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군비축소 2023-10-20   467

[StopADEX][연속기고⑥] “무기 팔아 돈 버는 행위 금지?” 고등학생들에게 물었더니

2년마다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 무기 전시회인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 >가10월 17일(화)부터 22일(일)까지 개최됩니다. 한국과 미국, 캐나다 등 35개국·550개 방위산업체에서 참여하며 민주 시위를 탄압하고 국내외 분쟁에서 민간인을 학살하는 국가들도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기 전시회가 성공적일수록 더 많은 무기는 거래되고, 각국의 군비경쟁 악순환은 심화됩니다. 이에 아덱스저항행동은 무기 전시회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전 세계 무기 산업이 초래하는 비윤리성과 인명 살상, 군비경쟁의 문제점 등을 짚어보는 글 여덟 편을 연재할 계획입니다.
아덱스저항행동(stopadex.org)은 무기 전시회를 반대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 모인 평화활동가들, 평화운동 단체들의 네트워크로 2013년부터 아덱스 무기 전시회 반대 활동을 해왔으며, 2023년에는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피스모모, 한베평화재단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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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불꽃축제의 이면…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 이러다 다 죽는다
② 한국 최대 ‘무기 전시회’라는 허울… 당신이 몰랐던 사실
③ 가자지구 분쟁에 한국이 제공한 불씨… 현실은 이렇다
④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윤석열 대통령의 무서운 약속
⑤ 남의 비극 앞에서 웃는 장사꾼이라니…창피한 한국
⑥ “무기 팔아 돈 버는 행위 금지?” 고등학생들에게 물었더니
⑦ 도시 한복판에 기후악당 전쟁장사꾼들 잔치라니
⑧ 윤 대통령 단골멘트 탓에 우리는 “사람 같지 않은 것들”이 되었다

“무기 팔아 돈 버는 행위 금지?” 고등학생들에게 물었더니
[StopADEX⑥] 무기거래를 주제로 삼는 교육은 어떻게 가능할까?

영철 피스모모 활동가

▲  워크숍에서 서로 다른 생각의 스펙트럼을 펼치는 방식의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 피스모모

올해, 고등학교 학생들과 ‘무기를 팔아서 돈을 버는 행위는 금지되어야 한다’를 주제로 몇 차례 토론을 진행했다. 흔히 떠올리는 찬반 토론의 형태는 아니다. 모든 사람이 각자 주제에 대해 동의하는 정도를 0%부터 100%까지의 범주에서 결정하고, 왜 그 숫자를 선택했는지 논거를 펼치는 형태이다. 모두가 참여하는 대화형의 열린 토론이라고 할 수 있다.

‘무기를 팔아서 돈을 버는 행위는 금지되어야 한다’는 주제를 공유했을 때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50% 언저리에서 자신의 입장을 정했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 불가능하기도 하고, 시장의 자유를 고려했을 때 완전한 금지는 옳지 않다는 이들도 있고, 이 주제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입장을 정할 수 없다는 경우도 있다. 몇몇 청소년들은 0% 찬성하거나 100% 찬성이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하는데, 각자의 이유를 진중하게 듣는 것이 이 토론의 핵심이다.

무기는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요악이기 때문에 거래를 금지할 수는 없다는 의견, 특히 전쟁이 끝나지 않은 분단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국에서는 필요하다는 의견, 북한-중국-러시아에는 팔지 말고 한국-미국-일본에만 판매하면 좋겠다는 의견, 문장에는 동의하지만 생계가 걸린 많은 사람들이나 국가의 이해관계를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 한 명 한 명의 다른 생각이 관찰된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새로 생각할 거리가 생겨난다.

예를 들면, 한 참여자가 주제에서 언급된 무기가 과연 어떤 무기인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다른 참여자가 이에 의견을 보탠다. 확산탄이나 소이탄과 같이 비인도적 무기라고 불리는 특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이미 국제적으로 금지협약을 마련하고 있으므로 그런 무기들은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모든 무기가 금지되는 것이 인권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 이어 제시된다. 현실에서 모든 무기를 금지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입장,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무기는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러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의 생각은 조금씩 변화한다. 숫자가 기존보다 커지든 작아지든 괜찮다. 결론 내지 않고, 안전하게 대화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가능성을 찾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오락가락하던 토론의 변곡점이 되는 순간이 있었다. 결국 무기의 목적은 파괴와 살상이고, 무기가 판매되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용도로 사용된다는 의견이 제기될 때다. 물론 돈을 잘 버는 것은 좋은데, 다른 사람의 목숨을 대가로 한 돈이라면 많이 벌었다고 떳떳할 수 있겠냐는 주장이다. 무기가 누군가의 일상을 위협한다는 사실이 환기될 때, 배움 공간의 공기가 달라졌다. 멈칫했다. 느낌이 아니라 숫자로 증명된다. 참여자의 상당수가 자신의 숫자를 적게라도 높여, 무기를 팔아서 돈을 버는 행위가 처음보다는 껄끄럽게 느껴진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흔한 수사처럼 무기는 적으로부터 우리의 안전을, 평화를 지켜준다고 생각되지만, 결국 무기의 사용 목적은 살상 또는 진압이다. 무기가 겨누는 대상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누군가, 내 친구가 될 수도 있었던 누군가이다.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는 도구를 판매하는 것을 다른 재화와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구 반대편의 재난, 기아, 전쟁 소식을 듣고 한 번쯤 가슴 아파해 본 경험이 있다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다른 사람의 처지에 공감한 적 있다면, 멈칫하는 순간의 이유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무기를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동의하기는 어렵더라도 말이다.

껄끄럽기도 하고, 멈칫하기도 하지만

▲  토론을 비롯한 워크숍을 경험한 참여자가 남긴 피드백 ⓒ 피스모모

‘무기를 팔아서 돈을 버는 행위는 금지되어야 한다’는 주제에 대해 토론한 이후 참여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머리가 복잡하지만 뿌듯하다는 반응이 가장 많다. 새로운 문장으로 토론하자고 제안하는 청소년들도 종종 만난다. 너무 피곤하고 힘들지만 재밌다고,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던 이슈에 대해 경험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안전한 대화를 나누는 경험이 특별하다고 전한다.

교육진행자로서 나 역시 재밌다. 사람들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성과 비슷하게 생각하게 되어 즐거운 것은 아니고, 참여자들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자신이 처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점차 조정하는 과정을 함께 경험했기 때문이다. 입장이 다른 사람을 헐뜯거나 비난하지 않고도 서로 배울 수 있다는 것, 논쟁적으로 여겨져 통상적인 배움 공간에서 금지되는 주제일지라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이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에 함께했기 때문이다.

즐겁다는 느낌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증거가 있다. 진행자가 제기하지 않은 새로운 논점을 참여자들이 제안하기도 한다. ‘무기를 팔아서 돈을 버는 행위는 금지되어야 한다’는 문장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데, 어쨌든 전쟁은 발생하고 있고 그로부터 생길 이득을 우리가 먼저 내려놓기는 싫다는 것이다. 하나의 문장으로는 파악되기 어려운 감각의 차이를 살피는 방식으로 배움이 전환되기도 한다.

그 경우 모두가 나-우리만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면 결국 문제는 심화될 뿐이라는 의견, 세계 여러 지역에 살고 있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 등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가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 따라서 결론짓지는 않는다. 다음 대화, 다음 배움을 기약하며 각자의 시간을 가지면 된다. 껄끄럽기도 하고, 멈칫하기도 하지만, 계속 서로 배울 수 있다.

한번 해보실래요?

▲  ‘NO WAR’ 문구가 담긴 노란 테이프. 지난번 아덱스 퍼블릭데이 설치물이다. ⓒ 전쟁없는세상

10월 17일(화)부터 22일(일)까지,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아래 아덱스)가 열리고 있다. 일찍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되었고, 세계 4대 방위산업 수출국이 되겠다는 발언으로 공고화되었듯, 방위산업을 경제성장을 선도하는 첨단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기조 아래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되었다. ‘무기를 팔아서 돈을 버는 행위는 금지되어야 한다’는 토론 문장의 주어인, ‘무기를 팔아서 돈을 버는 행위’를 장려하는 행사인 셈이다.

아덱스가 분쟁지역에서 사용될 무기가 거래되는 장이라는 사실이나, 전시된 무기가 실제로 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잘 알려지지 않는다. 관람할 대상으로서 무기가 전시될 뿐이다. 무기가 경제적 이익과 국익을 보장한다는 생각, 그 무기가 적으로부터 우리의 안전을 지켜준다는 생각을 강화하는 배움의 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반면 무기가 누군가를 겨눈다는 사실을 마주할 때의 ‘멈칫함’은 아덱스에서 배우기 어렵다. 멈칫함은 다른 존재와 나의 연결을 인지하는 능력, 다른 존재의 고통을 상상하고 함께 아파하는 감수성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데, 이는 다른 존재와의 공존을 구상하고 만들어 가는 시민으로서는 매우 필요한 역량이지만, 무기를 판매하고 사용하는데 있어서는 쓸모없는 역량이다. 요약하자면 아덱스에서는 0%부터 100%까지 충분한 의견이 다뤄지기 어렵다.

그래서 말인데, 이 글을 읽은 누구든, 아덱스에 참여하든 그렇지 않든, 교육자이든 아니든, 아덱스를 주제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어떨까? 아덱스라는 행사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도 있고, 앞서 소개된 ‘무기를 팔아서 돈을 버는 행위는 금지되어야 한다’는 문장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것도 가능하다.

청소년들과 함께 경험해본 바, 이야기 나누는 과정 자체가 제법 재밌다.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측면을 다룰 수 있다. 무기에 대해 제시되는 정보 이외에, 무기의 목적이나 용도, 필요한 정도, 현실성, 대안 등에 대해서도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말고, 이면에 감춰진 진실이나 복합적인 측면을 충분히 검토하여 자신의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은 수많은 교육에서 중요시하는 비판적 역량을 촉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니, 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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