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보고서 No.2] 향후 한미 워킹 그룹의 미래는 남북 정부의 의사소통에 달려있다

Watch Report No.2  

향후 한미 워킹그룹의 미래는 남북 정부의 의사소통에 달려있다

 

2018년 12월 10일

 

2018년 11월 20일, 한미 양국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반도 비핵화 교섭 실무자 공동 주재로 첫 번째 워킹그룹 회의를 개최했다. 한국에서는 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외에 정연두 북핵외교기획단장 등이 참가했고, 미국에서는 대표인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본부장 외에 알렉스 웡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마크 램버트 북한 담당 부차관보 대행,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담당 보좌관 등이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대표를 제외한 실제 참가자의 이름은 확인되지 않았다[주1]. 이번 회의는 양국 대표가 공동 의장을 맡았다.

 

이날 회의 종료 후 미 국무부는 “워킹그룹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한미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임”을 밝히고, “참가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지속적인 평화,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과 남북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발표했다[주2].

 

이번 한미 워킹그룹의 발족은 최근 열린 정상회담과 고위급 회의의 후속 조치로서 실무 차원의 조정을 위한 정례 모임이 마련된 것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

 

현재 남북간 판문점 선언과 북미간 싱가폴 정상회담 선언이라는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두 개의 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역사적인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남북간 협의 사항은 가시적으로 이행되어 가고 있는 반면, 한미 간에는 구체적인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중간적 조치를 취하자 미국도 그에 맞서 중간적 조치를 취할 뿐 아니라, 서로 이러한 조치를 반복하는 방법론에 대해 찬반 입장을 표하지 않고 있다. 만일 한미간 협의 이행에 여전히 진전이 없을 경우, 남북간 협의 이행 역시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은 한미동맹 때문에 미국의 의향을 무시할 수 없는데 특히 군사협력과 경제 제재 문제에 부딪힐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남북이 합의를 이루는 것도 곤란해 질 것이다.   

 

한국 정부가 이처럼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을 타개하려고 할 때, 다음과 같은 두가지 방법 사이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① 남북관계를 우호적으로 진전시켜서 특히 그에 따른 남북경협의 발전 가능성이 있다면 북한의 비핵화 인센티브가 강화될 것이다. 또한, 남북한 경제가 상호의존적인 관계로 발전하는 일은 평화 구축의 중요한 축이자 한반도 비핵화의 주요 조건이기도 하다.

 

② 한편, 북한의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상태로 남북경협을 추진한다면 국제적인 제재로 인해 형성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압박 효과를 약화시키게 될 것이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더라도 압박 효과를 유지하고 미국의 방침을 고려하면서 한미간 합의를 형성해 가는 게 바람직하다.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바일 것이다.

 

둘 중 어느 쪽이든 간에 워킹그룹은 반드시 설치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실제 설립 경과는 다음과 같다.

 

한미간 워킹그룹 설치가 합의된 것은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비건 특별대표가 방한했을 때다. 청와대는 10월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한미 간의 더욱 긴밀한 논의를 위한 기관’으로서 워킹그룹이 설치된다고 설명했다[주3]. 만일 이게 비건 대표의 제안이라면 미국이 ②번과 같은 생각에서 남북의 대화 진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우려하여 견제 기구로서 설치를 요구했다는 억측도 성립한다. 그러나 한국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 억측에 대해 부정했다. 10월 31일,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한국 외교부)가 제안했고, 몇달 전부터 논의해 온 것”이라고 해명했다[주4]. 같은 시기(워싱턴DC 기준 10월 30일)에 미 국무성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남북관계의 진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하자, 로버트 파라디노 국무성 부 보도관은 “한미 정부는 다양한 레벨에서 매일같이 서로 조정하고 있다.”라고 대답했다[주5]. 진전 속도에 대해 직접적으로 답하지는 않았으나 워킹그룹의 발족과 관련해서 한미 양국의 뜻이 다른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해소하는 대답이었다. 한편,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워킹그룹 첫번째 회의 당일 아침에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북한 비핵화가 남북 관계 증진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를 원한다고 한국에 분명히 밝혔다”며 “그것들(남북 관계와 비핵화)이 나란히 함께 나아가는 것은 중요한 병행 과정이라고 여긴다”며 “워킹그룹은 그것들이 그런 방식으로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 고안됐다”고[주6] 말했다. 정리하자면, 이 워킹그룹은 한국이 ①과 같은 생각에서 계획했으나 ②와 같은 입장을 가진 미국의 필요에도 부합했기에 공식적으로 발족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앞으로 워킹그룹이 역할을 잘 하느냐 못 하느냐는 북한이 한국과 원활히 의사소통을 하면서 위에 말한 것처럼 냉정한 시각으로 이 워킹그룹을 평가할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 북한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 워킹그룹은 대해 미국이 개선과 발전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남북관계를 간섭하고 방해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주7], 한국에게는 민족 자주 원칙에 입각해서 남북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하라고 요구했다[주8]. 북한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주장을 하는게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므로 남북간 협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면 남북이 정부 차원에서 선의의 의사소통을 긴밀히 유지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워킹그룹의 첫 회의는 환영할 만한 결과를 낳았다. 회의 직후 이도훈 대표는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 쪽이 남북 철도 공동조사 사업에 대한 전폭적 지지와 강력한 지원을 확인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주9]. 한국 정부가 미국에 설명함으로써 남북간 현안에 대해 미국의 지지를 받아냈다는 의미다.

 

11월 20일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남북 철도 공동조사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를 논의한 결과, 유엔안보리 북한 제재 결의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북제재에서도 예외 됨으로써 한국이 공동조사에 필요한 물자를 북한으로 반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주10][주11]. 실제로 11월 23일에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남북 철도 공동조사 사업에 대한 제재 예외 조치를 결정한 바 있다.

 

남북은 8월말에 공동조사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유엔군사령부가 군사경계선(MDL) 통과를 승인하지 않는 바람에 무산되었다[주12]. 그러나 이번에 철도 연결을 위한 북한 구간 공동조사를 11월 30일부터 12월 17일까지 18일간의 일정으로 실시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측 조사단을 태운 열차는 제재가 면제된 5만5천톤의 경유[주13]를 싣고 11월 30일에 북한으로 출발했다. (히라이 카나, 우메바야시 히로미치)

 

 

주1 한미 워킹그룹 회의 개최 결과(외교부, 2018년 11월 21일)

http://www.mofa.go.kr/www/brd/m_4080/view.do?seq=368769

미, 남북 철도조사 “전폭 지지” 북과 대화도 “일정 조율 중”(한겨레, 2018년 11월 21일)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871136.html

주2 US Department of State Media Note, “U.S.-ROK Working Group”, November 20, 2018

https://www.state.gov/r/pa/prs/ps/2018/11/287492.htm

한미 ‘워킹그룹’ 정례화 합의 “서로 다른 소리 내지 않겠다”(연합뉴스, 2018년 11월 21일)

https://www.yna.co.kr/view/AKR20181121024451071?section=search

주3 임종석 이어 윤건영까지 면담…비건 ‘광폭 행보’ 배경은?(한겨레, 2018년 10월 31일)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868232.html

주4 비핵화·남북협력·제재 논의할 한미 워킹그룹 11월 출범(한겨레, 2018년 10월 31일)

http://www.hani.co.kr/arti/politics/diplomacy/868222.html

주5 U.S. Department of State, “Department Press Briefing – October 30, 2018,” October 30, 2018

https://www.state.gov/r/pa/prs/dpb/2018/10/287016.htm

주6 미, 남북 철도조사 “전폭 지지”…북과 대화도 “일정 조율 중(한겨레, 2018년 11월 21일)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871136.html

주7 규탄을 불러일으키는 《실무팀》조작놀음(우리민족끼리, 2018년 11월 11일)

주8 《실무팀》조작놀음은 무엇을 보여주는가 (우리민족끼리, 2018년 11월 9일)

주9 주1과 같은 기사.

주10 남북협력사업에 안보리 사실상 첫 제재면제…철도연결 ‘첫걸음'(연합뉴스, 2018년 11월 24일)

https://www.yna.co.kr/view/AKR20181124008100072?section=search

주11 Choe Sang-Hun, “North and South Korea Get U.N.’s Go-Ahead to Study Joint Rail Project,” The New York Times, Nov. 24, 2018

https://www.nytimes.com/2018/11/24/world/asia/north-south-korea-rail-un.html

주12 南열차 10년만에 北 달린다…철도 공동조사 30일 시작(연합뉴스, 2018년 11월 28일)

https://www.yna.co.kr/view/AKR20181128142200504?section=search

주13 “남북, 오늘부터 18일간 北철도 공동조사”(한국경제, 2018년 11월 30일)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811308879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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