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09월 2012-09-05   1342

[특집] 민생苦: 조국의 미래는 밝다

조국의 미래는 밝다


장윤수 무직무산자
 

독일제 차들로 그득해 차를 타는 것보다 걸어가는 것이 빠른 도산대로에 서 있노라면, 이 땅은 평생을 조국과 민족에 헌신한 영도자들의 큰 뜻에 쉽사리 갚기 힘든 은혜를 입었음을 깨닫습니다. 누구나 노력하면 스포츠카를 탈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회.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입니까? 우리의 영도자들이 모두가 공평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경제, 고루 잘 사는 사회를 위해 밤을 새우며 고민해 주시는 덕분입니다. 그 덕에 무능력한 당신도 꿈을 꿀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도시 근로자 월 평균 소득 400만 원을 기준으로 한푼도 안 쓰고 열심히 저축해서 딱 10년만 모으면 당신도 섹시한 이탈리아산 종마 페라리를 탈 수 있습니다. 보험료와 유지비는 그 때 가서 생각하세요.

 

하지만 아직 넘어서야 할 벽이 많습니다. 우리는 손에 손 잡고 벽을 넘어서 지혜로운 지도자와 열심히 일하는 국민으로 가득 찬 선진 조국을 만들어야 합니다. 스스로를 개혁하여 선진 국민이 됨으로써 우매한 우리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는 지도자들의 열과 성의에 보은해야 하는 것이지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북으로는 북괴 마귀들이 막고 있는 좁은 땅을 극복하고자 건설사들과 정책을 입안하시는 분들은 늘 고민과 노력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매한 대중은 자연히 오를 수밖에 없는 집값을 비난하며 보금자리 주택이나 실효성 있는 집값 안정책을 내놓으라 징징댑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십시오. 유사 이래 가격이 오르지 않은 물건이 없거늘, 어찌 땅값이라고 그대로일 수 있겠습니까? 집값이 비싸다면 그 동네를 떠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간명한 해결책이지 않겠습니까? 서울에 들어찬 사람들이 낙향하여 사대강 정비 사업의 수혜를 누리며 특용작물을 재배한다면, 국가경쟁력이 강화되고 삶의 질이 올라갈 것은 명약관화입니다. 상상만 해도 흐뭇하건만 다들 아이 같은 투정만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개탄스러운 상황입니까?

이런 대중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이끌어주시는 지도자들께서는 늘 아버지, 어머니처럼 자애로우십니다. 우매한 군중들에게 낙심하거나 환멸하기는커녕 그런 이들을 계몽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지요. 그 노고가 어찌나 감동적인지, 어쩌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은 서울의 인구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함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사실 집 지어주고 가격 낮춰주고 어쩌고 하는 일은 너무 직접적이라서 세련되지 못하지 않습니까? 사람이 살 수 없는 정도까지 집값을 올려 떠나게끔 만드는 우회적인 방법. 이 얼마나 우아한가요? 은유의 우아함, 그리고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 ‘말하지 않아도 아는 정’을 정책에도 실천하는 지도자들의 품격이 아름답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국격’ 이지요. 그렇기에 전 살고 있는 옥탑이 내년이면 가격 상승으로 인해 재계약이 힘들 것이란 점에 대해서도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 이 모두 깊은 뜻이 있기에 그러한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런 속 깊은 배려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급증, 실업률 상승, 물가 상승을 운운하는 우민들의 투정은 그치지 않습니다. 어찌나 우매한지 우리의 지도자들이 어찌 할 수 없다는 사실마저 모르는 것이지요! 만악의 근간은 세계 경제 불안입니다. 저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혼란을 본보기 삼아 이 정도에 그치는 것을 다행히 여겨야 합니다.

선진 시민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가계부채는 말 그대로 가정의 빚입니다. 가정 경제의 불안은 가정이 만든 일입니다. 가정의 소비욕이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보다 과열되었기에 발생하는 문제이지요. 정부 정책이 잘못 되었다고 불평할 시간에 잠을 쪼개어 투 잡, 쓰리 잡을 합시다. 열심히 일하고, 덜 먹고, 옷은 기워 입고 저축하며 살면 가계부채는 자연히 해결될 것입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비록 피곤하긴 하더라도 벌레를 하나 더 잡습니다. 여러분의 부채는 게으른 당신 때문입니다. 결코 적금 이자율과 임금상승률을 넘어서는 물가상승률 때문이 아니다, 이 말입니다. 자, 이제 납세하고 우리의 자애로운 영도자들이 모두의 행복을 위해 내놓은 정책과 법제를 따릅시다.

광화문거리 가득 활짝 핀 웃음꽃을 보고 있노라면 감격에 젖습니다. 눈물로 가득 찬 과거와 결별하고 평화가 도래할 수 있었음에, 우리나라가 세계 선진국가로 온전히 나아가고 있음에, 사랑과 영광이 이 땅에 충만하며 오래도록 변치 않을 것이란 믿음을 얻을 수 있음에 감격에 겨워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 할 것을 굳게 다짐하게 됩니다. 아아 대한민국, 아아 우리 조국, 아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장윤수

28세. 남자. 대한민국인. 병장 만기 제대. 미혼. 무직. 옥탑 거주. 그리고 소시민. 그저 단어들의 나열이건만 적고 보니 왜 이리 슬픈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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