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군비축소 2020-05-11   1930

[자료] 잘못된 전투에 맞서기 : 기후 위기와 군사주의

2020 세계군축행동의 날을 맞이하여 기후위기와 군사주의 관련 자료를 번역했습니다. 

 

<잘못된 전투에 맞서기 : 무력에 대한 집착은 어떻게 기후 위기로부터 자원을 빼돌리나>는 Campaign Against Arms Trade(CAAT)라는 영국 단체가 발행한 자료입니다. 


잘못된 전투에 맞서기

: 무력에 대한 집착은 어떻게 기후 위기로부터 자원을 빼돌리는가?

 

 

요약본

 

흔히 말하는 정부의 첫 번째 의무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보란 무엇인가? 누구를 위한 안보이며, 무엇으로부터의 안보인가? 영국 정부는 일반적으로 군사적인 관점에서 안보를 인식한다. 하지만 영국과 전 세계 사람들의 안보에 대한 실제적인 위협(가장 시급한 위협으로는 기후 위기)은 군사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영국과 동맹국들은 군사적 개입을 통해 평화와 안보에 엄청난 영향을 끼쳐 왔다.   

 

정부의 안보 인식에서 군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정부 예산 편성에 그대로 반영된다. 국방비는 최소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 목표인 GDP 대비 2%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광범위하게 합의되어 있고, 많은 정치인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국방비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인간 안보에 가장 시급한 위협인 기후 위기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이 편성된다. 

 

군사 안보인가? 지속가능한 안보인가?

 

본 보고서는 안보 인식 및 재원 배분에 대한 인식의 전환에 대한 내용이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군사 안보에서 벗어나 국가안보 보다 국민의 안전을 우선하고 갈등과  불안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지속가능한 안전으로 인식을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특히 기후 위기는 인간 안보에 매우 긴급하고, 악화하고 있는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뤄져야 하며, 이에 맞는 재원이 배분되어야 한다.  

 

군비 증강에 대한 주장은 보통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위험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전제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매우 편협하고,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무력 중심의 안보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이 서구권의 더 강한 군사력이라는 결론은 잘못됐다. 영국과 동맹국들이 이라크에서 자행한 행위가 세계를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바로 그 예이다. 

 

그동안 비군사적 안보 위협은 축소되거나 무시되어왔다. 영국 정부가 최근 발간한 ‘전략적 국방안보검토서’(Strategic Defence and Security Review)에 기후변화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언급될 때조차 국가안보에 대한 영향이라는 틀에만 국한되거나 기후변화로 인한 난민 이주를 막기 위해 국경 지역 경계를 강화하는 등의 군사적 대응으로만 다뤄진다. 한편, 영국이 전 세계에 군사적 역량을 투입할 수 있는 ‘군사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거나 탈환하려는 야망은 국가 주권 및 생존을 보장하는 목적과 동등하게 안보를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로 제시된다. 

 

영국은 무엇을, 왜 지출하는가

 

영국의 군사비는 재정적 제한을 받지만, 군사 강대국으로의 야망을 반영하고 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영국은 GDP 대비 1.8%를 군사비로 지출하고 있다. 그러나 NATO에 보고된 군사비는 군인 및 민간 연금과 기타 항목에 대한 재무부의 추가 지출을 포함하고 있어 GDP 대비 2.1%이다. 두 수치 간의 차이는 최근 몇 년간 영국 정부가 GDP 대비 2%라는 NATO 목표치를 달성하려는 과정에서  더 커지고 있다. 영국의 국방비는 냉전 이후 크게 감소했지만, 2000년대에 들어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전쟁에 개입하며 증가했다. 2010년 이후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국방비는 다시 감소했지만, 감소 폭은 다른 부처보다 작았다. 군비 지출은 같은 수준으로 회복되었고 2015년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세에 있지만, 현재까지 2010년의 정점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영국 정부는 국방비의 지속적인 인상을 약속했으며, 보수당을 비롯한 의회 내의 많은 이들이 GDP 대비 3% 또는 4% 선까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의 군사 정책 및 이에 따른 지출과 장비구매 계획은 해외 군사개입 작전에 영국군 약 5만 명 정도의 규모가 참전 준비가 되어야 한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히 영국과 가까운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함이 아니라, 이라크전과 같은 개입을 반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호전적 군사주의의 전략이다. 

 

NATO의 2% 목표치

 

현재 영국의 모든 주요 정당은 NATO의 최소 목표치인, GDP 대비 2%를 군사비로 지출하는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이 목표치는 2006년 NATO의 권고안으로 채택됐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개입과 크림반도 합병 이후 2014년 정치적 약속으로 강화되었다. 이 목표치는 위협과는 무관한 자의적인 것으로 비판받을 수 있으며, 독일이나 캐나다처럼 비교적 군사비 지출이 낮은 NATO 회원국 중 일부 국가에서는 비현실적으로 높은 수준의 군사비 지출을 요구한다. 또한, 이러한 목표치는 평화유지 임무에 대한 파병 정책은 무시하고,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적 역할에 대한 야망을 품은 NATO 회원국의 군사비를 NATO 방위 분담의 일부인 것처럼 간주하는 분담 모형에 기초하고 있다. 게다가 이는 영국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로의 공격적 군사개입 전략에 기반을 둔 NATO 전략에 근거하는 것이다. 이미 NATO 회원국들은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모든 NATO 회원국이 GDP 대비 2%라는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간 1,160억 달러가 추가로 필요하다. 다른 급박한 세계적 위협과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목표치가 강력한 군사동맹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대안적인 접근

 

영국 정부는 기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약속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영국 정부 자문위원회인 기후변화위원회(CCC, Committee on Climate Change)는 2019년 정부가 탄소 배출 감축 권고안 25개 중 단 1개만 채택했으며, 2020년대 4, 5차 탄소 감축 목표 안을 달성하지 못할 위기에 처해있다고 보고했다. 기후변화위원회는 ‘순 제로’(net zero)를 달성하려면 205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1~2% 비용이 필요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NGO 연합은 2019년 가을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후와 자연”에 필요한 예산을 170억 파운드에서 GDP의 2%에 해당하는 420억 파운드로 인상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놀라운 사실은 영국의 기후변화 목표 달성을 위한 최대 지출 추정치가 군사비 지출의 최소치와 거의 같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군비 지출 최소치의 채 절반도 지출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의 우선순위가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 보여주며, 이는 결국 정부의 안보 인식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페르시아만뿐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남중국해까지 군사적인 영향력(military footprint)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실제 영국이나 다른 지역의 평화, 안보, 복지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어떤 근거도 제시되지 않는다. 반면 기후 위기로 야기된 실제적이고 현재의 위협은 너무나 분명하다.  

 

안보에 대한 인식과 이에 따른 재원 배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군사안보에서 전체적으로 사람 중심적이며 특히 기후 위기와 같은 위험의 근본 원인에 집중한, 지속가능한 안보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영국이 엄청난 고가의 무기 시스템과 군사 개입을 통한 영국군의 존재감 과시가 세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끈질긴 환상을 떨쳐버려야 한다. 

 

 

번역: 윤혜원 자원활동가

감수 :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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