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02월 2011-02-01   1535

서평-자유전쟁

 

자유전쟁

『자유전쟁』
조지 레이코프 지음
나익주 옮김
프레시안북  2009. 05.

테레사 자유기고가

인지과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꿈을 꾸었다. 그의 책을 막 끝낼 참이었는데 연거푸 같은 인물에 대해 세 번의 꿈을 꾼 것이다. 꿈속에서 또 꿈을 꾼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 심지어 나는 (꿈속의)그의 이름을 공중에서 큰소리로 세 번이나 불러댔다.

  어딘가 숨어있던 그는 나의 부름에 답하였다.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꿈속의 나는 꿈 속에서도 그것이 꿈임을 자각한 것이다.

  도대체 꿈은 왜 꾸는가? 내 인생의 3분의 1이 꿈이라면, 이것은 종으로서 인간의 삶에 어떤 이점이 있는가? 진화론자들이라면, 꿈이 인간 종의 생존에 아무런 득이 될 것이 없다면 꿈꾸는 인간은 결코 오늘날까지 자손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며, 따라서 현재 당신이 꿈꾸는 인간인 것은, 틀림없이 꿈꾸는 당신의 조상이 생존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꿈속까지 찾아온 레이코프의 자유전쟁은 우리가 어떤 꿈을 꾸어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자유의 텅 빈 공간을 두고 벌이는 진보와 보수의 전쟁

조지 레이코프는 ‘프레임전쟁’과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로 널리 알려진 진보적 인지과학자(언어학자)이다. 여기서 잠깐 위키피디아에 실린 인지과학에 대한 설명에 따르면 인지과학은 ‘크리스토퍼 롱게히긴스’가 “인공지능 분야의 최신 연구 내용을 담은 ‘라이트힐 보고서 해설 1973년 판’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라고 한다. 인지과학이 사람이나 동물의 마음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보니, 심리학, 철학, 신경과학, 언어학, 인류학, 전산학, 사회학, 생물학 등 여러 분야의 학문과 두루 연관이 있다. 조지 레이코프는 인지과학의 한 분야로서 언어학을 연구하는 학자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의 제목이 『자유전쟁』이다. 전쟁 그것도 자유를 두고 벌이는 진보와 보수의 무자비한 싸움이라니…….  왜 굳이 전쟁이라고 표현했을까 하는 궁금증은 책을 읽어보면 짐작할 만하다.

  그에 따르면 자유는 본능적으로 우리 신체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우리가 자유롭지 못하거나 자유로운 상태를 언어로 표현할 때 그것이 우리 신체의 어떤 상태로 은유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속박으로부터 벗어난다.’라든가 ‘사슬에서 풀려난다.’라든가……. 그러고 보면, 자유는 너무도 당연한 인간 존재의 상태여야 하므로 좌와 우가 부인할 수 없는 ‘단순한’ 자유가 있다는 말은 자연스럽게 들린다.

  그러나 자유에는 빈 공백이 있으므로 그것을 어떤 개념으로 채우느냐는 상당히 다른 문제다. 여기서부터 우리의 자유전쟁은 시작된다. 레이코프에 따르면 진보주의자의 우(愚)는, 보수주의자들이 자유를 말할 자격이 없으며, 자유는 당연히 진보적이라고 사고하는 데 있다.

  미국의 건국에서부터 자유의 개념은 진보적이며 보수주의자들은 자유를 논하기에는 비열하고 부도덕하기 때문에 “감히”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아니 설령 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수긍할 만하다. 진보주의자는 자유를 자신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해왔으며 따라서 보수주의자에 대해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고 또 실제로  그래왔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보수주의자들은 너무도 교묘하게 자유의 개념을 뒤바꾸어 왔다. 당연하고 선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수를 쓰지 않아도 자유의 개념은 “그대로” 진보적 가치로 진보주의 진영에 오롯이 머물 것이란 안일한 사고는 자유전쟁에서 진보주의자들의 패배로 귀결됐다.

  도덕성이 인간이성의 산물이라기보다는 감정과 관련 있다는 지적은, 그래서 솔깃하다. 사람들은 삶의 여러 면에서 이중적이다. 한편으로는 진보적 가치를 드러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보수적 가치에 따른다. 가정에서는 가부장적 위계질서에 익숙하면서 일터나 사회적 관계에서는 진보적 가치에 경도되는 경우가 있다. 아니면 환경문제에서는 진보적이지만 재산권이나 노동문제에서는 보수적일 수도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우리 마음속에 이미 어떤 가치에 대한 개념을 내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지점에서는 진보적 가치에 또 다른 어떤 지점에서는 보수적 가치가 내 마음 속에 틀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행동은 결국 이성에 근거한 논리보다 이와 같은 개념 틀에 근거하여 이루어진다는 것. 자유를 선취할 아무런 자격이 없는 보수주의자들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다.

  레이코프는 누구보다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수년간 연구해온 과학자이기에 그의 주장은 단순한 주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현상에 대한 해석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일방적 주장이나 개인적 경험만으로는 어림없다. 가설이 엄밀한 실험과 논증을 거쳐 이론이 되는 것이라면 레이코프의 과학자적 입지와 태도는 자유개념 전쟁에서 우리를 설득하는데 더욱 효과적이다. 

  나는 본래적 의미의 자유-레이코프 식으로 말하면 단순한 자유를 원한다. 그것의 빈 공간은 진보적 가치로 채우고 싶다. 그것은 인류라는 종이 그토록 많은 종들 사이에서도 고립된 개체가 아니라 사회를 이루고 사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고, 그래서 사회를 이루는 것이 우리 종족의 생존에 어울리는 것이라면,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배제하고 일부만 살아남는다는 것은, 우연한 세포에서 시작해 오늘날의 우리의 모습이 되기까지 너무도 많은 것들에 빚진 사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한정된 우주의 자원을 골고루 나눠 갖는 것은, 우연히 기회를 얻어 오늘날 이토록 많은 개체수로 지구 곳곳을 파고든 우리 종족들 때문에 사라지고 줄어든 다른 종들에 대한 기본적 예의라고 생각한다. 

  돈이 없다면 자유가 없다. 당연히 가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등  많은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난한 사람이 절제력이 부족해 가난한 것인가?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도로를 건설하고 유지하고, 인터넷기반을 만들고 수자원을 관리하고 전기시설을 유지한다. 부자들은 이런 시설들을 가난한 자들보다 더 많이 이용한다. 기회 역시 가난한 자는 부자보다 잡기 어렵다.

  진보주의자들이 도덕적 우월성이나 자유의 본래적 개념에 머물러 있기만 하다가는 큰코다칠 판이다. 아니 이미 큰코다치고 있다. 개념에서 지면, 자유를 두고 벌이는 전쟁에서 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섬뜩한 경고의 책이다.

 

테레사의 후기

누군가의 칭찬에 그리 민감한 편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님을 발견하고, 적잖이 당황했다.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여 폐쇄 직전인 내 블로그에 누군가 댓글을 남겨 놓은 것이다.

  솔직히, 이런 칭찬이든 비난이든 댓글자체가 전무인 곳으로 이렇게 찾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댓글을 남긴 이가, 그것도 칭찬이라고 함직한 글을 남겼으니 말이다. 그 뒤로 블로그에 좀 더 자주 글을 남겨야겠다거나 읽은 책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메모 수준이라도 독후감을 남겨야겠다고 다짐하였으나, 작심 한 달도 못돼 흐지부지되었다. 물론 그간 완독한 책들이 별로 없어서이기도 하다.

  어찌된 영문인지 얼마 전부터 읽고 있는 배수아의 『올빼미의 없음』은 거의 진도가 나가지 않아 무슨 의민가 고민하다 잠들기 일쑤고, 박민규의 『더블』은 장정이 너무 마음에 안 드는 데다 내용도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실은 새로운 글쓰기의 시도라고 볼 만한 작품들이 나와는 안 맞는 모양이라는 점을 고백하는 편이 좀 더 정직할 것이다.

  고전적인(이게 사실 뭔지 나도 잘 모르겠다만) 방식의 작품들-『근처』, 『누런 강 배 한 척 정도』, <아스피린> 정도는 뭐 봐줄만하다- 빼고는, 나로서는 그저 그랬으니 말이다. 나도 나이가 드나 보다. 책읽기에서조차 보수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는 걸 보니. 해서 오래 전에 읽었지만, 내 인생(!) 최고이자, 유일한 댓글이 달린 『자유전쟁』을 여기 소개하기로 하였다. 이 책은 최근 『자유는 누구의 것인가』(웅진지식하우스)로 재출판 되었음을 알려드린다. 그리고 이번 호까지 지루한 제 독후감을 읽어주신 『참여사회』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 2010년 9월호부터 연재된 테레사 님의 서평이 2011년 2월호로 끝나기에 독자들께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소설과 삶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해주신 테레사 님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참여사회』 편집팀 –

 

 

-테레사의 책-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저
이한중 역 | 한겨레출판
2010. 01

『연애』
생존기계가 아닌 연애기계로서의 인간 (개정)
제프리 밀러 저/김명주 역
최재천 감수
동녘사이언스
2009년 01월

『레볼루셔너리 로드』
리처드 예이츠 저
노블마인
원제 Revolutionary Road (1961, 1989)
2009년 02월

『어두운 가로수 길』
이반 부닌 지음
김경태 옮김
지만지고전천줄
2008.09.15

『오늘을 잡아라』
솔 벨로 지음
양현미 옮김
민음사
2008.02.29

『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네거트 지음
김한영 옮김
문학동네
200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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