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10월 2012-10-08   1195

[특집] 새로운 기업을 상상해 봐!

새로운 기업을 상상해 봐!
자본의 기업이 아닌 사람의 기업, 협동조합
김현대 한겨레신문사 선임기자

 

시장 안에서 작동하는 야누스 기업

“협동조합은 두 얼굴의 야누스이다. 시장 안에서 작동하고 그 원리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협동조합은 경제적 차원의 기업이다. 경제 외적인 목적을 추구하고 전체 사회에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협동조합은 사회적 차원의 단체이다. 협동조합 기업의 지배구조가 난해한 것은 이처럼 시장 코드와 사회적 코드라는 이중의 상징 코드가 정체성을 이루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은 시장의 반명제가 아닐뿐더러 시장경제를 전제로 한다. (미국에서 협동조합 운동을 반시장적이라고 비난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던 것은) 시장경제와 자본주의경제를 같은 것으로 보는 심각한 개념적 혼선 때문이다.”

  이탈리아 볼로냐대학의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는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에서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기업(영리 기업)과 다른 형태의 기업’이고 ‘시장 경제에서 작동’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협동조합은 누구의 것?

협동조합은 흔히 ‘이용자 소유기업’으로도 정의된다. ‘투자자(주주) 소유회사’인 영리기업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주주가 주인인 자본주의 영리기업은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고, 적자생존식 경쟁을 불가피한 요소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협동조합에서는 소비자와 공급자 또는 노동자들이 조합원 곧 소유자로 참여한다. ‘자본’의 투자자가 아니라, 기업 활동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주인이다.

  따라서, 협동조합의 목적은 ‘주주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이용자 편익 극대화’이다. 소비자 조합원들에게는 가장 싼 값에 물건을 공급하고, 농민 조합원들의 생산물은 가장 비싼 값에 사들인다. 이런 식으로 협동조합은 스스로 이익을 남기지 않는 ‘원가경영’을 추구한다. 또한,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의 ‘공동행동’을 통해 영리기업과 맞서는 경쟁력을 확보한다. 

 

자본주의 기업식 투자이윤은 0원, 대신 사회적 이윤!

조금 쉽게 표현하면, 협동조합은 약한 사람들 여럿이 함께 벌이는 사업체이다. 혼자서는 독점의 힘에 맞설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협동조합은 자본보다 사람을 앞세우는 기업이다. 사람이라는 가치의 힘으로 농민과 소비자, 노동자들의 강력한 공동행동을 조직화한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성격에 따라 소비자협동조합, 생산자협동조합, 금융협동조합, 노동자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등으로 나뉜다. 이러한 협동조합들이 시장에서 작동하는 원리를 조금 쉽게 정리해 보자. 논리는 간명하다. (다른 모든 비용이 0원이라고 가정할 때) 자본주의 기업에서는 노동자 임금 75원을 지불하고 100원의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한다. 이렇게 해서 25원을 남기면 자본가가 투자이윤으로 가져가는 구조이다. 소비자협동조합에서도 노동자 임금 75원은 그대로다. 유일하게 달라지는 것은 자본가의 몫이다. 투자이윤 25원이 통째로 0원으로 줄어든다. 그만큼 가격을 낮춰 조합원인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게 된다. 농민들의 생산자협동조합이라면, 25원을 농산물 값을 더 비싸게 사주는 쪽으로 지불할 것이다. 노동자협동조합은 노동자들의 급여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재원으로 돌릴 것이다. 신용협동조합에서는 대출금리를 낮추거나 예금금리를 높이는 쪽으로 25원을 쓰게 된다. 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장애인을 더 고용할 것이다. 

  현실의 소비자협동조합(우리의 생협)은 주주이윤이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것 말고도 결정적인 경쟁 우위 요소를 갖추고 있다. 조합원이 곧 고객이니, 가장 충성심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 유치에 들어가는 광고홍보비를 확 떨어뜨릴 수 있다. 가게가 구석진 곳에 있어도 조합원이 제 발로 찾아온다. 임대료도 줄일 수 있다. 

 

협동조합, 이래서 좋다,

역사적으로 협동조합은 19세기 중반 이후 유럽에서 태동해 성장했다. 경제적 독점의 피해자인 소비자 서민, 공장 노동자, 그리고 농민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하는 ‘공동행동’에 나섰다. 스스로 시장지배력을 키워 제 몫을 지키자는 경제적 행동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협동조합 자체의 기업 경쟁력이 평가받고 있다. 소비자 영역에서는 협동조합이 자본주의 영리기업보다 더 뛰어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 2008년과 최근의 경제위기에서는 협동조합 금융이 위기의 안전판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협동조합 금융이 예금 은행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진보적 사회운동을 이끌어나가는 협동조합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협동조합 운동은 소득 분배의 불평등을 완화하고 민주주의 확장에 기여하는 한편 시민의 신뢰 네트워크라는 사회적 자본을 창출하고 있다. 시혜적인 재분배 복지와 달리, 협동조합이 사회적 약자가 생산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도 적극적으로 평가받는다.

 

지금 우리에게 협동조합은?

우리 시대의 화두는 경제민주화와 복지이다. 지금까지 1%의 독점을 극복하자는 경제민주화 요구에 대응하는 재벌과 대기업의 전횡을 극복하자는 법제도 규제로 주로 표출되고 있다. 하지만, 규제는 기껏해야 많이 뺏긴 것을 덜 뺏기게 하는 것이지, 내가 정당하게 가져야 할 몫을 충분히 가지게 하는 장치는 아니다. 복지는 도덕적 해이와 무임승차의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다. 무엇인가가 빠져있다.

  협동조합을 외치는 데는, 99%의 경제적 약자들 자신에게서 나오는 공동행동의 힘을 조직화하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협동조합의 힘은 생산적인 복지를 작동시키고, 대기업 규제의 효과도 배가시킨다. 협동조합은 소박하고 정직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적 삶의 기회를 열어준다. 일터에서도 적극적 자유를 누리고자 하는 억누를 수 없는 갈망을 깔고 있는 것이다. 승자독식을 신조로 삼는 천박한 자본주의 영리기업만 있는 대한민국이 오히려 외눈박이 세상이다. 

  협동조합을 절박함과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면서도 어렵다는 뜻을 담고 있다. 두 사람 동업도 하지 말라고 우리 스스로 치부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던가? 더욱이, 협동조합은 외부 자본 조달에 불리하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그로 인해 정체성 위기를 겪기 십상이고, 시장 코드와 사회적 코드의 두 마리 토끼 중 하나를 놓칠 위험성을 항상 안고 있다. 하지만,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순간, 협동조합은 이미 협동조합이 아니다. 

 

김현대
한겨레신문사에서 창간 때부터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평생 농업농촌기자의 꿈을 꾸면서, 협동조합과 작은학교 살리기를 키워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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