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핵무기금지조약(TPNW) 제2차 당사국 회의 참여

한반도 핵 전쟁 위험성 경고하고,
무력 충돌 예방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 촉구

시민사회 발언과 부대행사 등 다양한 활동 진행
한국 원폭 피해자 1세, 2세 5명 직접 참여하여 목소리 전해

2023.11.26~12.02 뉴욕. 핵무기금지조약 2차 당사국 회의(TPNW) <사진= 참여연대, ICAN>

참여연대는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핵무기금지조약 제2차 당사국 회의 (The second Meeting of States Parties to the Treaty on the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 11/27~12/1)에 참여하여 한반도 핵 전쟁 위험성을 경고하고 무력 충돌 예방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하였습니다. 냉전 이후 핵 전쟁 위험성이 가장 높아졌다고 평가되고 있으며 핵무기금지조약과 당사국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참여연대는 뉴욕 현지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의 의견을 국제사회에 자세히 전했습니다. 

참여연대는 현지 시간 11월 29일(수) 오후, 당사국 회의 일반 토론(General Exchange of Views) 세션에서 시민사회 발언을 진행하였습니다. 발언을 통해 “한반도는 지구상에서 핵 전쟁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이고, 동북아시아 대부분의 국가가 아직 핵무기금지조약에 서명하지 않았다”며 “한미동맹과 북한이 서로를 향한 ‘선제 공격’ 전략을 공표하고 연습하고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 속에서 우발적인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남북 군사 합의가 사실상 파기된 가운데 오판이나 실수가 충돌을 부르고 핵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한반도는 전형적인 안보 딜레마에 빠져들었고 ‘한반도 비핵화’의 전망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핵 위협은 더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동북아시아에서 발생 가능한 핵 사용의 사례’와 ‘인도주의적 영향’에 대한 최근 보고서를 인용하며, “또 다른 재앙을 막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국제사회는 한국과 미국, 북한이 서로를 향한 군사적 위협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 채널을 복원할 것을 한목소리로 요구해야 한다. 핵무기금지조약의 정신은 아직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에도 보편화되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더불어 당사국 회의 기간 ▷11/27(월) 한국인 피폭자 관련 부대행사 <A Call for Justice : Recent Status of Korean A-Bomb Victims and the People’s Tribunal> (공동주최 :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참여연대) ▷11/29(수) 동북아시아 평화 관련 부대행사 <Disarmament & Peacebuilding in Northeast Asia : Opportunities & Recommendations for the TPNW> (공동주최 : 무장갈등예방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GPPAC), 피스보트, 블루배너, 참여연대)를 성황리에 진행하며 한국 원폭 피해자의 목소리, 한반도와 동북아 상황을 널리 알렸습니다. 한국 원폭 피해자, 일본 원폭 피해자, 한국, 일본, 몽골, 미국 등의 평화 활동가, 일본 국회의원 등의 발표와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한편 당사국 회의 <주제별 토론 : 핵무기의 인도주의적 영향 (Thematic discussion on the humanitarian impact of nuclear weapons)> 세션에서는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한국원폭피해자협회를 대표하여 한국 원폭 피해자 1세 이기열 님이 발언하였습니다. 그는 발언을 통해 “한국 원폭 피해자들은 미국의 원폭 투하, 일본의 식민 지배, 한국 정부의 무관심과 방치라는 ‘3중의 피해자’”라며 “죽기 전 원폭 투하는 잘못되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듣기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피폭자로서 전쟁과 핵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후손들에게 선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국인 피폭자로서 한국 사람들이 또 다시 핵무기의 희생자가 되는 것만큼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원폭 피해자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피폭 2세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하였습니다. 이번 당사국 회의에는 한국 원폭 피해자 1세, 2세 5명이 참여하여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2021년 발효된 핵무기금지조약(Treaty on the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 TPNW)은 비인도적인 대량살상무기인 핵무기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국제조약입니다. 당사국이 핵무기나 핵폭발장치를 개발, 실험, 생산, 제조, 획득, 보유, 비축, 이전, 사용 또는 위협하거나 영토에 핵무기나 핵폭발장치의 주둔, 설치 혹은 배치를 허용하는 것, 핵무기 관련 활동에 참여하도록 지원하거나 촉진하거나 유도하는 것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와는 다르게 핵무기를 전면 금지하는 조약으로, 2023년 11월 현재 전 세계 93개국이 서명하고 그중 69개국이 비준하였습니다. 

당사국들은 2022년 제1차 당사국 회의를 열고 조약의 보편화, 핵무기 사용과 실험으로 인한 피해자 지원, 핵 군축 검증 등을 위한 <비엔나 행동계획>을 채택하였습니다. 2023년 제2차 당사국 회의에서는 <비엔나 행동계획>의 이행 점검, 조약의 이행과 강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9개 핵무기 보유국과 한국, 일본 등은 조약에 가입하지 않아 당사국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독일, 노르웨이, 벨기에, 스위스 등 일부 국가가 옵저버(Observer)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회의에는 핵무기철폐국제캠페인 (International Campaign to Abolish Nuclear Weapons, ICAN) 네트워크 소속 전 세계 34개국, 230명 넘는 활동가와 피해자들이 참여하여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ICAN의 한국 파트너 단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보도자료(발언문 포함) [원문보기/다운로드]


핵무기금지조약 제2차 당사국 회의 일반 토론 : 참여연대 성명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

의장님, 대표단, 그리고 시민사회 동료 여러분,

한국의 NGO 참여연대를 대표하여 이야기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지구상에서 핵 전쟁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인 한반도에서 왔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대부분의 국가가 안타깝게도 아직 핵무기금지조약(Treaty on the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 TPNW)에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한국전쟁 정전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불안한 휴전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최근 군사적 긴장이 다시 매우 높아지고 있습니다.

좁은 반도에서 전 세계에서 손꼽을 만한 규모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수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훈련에는 핵 전력과 비핵 전력을 활용하는 방식이 모두 포함됩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하여 역대 가장 많은 미사일 발사 시험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더욱 위험한 것은 한미동맹과 북한이 상대방을 향한 ‘선제 공격’ 전략을 공표하고 연습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한반도는 전형적인 안보 딜레마에 빠져들었습니다. 각국이 ‘억지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수록, 공격 당할 위험과 우발적인 무력 충돌의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위협의 수위는 갈수록 한계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2018년 남북 군사 합의는 최근 사실상 파기되었습니다. 지난주 남한이 북한의 위성 발사를 이유로 군사 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했고, 북한 역시 앞으로 합의를 지키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남북 군사 합의는 지난 5년 동안 접경 지역의 무력 충돌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였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남북 사이의 대화 채널이 모두 단절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오판이나 실수가 무력 충돌을 부르고, 이는 핵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의 전망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핵 위협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평화적 협력의 공간은 줄어들고 진영 대결 구도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치하는 가운데, 한반도의 휴전선을 전선으로 하는 갈등의 구조가 고착될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 6개국 중 4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2개국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새로운 연구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APLN(Asia-Pacific Leadership Network), RECNA(Research Center for Nuclear Weapons Abolition, Nagasaki University), the Nautilus Institute가 발표한 ‘동북아시아에서 발생 가능한 핵 사용의 사례’와 ‘인도주의적인 영향’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이 연구는 동북아시아에서 핵무기가 사용될 수 있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한 것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핵 전쟁으로 최악의 경우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수십만 명이 암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수많은 경제적, 사회적, 생태적 영향도 발생합니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짚고 있습니다. 지역 분쟁으로 시작된 핵 전쟁은 첫 핵무기 사용 후 단 몇 시간 혹은 며칠 내에 전 세계적인 핵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발생할 수 있는 핵 사용 사례의 대부분은 상대방의 의도에 대한 잘못된 해석과 국가 간 소통 부족에서 비롯됩니다.

또 다른 재앙을 막기 위해 우리는 지금 행동해야 합니다. 한반도의 무력 충돌과 핵 전쟁 가능성에 대한 조기 경보가 필요합니다. 국제사회는 한국과 미국, 북한이 서로를 향한 군사적 위협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 채널을 복원할 것을 한목소리로 요구해야 합니다. 북한에 비해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한국과 미국이 선제적인 위협 감소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북한을 악마화하고, 제재와 압박을 가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대화와 협상이 진행되었던 지난 4년 동안 북한의 핵·ICBM 실험 모라토리엄을 유지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전쟁 당사국 사이의 적대 관계 해소와 신뢰 구축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동북아시아 비핵지대 구축과 역내 모든 국가의 핵무기금지조약 가입을 위한 환경도 만들 수 있습니다. 핵무기금지조약의 정신은 아직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에도 보편화되어야 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는 우리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감사합니다. 

>> English Version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한국원폭피해자협회 발언문

한국 원폭 피해자의 목소리
The Voices of Korean Atomic Bomb Victims

이기열 (원폭 피해자 1세, 한국원폭피해자협회 감사)

핵무기 금지에 대한 발표와 토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국 원폭 피해자로서 저희의 경험을 연구 및 정책에 더 많이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945년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 폭탄에 피폭된 한국인의 수는 약 7만 명에서 10만 명, 사망자는 약 5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한국 원폭 피해자 대부분은 일제에 강제 동원된 노동자였습니다. 해방 후 약 43,000명의 생존자가 한국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한국 정부의 무관심과 사회적 냉대와 차별 속에서 원폭 후유증으로 고통받다가 사망했습니다. 한국 원폭 피해자들은 미국의 원폭 투하, 일본의 식민 지배, 한국 정부의 무관심과 방치라는 ‘3중의 피해자’인 셈입니다.

1945년 피폭 당시 저는 5개월 된 갓난 아기였습니다. 78년이 지났지만 제 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그날의 참상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듯 밤마다 악몽 때문에 잠이 깹니다. 제 나이는 올해 79세입니다. 현재 생존해 있는 한국 원폭 피해자 1세 1,800명 가운데 제일 막내 뻘입니다. 이제 산다면 얼마나 더 살겠습니까? 죽기 전 제일로 원하는 것은 ‘원폭 투하는 잘못되었다. 미안하다’라는 말입니다.

피폭에 대한 원죄적 책임이 있는 미국이 1945년 핵투하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한다면, 어떤 나라도 핵무기를 사용할 생각을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원폭 국제민중법정의 원고로 참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피폭자로서 전쟁 없고 핵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후손들에게 선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국 피폭자로서 한국 사람들이 또 다시 핵무기의 희생자가 되는 것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평생을 피폭자의 운명을 안고 고통스럽게 살아온 저의 소명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한국 원폭 2세 한정순씨 이야기도 대신 전하고 싶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히로시마에서 임신 중 피폭되었는데 태내 피폭자였던 아들은 태어난 지 1년 후에 죽었고, 그 이후에 낳은 6남매도 모두 건강하지 않았습니다.

다섯째인 한정순씨는 어릴때 부터 다리에 힘이 없어 잘 넘어지고 했는데 20대가 되어서는 다리의 통증으로 제대로 걷지도 앉지도 서지도 못했습니다. 그의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결혼 후 첫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가 뇌성마비를 갖고 태어난 것입니다.

이제 65세인 한정순씨는 양쪽 다리 대퇴부 무혈성괴사증으로 고관절이 괴사되어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고, 이것 말고도 여러 질병으로 지금까지 12차례의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 모든 질병의 원인은 피폭자인 부모로부터 태어난 것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원폭 피해자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금이라도 원폭 후유증으로 평생을 질병과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피폭 2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이 자리에 한국 원폭 피해 1세와 2세 5명이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 원폭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시고 원폭 국제민중법정에도 지원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반전반핵평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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