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지엄] 전쟁의 시대, 평화운동은 무엇을 할 것인가

2003년 5월에 발족한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지난해 발족 20년을 맞았습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지난 20년 동안 ‘평화는 평화적 수단으로 만들 수 있다’는 지향 아래 ▷한반도·동아시아 평화 ▷군비 축소 ▷국방·외교 정책에 대한 민주적 통제 ▷국제 분쟁의 평화적 해결 ▷시민 평화 주체 형성 등을 위해 활동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 모든 과제가 도전적인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전 세계를 뒤덮은 전쟁의 먹구름 속에서,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하는 군사주의가 점점 강화되고 있습니다. 3년 째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군사점령과 지난해 본격화된 집단학살로 세계는 ‘전쟁의 시대’라 불립니다. 한반도는 9.19 군사 합의가 무력화된 가운데 무력 충돌 위기를 방지할 안전핀이 사라져 유례 없는 전쟁위기 상황입니다. 한반도 비핵화의 전망은 희미해지고 핵전쟁 위험성이 고조되며 시민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쟁의 시대’, 평화운동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2003년 이라크 전쟁 파병 반대 운동으로 활동을 시작한 평화군축센터의 20년 활동을 돌아보고, 평화운동이 가야할 길에 대해 모색하였습니다. 평화를 바라는 시민 40여 명께서 함께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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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참여연대 아름드리홀. 심포지엄 ‘전쟁의 시대, 평화운동은 무엇을 할 것인가’ <사진=참여연대>

[후기] 전쟁의 시대, 평화운동은 무엇을 할 것인가

글/편집. 황용하 평화네트워크 연구원, 이서영 평화네트워크 글로벌 코디네이터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평화운동의 현황과 성과를 공유하고 발전을 모색하 <‘전쟁의 시대, 평화운동은 무엇을 할 것인가>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에 참여한 다양한 분야의 학계 전문가 및 활동가들은 현재 한반도 긴장 고조 및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들에 한탄하면서도 평화 가능성에 대한 끈은 놓지 않았다.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은 기조연설에서 실현가능성과 관계 없이 반드시 할 일도 있다고 이야기 하면서도, 현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평화 담론은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심포지엄을 관통하는 질문은 평화운동에 있어 ‘가치와 지향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였고 이번 심포지엄에서 연사들은 그에 대한 고뇌와 나름의 해답들을 함께 나누었다.

(발제) 임재성 변호사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20년간 무엇을 해왔는지 개괄하고 종합평가하는 것으로 첫 발제를 채웠다. 한반도 긴장완화 노력과 동북아 비핵지대화 공론화와 더불어 반기지 운동, 군축과 국방외교정책감시, 해외무장개입 반대, 평화담론 형성까지 다른 사회운동단체들과 연대하여 평화 달성을 위해 ‘권력감시’와 ‘시민정책 제안’에 방점을 두었던 평화군축센터의 활동을 소개했다. 임재성 변호사는 평화운동은 위기감을 고조하는 권력의 거짓말을 밝혀낼 필요도 있지만, 폭력과 전쟁의 비극을 가시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평범하게 느껴지는 군사적 행위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체계의 본질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것이 결국 평화운동의 ‘해야할 일’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발제를 마쳤다.

(발제) 이영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국내외 연대운동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과제와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참여연대는 4가지 연대 활동 원칙인 개방적 수평적 연대, 사안별 정책별 연대, 진보적 가치 지향, 사회적 소수자와의 연대를 바탕으로 4개의 국내 상설 연대 기구, 15개의 국내 한시적 연대 기구, 3개의 국제연대기구 등과 함께 활동해왔음을 소개했다. 과제와 방향에 있어서는 군사주의와 전쟁위기 속에 폭넓은 연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한반도 평화 가능성에 대한 피로도와 냉소를 극복하고 시민참여 행동을 기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임재성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평화권이 위협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가시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21대 국회의 제한된 기여를 지적하며, 한반도 평화문제에 있어 여야 초정파 협력이 가능하도록 시민사회가 국회를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언급하고, 기후위기 등 다양한 의제와 연결하는 활동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발제) 이남주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는 평화군축센터 평화담론의 중요한 구성요소로서 역할을 해온 평화국가론의 취지와 지향의 유효성은 인정하면서도 담론으로서의 한계도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평화국가론의 현실적 의미를 더 명확하게 해야하고, 동시에 현재의 실천이 평화국가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 모두가 ‘국제관계의 현실에서 일국적 차원에서 평화국가를 실현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과 ‘분단 현실에서 평화국가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동시에 던지고 해답을 찾는 것이 더더욱 필요하게 되었다고 말했다.따라서, 남북의 적대적 관계를 전환하는 과정과 함께 진행되어야 평화국가의 경로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남주 교수가 제시한 나름의 해법은 ‘선제적 군축’ 개념보다 상호주의에 입각한 상호위협감축 및 신뢰구축 프로세스와 지역 차원의 군축 프로세스 및 그와 관련된 동북아 비핵지대화 구상 구체화 등을 포함한다. 물론 어려운 과제들임을 인정했지만 한국이 이러한 아이디어를 계속 공급할 수 있는 국가가 되는 것이 평화국가라는 지향을 구체화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토론) 이혜정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전쟁 위기의 본질을 가시화하고 평화 담론을 더욱 정교화해야한다는 점에서 앞선 세 발제자의 의견에 전반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또한 토론에서 몇 가지 질문들을 추가 제기했는데, 첫번째는 한반도의 첨예한 갈등 관계에서 ‘제 2의 천안함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과 그에 대한 평화 운동의 대응은 어떠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두번째는 평화국가론이 지역 안보구조의 변화없이는 한반도 비핵화/평화가 불가능하다는 ‘비관적 혹은 본질주의적 진단’이라는 학술적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하며, 이는 2018-19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좌초가 확인해주었다고 논했다. 여기에는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한미 동맹, 평화체제의 트릴레마에 따른 미국 문제가 자연스럽게 대두될 수 밖에 없다. ‘반미 자주’만을 외칠수도, 미국의 입장을 곧이곧대로 추종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상황은 지속적인 도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는 평화운동의 책임이 아닌 군사주의의 업보라고 이혜정 교수는 평가하면서, 이를 인정한다면 최소한 국가주권을 넘어 인류의 생존권을 우선하는 ‘제정신 (SANE: The National Committee for a Sane Nuclear Policy)’의 핵전략을 요구하는 보편주의적 접근으로 한반도 문제를 구성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 이동기 강원대 평화학과 교수는 한국의 평화운동이 이제까지 짊어졌던 하중이 너무 컸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러한 평화 활동들이 국가 정책 차원의 장기 과제를 제한적으로 담고 있는 평화국가론과 연계 될 수 있는지에 회의적 의견을 피력했다. 평화국가론 자체에 대해서도, 평화는 수행 주체와 대상을 국가나 정치 영역으로 한정하기는 어렵다며 평화사회나 평화 문명, 평화 문화 등을 논하는 것이 더 유익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영아 팀장이 언급한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도 평화 주제를 국제적으로 환기한 계기가 되었다는 의의를 가지지만 서명이라는 방식의 결집이 가지는 한계를 제고해 볼 필요성을 언급했다. 결과적으로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평화운동의 역동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 이예정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업국장은 앞선 발제들에 관해 평가하며 국제네트워크 구축에 있어서는 보다 결과중심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목도하며 사람들이 ‘군사적 우위가 안전의 기반’이라 생각하진 않을 지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결국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 국가론을 연계해서 발전시킬 수 있는 ‘현실적 이정표’를 어떻게 세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나누며, 남북과의 모든 협력, 대화의 채널이 단절 된 상황에서 현재 ‘남북협력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예정 사업국장은 남북교류협력을 통한 평화 조성에 대해 여전히 기대감을 드러내며 한국 내 남북협력 민간단체 간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과 더불어 기존 북측 파트너 및 해외동포 단체와의 연대를 통한 최소한의 협력사업을 지속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토론)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의 실천을 “비폭력을 절대선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폭력의 조건과 구조에 대해 더 많이 사유하고 비판한다는 점에서 “반폭력의 정치를 사유”하는 쪽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것을 반전평화운동의 오랜 실천 과정에서 획득한 경험적 지혜의 소산이라고 하면서도 평화군축센터가 전략적으로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이영아 팀장이 발제한 내용 중 ‘과제와 방향’에서 한반도 평화가능성에 대한 피로와 냉소를 극복하고 시민 참여 행동을 지속적으로 기획하고, 평화권이 위협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가시화하고, 무분별한 무기 수출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집중하면서 군사주의와 전쟁 위기 속 폭넓은 연대를 구축하고 기후위기 등 다양한 의제와 연결하고 활동 전략을 모색하는 방안을 견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 오리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달라진 국제정세와 남북관계등을 고려했을 때 향후 평화운동이 가야 할 길들을 제시했다. 첫째로는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는 무기박람회를 저항하는 행동에 더 많은 동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기거래 및 산업 자체가 밀실에서 논의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그에 저항하는 활동가들에게 힘을 실어줄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번째는 평화운동에 교차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차성은 문제를 다층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고 의제 사이의 질적 연대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페미니즘, 그린워싱, 난민, 기후위기 등과 무기거래를 연관지어 논의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는 평화운동의 전략과 전술이 조금 더 다양해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런 다양성과 더불어 실제 운동 차원에서 유연적인 사고가 동반되어야 활동가들의 피로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 남기평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회 간사는 한국기독교사회선교진영이 약 40년 간 진행해온 평화운동이 실패했는가 하는 냉소적인 질문을 던졌다. 40년 동안 등장하고 사용되어 온 평화, 통일, 자주, 고백, 사명 등의 신앙고백적 단어들도 ‘아우라’가 사라지고 한반도에는 대결구도만 남았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남기평 목사는 이남주 교수의 지적대로 “현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평화 담론은 힘을 발휘하기가 어렵다”는 것에 동의하면서 “폭력과 전쟁의 비극을 가시화해야” (임재성)하고, “평화권이 위협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가시화해야 한다” (이영아)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현재의 상황을 냉소하는 것보다 위기의 시대를 위기라고 말할 수 있고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냉정’함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견을 공유했다.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발제와 토론을 맡은 9명의 연사들의 평화운동에 대한 치열한 고민들을 엿볼 수 있었다. 달성 요원한 과제들과 어려운 해법들이 산적해있는 듯이 보이지만, 우리가 군사주의라는 틀에서 벗어나 생각하고, 평화권을 위협받는 사람들의 입장이 한번이라도 되어본다면 그리 요원하고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평화를 만들고 군사주의에 대한 맹목적인 신앙을 깨는 것은 우리 인간의 사유에서 비롯된 실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유와 실천의 선두에 선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의 앞으로의 30주년, 40주년을 기대하고 응원해본다.


평화군축센터20주년심포지엄 웹자보 (3)

프로그램

  • 1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20년의 발자취
    – 격려사 :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 기조연설 :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 2부 평화운동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좌장 : 윤정숙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 발제1. 평화군축센터는 지난 20년 간 무엇을 해왔나 / 임재성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 변호사)
    – 발제2. 평화군축센터 국내외 연대운동 평가와 과제 / 이영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
    – 발제3. 평화국가론과 동북아 비핵지대화는 여전히 유효한가 / 이남주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 토론1. 이혜정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 토론2. 이동기 (강원대 평화학과 교수)
    – 토론3. 이예정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업국장)
    – 토론4.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 토론5. 오리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 토론6. 남기평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간사)
    – 질의응답 및 전체토론

문의 :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02-723-4250, peace@psp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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