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11월 2012-11-05   1478

[특집] 농업은 백년대계

 

농업은 백년대계

유재흠 부안에서 농사짓는 농부

 

 

백 년도 짧다. 사실 농업 계획은 한 천년 쯤 내다보고 세우는 것이 옳다. 하지만 정책 수립은 실현 가능성도 중요하기 때문에 우선 100년을 내다보는 농업 정책을 세워보자. 

  
  질곡 많은 세월을 견뎌온 우리 농업의 성적표는 그리 좋지 못하다. OECD 국가의 식량 자급률은 프랑스 320%, 독일 150%, 미국 125% 등으로 높지만 우리는 23%에도 못미치는 최하위 수준이다. 그나마 식량 자급률은 해마다 1% 가까이 떨어지고 있다. 올해 쌀 자급률은 70% 대로 떨어질 것이다. 반면, 비료와 농약 사용량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또 가격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농지는 해마다 줄어들고, 농사짓는 사람이 아니어도 농지 소유가 자유롭다. 

  호남의 농지 임대료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편에선 시설과 농지가 집중되어 기업농이 생기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평균 경작 면적 이하의 소농들이 고령화의 길을 걷고 있다. 공동체는 붕괴되었고 중소농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백 년을 내다보는 농업 정책을 세우자

농업은 좋은 농지, 탄탄한 기반시설, 건전한 사고를 가진 농민이 있어야 유지될 수 있다. 비료와 농약에 찌든 흙에서 좋은 먹거리가 나올 수 없다. 화학비료에 의존하면 화학 농약의 사용을 피할 수 없다. 세계에서 질소 사용량이 가장 높았던 네덜란드가 대대적인 토양 관리를 통해 질소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농지의 안전성을 이룬 사례는 귀감이 되고 있다. 30년 동안 오염된 농지를 다시 살리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좋은 토양을 만들지 않고서는 100년 농업을 보장할 수 없다.

  
  현재 농산물을 보관하는 각종 창고는 불안정하다. 1950~60년대에 지어진 창고도 많고 최근에는 대부분 얇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을 넣은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하고 있다. 이 경우 화재에 취약하고 내구성이 약해 문제가 된다. 경지정리율이 90%에 달하지만 노후한 농수로는 엄청난 양의 물을 헛되이 흘려보내고 있다.  밭 기반 정비는 더욱 낙후되어 있다. 낡은 농수로와 창고를 대대적으로 보수하고 밭도 수리 안전시설을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  

 
  지난 20년간 농사를 지으면서 만났던 농민들의 상당수는 피해의식에 시달리고 있었다. 농업이 경쟁에서 뒤떨어지고, 생산비는 치솟는데 턱없이 모자라는 값을 받아왔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농민들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고 좋은 먹거리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친환경 농업은 지금도 참 어렵다. 하지만 친환경 농업이 되지 않고서는 100년 뒤 국민의 건강을 기약하기 어렵고, 이는 사회구성원 재생산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곧, 건강한 사회를 담보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상품이 아닌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부가 있어야 국민이 건강해진다. 현대인들은 먹거리를 통해 삶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소비하면서 죽어가고 있다. 100년 뒤 민족의 건강한 보존을 위해서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 농부들의 의식 혁명이 필요하다. 혹은 강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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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정책의 혁신을!

농산물 가격 예측을 위해 정부는 정밀하게 시장을 관리해야 한다. 계약 재배량을 절대적으로 늘리고 농협의 역할을 강화하면 가능하다. 가격 안정 기금을 충분히 확보하여 국가의 농산물 시장 개입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필수 농산물에 대한 계약재배를 철저히 추진하여 10년 정도 훈련을 한다면 농민들도 계약재배 방식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주요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의 수는 10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농업 관련 공무원과 농협을 적극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직접지불제와 농가경영체 등록사업과 같은 정책 수단도 있다. 이러한 제도를 계약재배와 연계하면 그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농지를 보전하고 경자유전의 소유구조가 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필자가 알고 있는 지금의 농지 소유 구조는 거의 봉건시대 수준이다. 재촌지주와 부재지주들이 소유하고 있는 땅이 절반이 넘는다. 조선 시대 때 국가권력이 약해지면 나타났던 병작반수제(농사를 지어서 지주와 소작인이 반씩 나누는 제도. 이때는 그래도 지주가 퇴비와 일소를 빌려 주었다)도 성행하고 있다. 국가가 재정에서 생산자에게 직접 소득을 지원하는 정책인 직불제를 악용하여 임대료를 늘리는 편법도 극성이다. 봉건적 구조이다. 혁명을 통한 농지개혁이 불가하다면, 국가의 정책 수단을 동원하여 소유구조 개편을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의 농지 소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농지에 대한 관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임대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편법적인 인상을 막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가가 농지를 직접 소유하고 관리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농촌 사회의 역동성이라면 위기 극복 OK!

최근 베이비 붐 세대의 귀농 귀촌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농촌 내에서 자체적인 세대교체가 어렵다면 귀농자들은 매우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개별적인 귀농은 실패하기 쉽다. 소비자 조직, 기업 등에서 귀농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준비하고 농협, 영농법인 등 현장조직과 연계한다면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한국 농민들은 역동적이며 적극적이다. 뛰어난 대응 능력과 타고난 성실함으로 필요하면 아스팔트를 갈아서라도 벼를 심을 수 있을 것이다. 100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짜면 농업의 유지가 가능하다. 농촌 공동체의 회복은 덤으로 따라온다.  

 

유재흠

26살에 농사를 시작하여 현재 46살이 되었음. 한눈 안 팔고 쭉 농사를 지어 왔음. 농사를 지어서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 친환경 벼농사와 밀 농사를 짓고 있음. iCOOP생협 생산자 회원. 미래영농법인 이사, 부안군 우리밀법인 이사로 일하고 있음.
010-5382-4571. chdd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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