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03월 2012-03-06   1200

나라살림 흥망사

올림픽의 빛과 그림자

 

 

정창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스포츠 정신을 이야기할 때 근거로 드는 것이 올림픽이다. 타락하고 승부에 집착하는 스포츠 현실을 개탄하는 사람들은 항상 고대 올림픽의 순수성을 되찾자고 한다. 고대 올림픽은 기원전 776년부터 기원후 393년까지 무려 1200년간이나 열렸다.

 

고대 올림픽은 ‘순수’ 했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대 올림픽은 순수한 아마추어의 무대가 아니었다. 물론 원칙은 건전한 스포츠 정신이다. 그래서 고대 올림픽에서는 첫날 모든 선수와 심판들이 올림피아의 평의회장 앞에 있는 ‘서약의 제우스’상 앞에서 부정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선서했다.

  이것은 각종 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을 반증한다. 실제로 올림피아에는 많은 제우스 동상 받침대가 남아 있는데, 이것은 부정을 저지른 자가 낸 벌금으로 제작된 것이었고 동상마다 그 이유가 적혀 있다.

  대표적인 부정은 뇌물을 먹이거나 국적을 속이는 것이다. 112회 올림픽(기원전 332년)에서 아테네의 5종경기 선수가 상대에게 뇌물을 주었다가 발각돼 벌금을 냈다. 재미있는 것은 아테네인들이 이 벌금을 취소하라며 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돈에 매수되어 국적을 바꾸었다가 본국에서 추방당한 선수도 있었다.

  아마추어 정신을 철저히 지킨 것도 아니었다. 출전 선수들은 월계관을 쓰는 영예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 월계관은 귀한 집안의 자제가 금으로 만든 낫으로 직접 자른 것이었다.

 

우승이면 한 방!

문제는 돈이 걸려 있다는 사실이었다. 각 폴리스는 우승을 독려하기 위해 우승자에게 막대한 특전을 부여했다. 동상을 세워주기도 하고 아테네에서는 상금과 함께 평생 공짜 식사를 제공했다. 아테네의 솔론 시대에는 올림피아 제전 경기에서 우승한 사람에게 500드라크라를, 지방 경기에서 우승한 사람에게 100드라크라의 포상금을 주었다. 1드라크라는 양 한 마리 혹은 곡식 1메딤도스의 가치가 있었는데, 500메딤도스의 땅을 가진 사람이 상류층이었다고 하니 경기에서 한번만 우승해도 당당히 상류층으로 편입할 수 있었다. 이 포상금은 훗날 나라 간의 경쟁이 격화되자 3000드라크라까지 치솟았다.

  선수들은 다른 경기에도 출전해 막대한 돈을 벌었다. 당시에는 올림픽 말고도 경기대회가 많았다. 한 도시에 하나 이상의 경기대회가 있었으며 아테네나 스파르타 같은 곳에서는 수십 개의 경기대회를 개최했다. 도시마다 우수한 선수를 유치하기 위해 상금을 내걸었고 당연히 이를 노리는 전문 직업 운동선수들이 등장했다.

 
  한마디로 프로선수가 등장한 것인데 그 수가 상당했다. 특별히 프로와 아마추어의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선수들 대부분이 프로화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처음에는 상류 계급에 한정되던 출전 자격이 외국인은 물론 하층 계급까지 확대되었다. 엄청난 돈과 신분상승, 그리고 국가의 위신. 엄밀한 의미에서 고대 올림픽 선수들은 아마추어 정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쟁도 부르는 올림픽

 
우리는 올림픽 기간만큼은 ‘올림픽 휴전’이라고 해서 전쟁도 중지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쟁이 많았다. 폐르시아 전쟁과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그 예다. 엘리스와 피사의 전쟁과 같이 심한 경우도 있었다. 올림픽은 본래 피사에서 열리다가 후에 올림피아가 있던 엘리스에서 개최되었다. 피사는 주최권을 되찾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가 패해 폐허가 되고 말았다. 올림픽 주최권 문제가 전쟁을 부른 것이다.

  관계자만 4만 명이 모이는 큰 행사였기 때문에 다른 목적을 가지고 모여든 사람들도 많았다. 정치가들은 자기 세력을 과시했고 선수를 매수하기도 했다. 웅변가, 시인, 평론가, 예술가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돈을 벌기 위해 모여 들었다.

 

초기 정신 살리고, 경제성은 재고 해야

 
결국 돈, 명예, 정치를 떠난 ‘순수’한 올림픽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소망이었을 뿐이다.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은 올림픽의 초기 정신이다. 올림픽의 초기 정신은 전쟁을 중단하고 세상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제전을 개최하여 우정을 두텁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올림픽 개최지는 신성 지역으로 구분되어 성을 쌓지도 못하고 무기를 가지고 들어올 수도 없는 중립 지역으로 선포되었다.

 
  다원주의를 원칙으로 했던 올림픽이 중단된 것은 그리스가 로마에 합병되고 나서도 400년이 지난 395년이었다. 기독교를 로마제국의 국교로 정한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올림픽을 이교도들의 종교 행사로 규정해 폐지한 것이다.

  1500년 후 쿠베르탱은 전쟁 등으로 피폐해진 유럽의 평화를 위해 올림픽을 다시 창시했다. 쿠베르탱은 고대 올림픽 대회가 외부 세력들이 올림픽 정신을 좀먹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IOC(국제올림픽위원회)를 만들었다.

 

  평창올림픽 유치에 온 국가가 총동원되었다. 그런데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이유가 스포츠 정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경제적 이익만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나마 경제성도 없이 세금만 축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금까지 흑자를 본 올림픽이 LA올림픽 한 번 밖에 없다. 지금이 고대 그리스보다 더 나은 상황일까. 무지와 방관 속에서 역사의 흥망은 반복되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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