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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녹색 악마가 됩시다 - 9.23 기후정의 행진에 부쳐

작성자
김태환
작성일
2023-09-16 01:01
조회
136

* 춘천에서 조그만 민박집을 운영하는 회원입니다. 

9.23 기후정의 행진에 함께 하고 싶은 마음 간절한데, 그 날은 이미 오래 전에 예약되어 있어서 참여하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그 날 예약한 손님이 취소하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이런 아쉬운 마음으로 숙소 청소를 하다가, 문득  제가  그 자리에 참여하는, 더군다나 감히,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요즈음 제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생각을 말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때 머릿속에 그렸던 말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막상, 글로 써보니, 역시나 어줍잖다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나서서 말을 전한다는 것,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녹색 악마'라는 말이 그냥 흘려 보내기에는 아깝다는 미련이 남아서, 늦은 밤, 이렇게  함부로 올려 봅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우리 모두 악마가 되자는 말을 하려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비해 세계 모든 나라들, 특히 우리나라 정부의 대응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미지근합니다. 이런 정부들을 지금처럼 놔둔다면, 지금의 기후 위기는 결국 기후 파국이 될 것 같은 불안한 마음도 듭니다. 그러니 이런 정부들을 혼을 내든, 바꿔내든, 갈아엎든 어떻게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더 미루지 말고 녹색 민주주의든, 생태사회주의든 어쨌든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화석에너지 사용을 가능한 한 줄이는 방향으로 이 사회구조를 바꾸는 시도를 국가적으로든, 전 세계적으로든 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껏 환경과 생태를 복원할 수 있는 대안들이 많이 연구되었는데, 그저 열심히 공부만 하지 말고, 이제는 실제로 펼쳐볼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재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절반 가까이가 겨우 1 퍼센트의 부자들에게서 나온다는데, 그래야 이 불공정한 세상도 바로잡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꿈같은 머나먼 미래라구요? 그렇습니다. 저도 압니다. 아직은 먼 미래입니다. 그런데요,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가 고대하는 그 미래가 멀리 있으니까 오히려 악을 써서라도 마구마구 당겨서 가까운 미래로 만들어야 한다고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외칩니다. 우리 모두 악마가 됩시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4강에 오르는 신화를 만드는 데 ‘붉은악마’가 큰 몫을 해냈다면, 기후정의 행진을 하려고 지금 여기에 모인 우리는 모두 녹색 악마가 되어 기후 위기가 가속화되는 데에 결정적인 브레이크를 한번 걸어 봅시다. 우리 모두 녹색 악마가 되어 악착같이 마지막 남은 힘까지 다해 봅시다!!

 

 

기후정의 행진을 하려고 모인 여러분들에게 제가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나 하려고 합니다. 제발 화내지 마시고 끝까지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윤석열 정권이 국방부 장관으로 신원식이라는 이를, 그래요, 바로 그 사람 ‘문재인 모가지 따는 건 시간문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초대 악마’라고 했던 그 사람을 내정했다는 뉴스를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저런 막말을 하는 이를 국방부 장관에 내정해서 놀랐냐구요? 아닙니다. 제가 놀란 것은, 청문회와 임명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논란과 반대에 부딪힐지 뻔히 알면서도 윤석열 정부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극우 인사를 국방부 장관에 내정하는 것을 보면서, 이들이 정말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악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악마 맞습니다. 이 정권의 시각으로 보면 그는 분명 악마, 맞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세상살이가 공평하지 못한 것은, 즉 지금 정권이 좋아하는 말을 빌리자면 공정하지 못한 것은, 사람이 잘나고 못나서가 아니라 돈 많은 사람들과 권력을 쥔 자들이 한통속이 되어 힘없는 사람들을 법과 권력으로 마음대로 주무른다고 고백한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는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는 것을 실감했던 정치가였습니다.

그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정권이 보기에는 분명 악마입니다. 노골적으로 부자와 힘 있는 자들의 편이라는 현 정부의 본질을 궤 뚫어 보는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이들에게는 가장 무섭고 두렵기 때문입니다. 무섭고 두려운 존재, 그게 바로 악마이지 않습니까.

지금의 윤석열 정권이 하는 일들을 보면, 이 정권은 환경이든 생태든 국민의 안전이든 행복 같은 것은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현 정부는 오직 대기업들의 탐욕적인 이윤 추구를 보장하고, 기득권 세력들의 이권을 천년만년 누릴 수 있는 나라, 강자의 정의와 가진 자들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되는 그런 나라를 만드는 데에 몰두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원자력 발전이 이 나라 경제를 살리고 탄소 중립이라는 사기극을 성공시키는 마법의 열쇠라도 되는 줄 믿고 있는 이들입니다. 이들은 알고 있는 거죠. 자기들이 원하는 나라를 만들려면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악마들은 철저히 씨를 말려야 한다는 것을요. 오죽하면 자우림의 김윤아라는 가수가 SNS에 올린 말 한마디 가지고 국민의 힘 대표라는 이까지 나서서 겁박하겠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현 정권이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악마이긴 했지만, 아쉽게도 진정한 악마는 아니었습니다. 왜냐구요? 진정한 악마는 윤석열 정권같이 반환경적이고 부자들과 힘 있는 자들을 이익을 챙기는 정부만이 아니라 그런 정부가 들어서게 만든 우리 사회의 더 큰 세력들과 싸우는 이들이니까요. 그 세력은 황금알을 낳는 화석에너지를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이윤 추구를 지상 명령처럼 추구하는 자본가들입니다. 그리고 그런 자본가들과 한 편이 되어 제 이익을 도모하는 전문가들과 학자들과 관료들입니다. 자본의 의도대로 열심히 일해서 열심히 소비하는 것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이라고 부추기는 언론들과 대중매체도 그들과 한패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은 개인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다고, 원래 세상은 이런 것이라면서 그저 나와 내 가정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속삭이는 사이비 문화세력들입니다. 이들이 만들어 놓은 결과가 바로 지금의 기후 위기 아닙니까.

 

기후정의가 제대로 실현되려면, 그래서 뜨거워지는 지구의 온도를 1.5도든 2도든 멈춰 세우려면, 우리는 기후 위기를 조장하고 방조하고 묵인하는 저 세력들보다 더 강한 힘으로 지독하게 싸워야 합니다. 우리 모두 녹색 악마가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윤석열 정권의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가 악마라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부처럼 시민들의 조직된 힘을 더욱 힘 세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기후 위기를 가속화 하는 자본가들의 탐욕을 끌어 내려야 합니다. 윤석열 정권처럼 기후정의를 이루는 데에 걸림돌이 될 게 분명한 정권들은 단지 몰아내는 데만 그치지 말고, 이 땅에 진정한 기후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정부를 세워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기후 위기를 벗어난, 인류세가 아니라 새로운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초록지구 세상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언젠가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후손들은 이렇게 노래할 것입니다. 2023년 대한민국 광화문 광장에 기후 천사들이 모였었다고, 그들이 지구의 기후 위기를 멈추는 신화를 썼다고!! 우리가 기후정의를 외치며 힘껏 행진해 나갔기에 지구가 지금처럼 여전히 초록 별로 빛나고 있다고!

여러분! 그런 신나는 이야기, 우리 다 같이 들어봅시다. 우리 모두 녹색 악마가 되어 힘껏 행진합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