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군비축소 2024-04-23   945

[GDAMS 연속기고②] 죽음으로 이어지는 산업… 무기 거래부터 투명해져야

4월 12일부터 5월 15일까지 한국을 비롯하여 필리핀,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전 세계 각지에서 2024 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 캠페인이 진행됩니다. 세계군축행동의 날 캠페인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세계 군사비 지출 보고서 발표에 맞춰 군사비를 줄이고, 평화를 선택할 것을 각국 정부에 촉구하는 국제캠페인입니다. 

‘두 개의 전쟁’으로 전 세계가 매우 불안합니다.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휴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거대한 폭력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앞다투어 군비증강에 몰두하고 있어 평화와 협력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전쟁과 무력 분쟁은 인류와 지구를 파괴할 뿐 아니라 기후위기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한정된 예산을 전쟁과 전쟁 준비가 아니라 생명과 일상을 위협하는 시급한 문제 해결에 사용할 것을 제안하는 연속 기고를 진행합니다. 한국에서는 4월 22일(월) 오전 11시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세계군축행동의 날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실시하였고, 같은 날 오후 7시 토크쇼 <예산삭감에 성난 사람들 : 군사비를 줄여 사람과 지구에>를 성황리에 개최하였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 https://omn.kr/28ff1

미사일 살 돈을 ‘사람’에게… 비현실적이라고요?
③ 불안불안한 남과 북… 국방예산 축소 필요한 까닭
④ 기후위기-민생 걱정이시죠? ‘군사비 감축’이 도움 될 것입니다
⑤ 옆 사람이 국방비를 삭감하자고 주장한다면

죽음으로 이어지는 산업… 무기 거래부터 투명해져야

[GDAMS 연속기고②] 군대는 작게, 무기 거래는 투명하게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급증하는 군사비, 성장하는 K-방산

’24~’28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한국의 군사 예산은 2023년 57.1조 원에서 2028년 80.0조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연평균 7%의 증가율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한국의 GDP 대비 군사비 비율은 머지않아 3%를 넘게 된다. 한국이 90년대 초반 이후로 GDP의 3% 이상을 군사비로 지출한 적은 없다. 윤석열 정부의 군사 정책은 냉전 시대로의 퇴행이다.

그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은 무기 산업을 군사 안보를 넘어 경제와 연결시키며 군사비를 “비용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산업 발전 투자라고 생각하면 국방의 의미가 자산으로 바뀐다”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2027년까지 “4대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며 무기 산업을 반도체, 이차전지 등과 함께 주력 수출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무기 산업이 가치중립적이거나 유익한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었다면 무기를 다른 나라에 팔아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기는 오로지 살상과 파괴를 위한 도구이고, 판매되는 것만으로 공격적인 외교 정책을 조장하고 국내외 불안을 증가시킨다. 게다가 한국이 무기를 수출하는 곳은 무기를 가지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살상에 사용하는 국가들이다. 

한국은 팔레스타인을 오랫동안 군사점령하고 집단학살을 저질러온 이스라엘에 지속적으로 무기를 팔아왔으며, 2023년 10월 이후로도 이스라엘에 최소 128만 달러(한화 약 17억 6천만 원)의 무기를 수출했다. 한국산 무기들은 웨스트파푸아, 필리핀, 시리아, 예멘 등에서 실전에 사용됐다.

2024 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 캠페인
▲  2024 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 캠페인 ⓒ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

무기 거래 감시를 방해하는 한국 정부

한국 정부와 무기 회사들은 언론을 통해 화려한 무기 수출 실적을 자랑하는 한편, 무기 생산과 수출에 대한 정보를 축소·은폐한다. 방위사업청은 작년에 대표적인 비인도 무기인 확산탄의 생산 사실을 숨겼다가 들통났다. 2022년에 1500억 원이 넘는 예산으로 확산탄을 생산해 놓고 정보공개청구에서 “확산탄을 생산한 사실이 없다”고 부정했다가 나중에야 “생산한 사실이 있다”고 정정한 것이다. 

방위사업청의 ‘말 바꾸기’
▲  방위사업청의 ‘말 바꾸기’ ⓒ전쟁없는세상

외교부는 매년 한국이 가입국으로 있는 무기거래조약 사무국에 제출하는 보고서에 7대 주요무기 및 소형무기 수출 내역을 축소 보고하고 있다. 외교부가 2018~2022년에 무기거래조약에 따라 보고한 무기 수출 내역의 가치는 약 8억 8400만 달러이다. 하지만 유엔 무역 통계상 한국 정부 보고에 따르면, 같은 기간 한국은 최소 77억 7200만 달러의 무기를 수출했다. 

최근에는 관세청이 무기 수출입 통계를 비공개 조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무역협회가 운영하는 무역통계 서비스에서 무기류(MTI 코드 97) 수출입 통계가 작년까지는 조회되었는데 올해 1월부터 막힌 것이다. 무기 수출입 통계는 무기 거래 감시를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공개되어야 하는 정보다.

한국 정부는 해당 정보의 공개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영국과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은 무기 수출 및 수출 허가에 대해 대상 국가, 품목, 금액 등의 자료를 정기적으로 공개한다. 무기 거래 정보 공개에 따른 ‘외교 안보적 위험’이 한국에만 있고 유럽 국가들에 없을 리 없는 만큼 한국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네덜란드에서는 인권 단체들이 제기한 소송으로 지난 2월 법원이 F-35 전투기 부품의 이스라엘 수출 중단을 명령했다. 무기 수출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저지르는 전쟁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시민들이 무기 수출입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면, 분쟁 지역이나 독재 국가로 무기가 수출되는 것을 감시할 수 있고 정부를 상대로 수출 중단, 금수 조치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시민들의 행동으로 이스라엘로 무기 수출이 중단됐다.
▲  네덜란드에서는 시민들의 행동으로 이스라엘로 무기 수출이 중단됐다. ⓒ 전쟁없는세상

군비 축소와 더불어 해야 할 일

군사비를 줄이지 않고 군사 활동으로 인한 낭비와 피해를 줄일 방법은 없다. 한국이 더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고 무기 산업을 육성할수록, 한국이 만든 무기는 더 많은 나라로 팔려나가 사람들을 죽인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쓴 돈이 결국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역설의 고리를 끊으려면 궁극적으로 무기 산업을 폐지해야 한다. 

군대와 무기 산업의 규모를 줄이는 것과 별개로 해야 할 일도 있다. 무기가 최소한 분쟁 지역과 독재 국가로 이전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이다. 그런 감시가 가능하려면 무기 거래와 관련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한국처럼 거대한 군사력과 무기 산업을 보유한 나라가 무기 수출 통제를 소홀히 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기후위기 시대에 한국 정부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또 다른 정보는 군사 부문의 환경 영향이다. 2021년 수행된 국방부의 연구 용역 결과, 군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기준 약 388만 톤CO2-eq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무기 산업의 전 공급망을 포함한 군사 부문의 포괄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서는 어떤 결과도 발표된 바 없다. 이에 대한 조사와 감축 계획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2023년 한 해 전 세계는 군사비로 2조 4430억 달러(한화 약 3373조 원)를 썼다. 1분에 64억 원, 1초에 1억 원이 전쟁과 전쟁 준비를 위해 사라진다. 사람과 지구를 위해 지금 당장 군사비를 줄여야 한다. 나아가 무기가 팔려서는 안 될 곳으로 팔리지 않도록 무기 거래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