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엔사 국방장관 회의, 군사동맹 확장을 위한 것인가

국제연합(UN) 공식 기구도 아닌 유엔군사령부의 군사적 역할 확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높일 뿐
정전 70년, 유엔사가 해야할 일은 종전과 평화 정착의 조속한 실현 지원

오늘(11/14)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가 최초로 개최된다.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과 유엔군사령부 17개 전력제공국 (미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프랑스, 필리핀, 튀르키예, 태국, 그리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벨기에, 콜롬비아, 덴마크, 이탈리아, 노르웨이) 국방장관과 대표들이 참여하여 유엔사의 역할과 한-유엔사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유사시 재참전’ 의지도 확인할 것이라고 한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관리기구인 유엔군사령부의 군사적 역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정전 70년인 올해, 유엔사를 이끄는 미국 정부는 전쟁을 끝내려는 노력이 아니라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냉전적 진영 대결 구도를 강화하는 데만 힘을 쏟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한반도를 지정학의 장기판으로 만드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군사령부 사령관을 겸직하고 있으며, 미국은 유엔사 재활성화(revitalization) 계획을 추진하여 유엔사의 조직, 인력, 기능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미국 주도의 다국적 군사기구로서 유엔사를 강화하고, 한국의 전작권 환수 이후 한미연합군사령부가 미래연합군사령부로 대체되더라도 군사적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이러한 움직임을 지지하고 동참해 왔다. 이에 더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에 위치한 유엔사 후방기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유엔사에서 일본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의도에도 힘을 실었다.

한편, 유엔군사령부는 국제연합(United Nations, UN)의 공식적인 기구나 작전이 아니다. 따라서 유엔사는 유엔의 지휘와 통제 아래 있지 않으며, 유엔 사무처에 보고하지도 않고, 유엔의 예산을 사용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오랫동안 유엔의 공식적인 입장이었다. 1950년 유엔 안보리 결의 84호에 따라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의 무력 공격에 맞서 남한을 지원할 것을 제안하며, 미국 산하의 통합사령부(Unified Command)가 참전국 국기와 함께 유엔 깃발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한 것일 뿐이다. 국제 평화와 안전 보장을 위한 국제기구인 유엔의 이름과 깃발 아래, 낡은 군사동맹과 진영 대결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역내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무력 충돌을 예방하려는 노력을 방해한다. 한반도에서 예방 외교와 군비 통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에 대화와 외교는 사라지고 진영 대결과 군사력 과시만이 남아 위험을 키우는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 군사동맹에만 의존하며 남북 사이 군사적 긴장 완화에 크게 기여해 온 9.19 군사 합의조차 파기하려 하고 있다. 전작권 환수도 하지 못한 현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다국적 군사기구인 유엔사를 강화하고, 식민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높여 한국이 얻을 것이 무엇인가. 남한은 북한의 1년 총 GDP의 1.5배가 넘는 금액을 매년 국방비로 지출하며, 유사시 북한 점령과 선제 타격을 훈련하고 있다. 유엔사 회원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가 ‘유사시 재참전’이 절실해서인가, 아니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유엔사라는 명분을 사용해 미국과 새로운 지역군사동맹을 구축하려는 것인가. 유엔사 역할 강화 움직임에 이미 반발하고 있는 북한은 핵무장에 더욱 집중할 것이 분명하고,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도 악화될 것이 예상된다. 이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북한 정권 종말’과 같은 적대적 언사로는 절대 위기를 관리할 수 없다. 군사분계선을 맞대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 없이는 평화도, 비핵화도 불가능하다. 정책은 ‘힘에 의한 평화’라는 허상이 아니라 현실에 발을 딛고 만들어야 한다. 군사적 위협을 중단하고, 대화 채널을 복원할 방안을 찾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유엔사는 한국전쟁의 완전한 종식과 평화적 해결이라는 정전협정 이후의 과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임무를 종료해야 한다. 유엔의 통제를 받지 않는 다국적 군사기구가 70년 이상 지속되면서 스스로 임무를 재해석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유엔의 정상적 작동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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