관된 참여연대의 과거활동에 대한 근거 없는 흑색선전과 음해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고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반론을 펼쳤습니다. 특히 참여연대에 확인절차를 거치지도 않고 허위사실임에 틀림없는 비방 자료를 기사로 게재한 언론사에 대해서는 강력히 항의하고 정정과 반론보도를 요청했습니다. 몇몇 악의적인 보도자료나 기사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소송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신 바짝 차리고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현행 선거법처럼 유권자의 입을 포괄적으로 틀어막는 방식에 의해 참여연대와 박원순 후보가 보호되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방법이 아님에 틀림없습니다. 실제로 참여연대는 유권자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선거법을 개정하기 위해 시민단체들과 ‘유권자자유네트워크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동해왔습니다. 그래서 선거법의 독소조항에 호소하여 참여연대에 대한 비방에 방어하는 방법은 택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참여연대는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한 유권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지지하고 이들을 법률적으로 운동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로 참여연대와 유권자네트워크가 지원하게 된 첫 케이스는 난처하게도, ‘박원숭-적화의 시작’이라는 영화 혹성탈출 포스터 패러디물을 제작 배포한 네티즌을 선관위의 단속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었습니다. 의도는 악의적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국가기구인 선관위가 그 의도를 재단하여 개인의 의사표현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3.
그런데 선관위는 우리처럼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선거일에 ‘투표참여를 권유·유도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후보자에게 투표하도록 권유·유도하려는 것으로 의도되거나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정당·단체는 투표참여 권유를 할 수 없다” _ ‘선거일의 투표인증샷에 대한 10문10답’,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예방TF팀 (2011 10/14)
선관위는 아예 “명칭·성명이 추정되는 방법으로 투표권유 활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구체적 신분”까지도 예시하려고 했습니다. 선관위의 이런 방침은 유권자의 속마음을 국가기구가 재단하고, 심지어 사회적 발언이 가능한 직업과 신분까지 판단하려 든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참여연대와 유권자네트워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이 방침은 곧 대다수 네티즌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김제동 같은 이는 안경을 벗고 옷깃으로 얼굴을 가리고 투표 인증샷을 찍어 트위터에 게재하기도 했죠. 심지어 여당 의원조차 ‘선관위가 제정신이냐’고 질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선거결과는 모든 네거티브 공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물론 당신의 말할 권리’가 왜 소중한 지를 일깨워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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