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국방위원회, 망가지는 대체복무

대체역 심사위원회는 군으로부터 완전하게 독립되어야 한다

지난 4월 6일 국회 국방위원회는 전체회의를 통해 한기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대체역 심사위 심사위원을 현행 29명에서 13명으로 축소하는 내용이다. 대체복무 시작 초기에는 그동안 누적되어 온 병역거부자들이 많았지만, 3년 가까이 대체역 심사위원회가 운영되면서 누적된 인원은 줄어들었으나 대체복무제도가 잘 알려지지 않은 까닭에 새로운 신청자가 크게 늘지 않았다. 심사해야할 인원이 줄어든 만큼 심사위원 숫자를 줄이는 것은 필요한 변화다. 하지만 국방위에서 의결한 내용을 보면 심사위원 구성에 있어 심각한 문제점이 보인다.

현재 29명의 심사위원은 각각 국방부, 병무청,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대한변협이 5명씩, 국회 국방위원회가 4명을 추천하게 되어 있다. 33.3%에 해당하는 심사위원이 국방부와 병무청의 추천이라 군 관계자가 과대대표 되거나 군의 입김이 과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복무제가 군으로부터 독립되어 순수 민간 복무제도로 운영되려면 심사위원 규모 축소와 함께 심사위원 구성에서 국방부와 병무청의 추천 비율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이번 국방위원회에서 의결한 법안에서는 국방부가 3명, 병무청,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대한변협, 국회 국방위원회가 각 2명씩을 추천하게 해, 국방부와 병무청에서 추천하는 심사위원의 비율이 더 늘어 13명 가운데 5명으로 40%에 가까워졌다.

국방부와 병무청은 징집율을 높여야 하는 기관 특성상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심사위원회의 위원 추천 역할에 적합하지 않으며, 일사분란한 명령 체계를 강조하는 만큼 개개인의 양심을 매우 신중하고 사려깊게 살피는 역할에도 적절하지 않다. 더욱이 많은 병역 거부자들이 단순히 집총만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일체의 군사적 행동을 거부하는 평화주의자들인 만큼, 대체역 심사위원회에 국방부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병역거부자들이 군의 영향력 아래 있는 대체복무제를 거부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국제사회에서는 대체복무제도는 군으로부터 독립된, 순수 민간 성격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2023년 1월 26일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Universal Periodic Review,UPR)에서 다수의 회원국들이 한국 정부에 비처벌적이고 현역 군인에 차별적이지 않은 대체복무제를 만들 것을 권고하면서 동시에 스페인, 파나마, 사이프러스, 우루과이, 호주, 크로아티아 같은 국가들은 군으로부터 독립적인 민간 성격 대체복무제를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1만 9천명을 감옥에 보낸 뒤에 도입된 대체복무제도지만 여러 면에서 징벌적인 면모 때문에 시작부터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았다. 지나치게 긴 복무 기간, 교정시설로 한정된 복무 영역, 때로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점 많은 심사과정, 대체역에 편입된 이후에도 2~3년을 기다려야하는 1500명이 넘는 복무대기자 문제까지 개선만 하기에도 바쁠 지경인데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개악을 해서는 안 된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당장 심사위원 추천 비율을 국방부와 병무청의 과잉대표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해야 한다. 더 나아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평화를 확장하는 대체복무제도로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한다.

2023년 4월 18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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