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12월 2012-12-12   1516

[기획] 참여사회연구소 대담 – 전 소장이 묻고, 현 소장이 답하다

참여사회연구소 대담
전 소장이 묻고, 현 소장이 답하다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가 16주년, 참여사회연구소에서 발간하는 계간 학술지 『시민과 세계』가 발간 10주년을 맞았다. 이와 함께 2009년 이래 참여사회연구소 소장 직을 수행해온 조흥식 교수가 지난 달로 임기를 마치고 홍윤기 교수가 새롭게 소장을 맡아 참여사회연구소를 이끈다. 조흥식 전 소장과 홍윤기 신임 소장의 대담을 열어 참여사회연구소의 그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들어보았다.
                                                                                                                                              
대담   조흥식(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홍윤기(동국대 철학과 교수)
일시   2012년 11월 26일
정리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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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식  참여사회연구소(이하 연구소) 7대 소장이 되셨다. 축하드린다. 연구소 16주년을 되돌아보고 신임 소장의 구상을 묻고자 오늘 대담을 진행하게 되었다. 우선 연구소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 달라.
홍윤기  처음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으로 활동했었다. 이병천 전 소장의 제안으로 『시민과 세계』를 창간할 때 연구소에 합류하게 되었다. 사실은 시민운동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도 형님들 사랑방에 놀러온다는 생각으로 연구소에 드나들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학문적 성과와 사회적 의식을 접목하는 분들이 모여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 곳이니까 편하고 좋은 사람들이 많아 계속 나오게 되었다. 이곳에 오면 열심히 뛰는 분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흥겹다. 연구소 선생님들께서 학문을 통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셨다고 생각한다. 그에 비하면 사실 저는 연구소 소장으로서 부족하다.
조흥식  『시민과 세계』 첫 호부터 지금까지 줄곧 공동 편집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오셨다. 경제학이나 사회학, 사회복지학 등 사회과학분야 연구자들로만 가득한 곳에 인문학자가 결합해서 연구소에 새로운 활기가 생겼다. 앞으로 연구소 활동에 감성과 철학이 더 풍부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참여연대, 그리고 참여사회연구소

조흥식  참여연대와 참여사회연구소의 관계가 중요하다. 초창기 참여사회연구소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였다. 참여연대의 부설 연구소로서 참여연대의 실천적 운동과 긴밀한 관계를 갖는 역할과 전면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연구자들이 이론적 분석과 철학성을 채워 넣고 외부 자원을 끌어들이는 데 기여하는 울타리로서의 역할. 최근 여러 가지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연구소와 참여연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가?
홍윤기  참여연대는 지적 자산을 바탕으로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해 기동성 있게 행동한다. 그 가운데 연구소는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틀을 잡아가는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참여연대도 20주년을 앞두고 있다. 각론보다 거시적 전망이 필요하다. 참여사회연구소는 참여연대의 부설기관이 아닌 병설기관의 입장에서 참여연대와 발맞춰 나가면서 거시적인 안목을 짚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연구소에는 재벌개혁과 같은 연구사적으로 다른 데서는 찾기 힘든 시각과 방법론으로 접근한 연구 업적들이 있다. 그런가하면 10년간 『시민과 세계』 발행을 계속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주 2회 시민정치시평을 발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연구, 중기적으로는 출판, 단기적으로는 시평으로 사회적 이슈에 관련한 여론을 형성하는 방식이 자리잡혀있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참여연대의 활동을 거시적인 안목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 문제는 참여연대의 활동 반경을 연구소가 어떻게 커버하고 지원하느냐다. 
  참여연대의 활동이 광범위하다보니 연구소의 연구 역량을 집중하는 데는 곤란한 측면이 있다. 특히 독자적인 펀드레이징 없이는 연구를 하기 쉽지 않은데, 연구의 폭이 넓다보니 펀드레이징이 어렵다. 우리 연구소에서 ‘시민정치’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는데, ‘시민정치’를 연구하겠다면 시민들로서는 개념부터 잘 잡히지 않아 모금이 힘들다. 이 부분을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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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무엇을 할 것인가

조흥식  제가 소장으로 임명된 2009년은 MB정부 집권 후 권위적인 정부로 후퇴하면서 진보적 학계나 시민운동계에 상당히 제약이 많아진 때였다. 그래서 참여사회연구소가 일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간 환경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 싱크탱크로서 성과가 있었다.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시민적 진보’라는 주제로 철학, 경제, 정치 영역에서 2012년 한 해 굵직한 심포지엄을 연속으로 진행했다. 최근에는 국내외 학자들과 ‘평화복지국가’ 담론을 가지고 큰 대화마당을 열기도 했는데, 이 장을 통해 평화와 복지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소장을 맡고 처음 한 일이 한국의 싱크탱크들을 방문한 것이었다. 그때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서 진보적 학문 연구의 폭을 넓히자고 제안했었다. 다들 동의했었지만 여건상 추진되지 못했다. 향후 연구재단이나 공동 컨소시엄 등을 통해 인력 풀을 넓히고 진보를 엮어내는 활동을 구체화시키면 좋겠다. 또 한 가지, 진보적 학문 후속 세대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고민했었다. 대학원생 세미나 등 나름의 시도를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여기서 어떻게 나아가면 좋을지, 홍윤기 선생의 신임 소장으로서의 비전이나 계획을 듣고 싶다.
홍윤기  공감한다. 필요한 일이다. 더불어 시민의 정치에 대한 열망을 담아 국가나 사회의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작업을 참여사회연구소에서 하고 싶다. 참여사회연구소에서 제시한 ‘시민정치’라는 개념과 닿는 연구다.
조흥식  어떻게 보면 시민정치라는 것이 참여사회연구소의 기조인 것 같다. 역으로 참여연대에서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에 대한 행동이나 계획에 대해 얼마만큼 동의하는지 파악하고 그에 대한 로드맵을 어떻게 세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홍윤기  그렇다. 시민정치나 시민경제 부분에서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정의평화복지국가, 소위 가치공동체로서의 국가에 대해 끊임없이 검증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권력 감시 활동을 계속하는 동시에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일반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정치적 자기 발언의 통로를 만들어주는 구도를 설계하여 외연을 확대시킬 수 있다. 제도정치권과 일상을 매개하고, 국회의원을 뽑는 것으로는 부족한 시민들의 허기를 채워 주고, 그리고 이것들을 어떻게 즐겁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화적인 부분에 대한 연구까지도 함께 하고 싶다.
조흥식  정치적 관심을 촉진하는 생활정치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인가.
홍윤기  그렇다. 낙천낙선운동은 시민들이 4년에 한 번씩 하는 선거로는 분출하지 못했던 불만들을 터뜨려주었던 예다. 우리나라 정당은 선거 때만 모이고 평소에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정치 매뉴얼을 제공하지 않는다. 시민들의 불만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대변 체제에서 대행·조정 체제로 가도록 시민정치에 직접민주주의적인 메커니즘을 덧붙인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설계해 제안하고 싶다.
조흥식  대선 이후 새 정부에서는 어떻게 활동할 전망인가.
홍윤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 공약한 일에 대한 진정성 체크가 필요하다. 이 점에 있어서 시민운동의 역할이 중요하다. 각 정당이 내걸었던 대북관계나 평화 문제, 경제민주화, 복지 문제, 이런 것들을 절대 놓치면 안 된다. 지키는지 아닌지 끝까지 검증하는 것은 시민이다. 참여연대 같은 종합적 안목을 가진 시민단체가 하나하나 체크하며 공약의 이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국민의 의사가 수렴된 지금이야말로 차기 정권이 누구든지 간에 계약서를 내밀고 지키라고 압박해야 할 때다. 이럴 때 참여연대가 권력감시를 뛰어넘어 평화복지 체제 구축을 추동하는 시민의 힘을 창출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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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연구자가 될 수 있다


조흥식
  참여연대 회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홍윤기  학문이 시민의 생활을 위해 뭘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젊었을 때 전태일이 죽어가면서 했던 ‘나에게 대학생 친구가 하나 있었더라면’이라는 말 한마디가 마음의 불을 지폈던 경험이 있다. 연구소의 구성원들이 전태일이 말한 ‘대학생 친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학에서 학문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뭘 해야 하느냐에 대한 제안이나 견책이 있다면 들려주셨으면 한다. 말하자면 시민 개방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이다.
조흥식  공감한다. 연구는 꼭 교수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윤구병 선생은 “만나는 사람들이 다 나의 스승”이라고 하셨다. 시민들이 연구자가 되고, 참여사회연구소 또한 실생활에서 나타나는 의문을 연구 주제로 삼아 시민에게 답하고, 그러면서 함께 답을 찾는 개방된 기회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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