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11월 2012-11-05   1592

[상담] 이제는 어머니와 화해하고 싶어요

이제는 어머니와 화해하고 싶어요.

제목 없음    김남훈 프로레슬러, 육체파 지식노동자

 
Q 아이를 키우는 30대 중반 여성입니다. 저는 맏이라는 이유로 어머니의 기대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린 시절엔 늘 야단을 맞으며 자존감이 무너지곤 했죠. 그리고 맞이한 사춘기는 너무 외로웠고, 두려웠고, 비관적이었습니다. 어머니와의 갈등 속에서 이해받거나 존중받지 못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죠. 저는 모범생이나 착한 딸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어머니는 ‘당연히 이 모든 갈등의 원인은 너’였다고 생각하세요.

  그런데 제가 엄마가 되고 나니 어머니를 이해하기 보다는, 오히려 어머니가 어린 나에게 너무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나 인간관계에 대한 서적, 다큐멘터리 등을 챙겨보는데, 볼수록 어머니와의 갈등은 그 원인이 내가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난 정말 잘못 자란 사람이구나, 내 자존감은 짓밟혔었구나, 어머니는 어린 나에게 그렇게 대하면 안 되는 거였구나, 라는 피해의식 속에서 헤어날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환갑이 넘어서도 여전히 저에 대한 태도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머니에게 사과를 받고 화해하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어린 시절의 저를 위로받고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모녀간의 따뜻하고 정상적인 대화를 이끌어 갈 자신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부모와 맏이의 관계는 특별합니다. 서로 처음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아이의 탄생으로 시간 또는 자신만의 일을 잃게 되는 우리의 어머니 세대가 느끼는 결핍감은 그대로 맏이에게 투사됩니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커주길 원하는 거지요. 저는 고등학교 때 부모님과 틀어졌는데, 서로 포기해서 편해지고 다시 인정을 받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물론 시간이 흐른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저희 부모님은 시골에서 장사를 하시던 분들이라 왁자지껄하면서 속에 있는 말 다 털어놓고 푸는 스타일이라서 금방 싸우고 금세 눈물 흘리며 화해하곤 했지요. 

 

사연을 보내주신 분께서는 자신이 그런 결핍 때문에 틀어졌고 그건 어머니의 잘못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서 어머니가 잘못했다는 확신이 더욱 짙어졌습니다. 사실 이 결핍의 원인을 찾아 조금이라도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구성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쉽지도 않고 그 과정 또한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겠지요. 타인과 대화와 화해하는 첫 번째 요건은 자신의 불완전성을 인지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연을 보내주신 분께서는 이미 어머니의 잘못을 분석하고 평결을 내리셨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화해가 정말 가능할까요? 그리고 또 하나, 자신의 육아에 대해서 정말 확신을 하십니까? 그리고 그 확신은 한 세대 전 어머님이 가졌던 확신과 정말 다를까요? 어느 날 본 거울에서 어머님의 얼굴이 나타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머니에게 사과를 받기는 힘들 수도 있습니다. 사실 그런 답답함은 저도 느낍니다. 그런데 이 답답함은 아이가 커가면서 자신의 유년 시절과 비교가 되면서 더욱 심해질 겁니다. 그때부터는 어머니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문제예요. 아쉽게도 단 한 번에 모든 것이 해결되는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주 조금씩만 어머님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으세요. 그리고 조금씩만 가까이 가시구요. 제가 장담을 해드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렇게 내려놓고 가까이 가시는 것만으로도 지금보다는 본인의 기분이 조금은 편안해 질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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