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군비축소 2024-04-25   961

[GDAMS 연속기고④] 기후위기-민생 걱정이시죠? ‘군사비 감축’이 도움 될 것입니다

4월 12일부터 5월 15일까지 한국을 비롯하여 필리핀,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전 세계 각지에서 2024 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 캠페인이 진행됩니다. 세계군축행동의 날 캠페인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세계 군사비 지출 보고서 발표에 맞춰 군사비를 줄이고, 평화를 선택할 것을 각국 정부에 촉구하는 국제캠페인입니다. 

‘두 개의 전쟁’으로 전 세계가 매우 불안합니다.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휴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거대한 폭력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앞다투어 군비증강에 몰두하고 있어 평화와 협력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전쟁과 무력 분쟁은 인류와 지구를 파괴할 뿐 아니라 기후위기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한정된 예산을 전쟁과 전쟁 준비가 아니라 생명과 일상을 위협하는 시급한 문제 해결에 사용할 것을 제안하는 연속 기고를 진행합니다. 한국에서는 4월 22일(월) 오전 11시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세계군축행동의 날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실시하였고, 같은 날 오후 7시 토크쇼 <예산삭감에 성난 사람들 : 군사비를 줄여 사람과 지구에>를 성황리에 개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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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사일 살 돈을 ‘사람’에게… 비현실적이라고요?
② 죽음으로 이어지는 산업… 무기 거래부터 투명해져야
③ 불안불안한 남과 북… 국방예산 축소 필요한 까닭
⑤ 옆 사람이 국방비를 삭감하자고 주장한다면

기후위기-민생 걱정이시죠? ‘군사비 감축’이 도움 될 것입니다

[GDAMS 연속기고④] 기후위기 해결을 정치 우선순위에 둬야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 팀장)

“마트에 가면 고민하다 결국 새송이버섯만 사오게 됩니다.”

어느 활동가가 요즘 장보는 이야기를 하면 들려준 말이다. 먹거리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와중에 그나마 저렴한 식자재가 새송이버섯이기 때문이다. 사과는 이미 ‘금값’이 된지 오래다. 김도 생산량이 10% 넘게 줄었다고 한다. 코코아를 생산하는 아프리카 지역의 기상이변 때문에 과자값도 오르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온이 농산물 생산량에 영향을 주면서 물가가 치솟는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2024년 봄, 기후위기는 밥상 물가 상승으로 평범한 시민들의 삶에 다가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의 삶을 파고드는 심각한 기후위기에 한국사회는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가? 얼마 전 끝난 한국 총선의 승자가 ‘좌파도 우파도 아닌, 대파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선거 기간 대파는 물가 인상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그 원인과 배경이 된 기후위기 의제는 선거 기간 내내 실종 상태였다. 인류가 맞닥뜨린 초유의 위기를 어떻게 넘을지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찾는 정책 논의와 토론은 ‘875원 짜리 대파’ 만큼이나 찾기 어려웠다. 

비단 한국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 세계의 기후위기 대응 수준은 1.5℃ 목표를 달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유엔 안토니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는 끝나고, 지구가 끓는(global boiling) 시대가 시작됐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산유국인 아랍에미레이트가 의장국이었던 2023년 28차 유엔기후변화총회(COP28)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조차 합의하지 못했다. 또한 COP28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 대응을 위한 기금 마련이 합의됐지만, 약정액은 필요금액의 0.2%에 불과하다.

기후행동네트워크에 따르면, 개도국들이 해마다 기후위기로 겪는 손실이 4000억 달러(53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는데, 그에 비해 ‘손실과 피해 기금’ 약정액은 8억 달러(1조500억 원)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선진국은 2009년 개발도상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20년까지 매년 1천억 달러의 재원을 마련하기로 약속했으나, 2020년 기준 833억 달러에 불과했다. 

세계군축행동의 날
▲ 전 세계가 매년 막대한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는 현실을 상징하는 퍼포먼스 ⓒ 2023년 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 캠페인

더딘 기후의기 대응… 빠른 세계 군사비 지출

이렇게 저조하고 더딘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과 대조적으로, 전 세계의 군사비 지출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그 금액 또한 막대하다. 2023년 전 세계가 지출한 군사비는 전년 대비 6.8% 증가한 2조4430억 달러(약 3373조 원)로 14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전 세계 군사비의 1/6만으로도 개도국들이 기후위기로 겪는 연간 손실액을 마련하고도 남는다. 네덜란드의 연구기관인 TNI의 분석에 따르면, 2013~2020년 선진국의 군사비 지출은 그 국가들이 기후취약국을 위해 사용한 재원의 30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은 2023년 479억 달러(57조 원)의 국방비를 지출해서 전 세계 11위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사비는 2.8%로 우크라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미국에 이어 5위다. 한국의 국방비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에 있으며 2024년 국방예산은 4.2% 늘어난 59조4244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2024년 탄소중립예산은 14조5000억 원에 불과하다. 한국의 2023~27년 국방중기 계획 상 5년간 지출계획이 331.4조 원인데 반해, 1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 상 같은 기간 동안 탄소중립 재정투자계획은 89.9조 원에 불과하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정부는 지속적인 국방예산 증액과 함께 방위산업 수출에 주력해 왔다. 윤석열 정부는 ‘미래먹거리 6대 신산업’으로 무기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 목표를 축소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현 정부 이후로 미루며, 산업계 부담을 줄여주는 등, 현 정부에서 보여주는 기후정책의 퇴행과 크게 대조 된다. 

전 세계의 군사비 지출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역량과 재원을 제한하고 잠식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만이 아니라 군대와 군사활동은 그 자체로 기후위기 유발의 원인이 되고 있다.

2022년 SGR(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와 CEOBS(The 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의 연구에 따르면, 군대의 탄소발자국은 전 세계 배출량의 5.5%에 달하는 것으로 나온다. 만약 하나의 국가로 본다면, 이는 중국, 미국,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배출량이다. 2년 전 공개된 미 국방성(Department of Defence)의 ‘온실가스 배출 수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이 2019년 한해 동안 배출한 온실가스는 5500만 톤에 달한다.

한국군은 어떤가? 국방부가 수행한 ‘군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연구용역’에 따르면 2017년~2020년 동안 매년 346만~388만 톤에 해당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2020년의 배출량(388만톤)만 놓고 보면, 전국 783개 공공기관의 배출량 총합보다 많은 양이다. 

군사부문의 탄소배출은 평상시 군대 운용과 무기 생산 과정에서만 배출되는 것은 아니다. 군대가 수행하는 전쟁은 그 자체로 많은 인명피해와 환경오염을 낳고, 아울러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최근 ‘전쟁 관련 온실가스 산정 이니셔티브(Initiative on GHG Accounting of War)’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2022년 2월 말부터 2023년 8월 말까지 약 18개월 동안 발생한 온실가스는 1억5000만 톤에 달한다. 벨기에가 한 해 배출한 온실가스보다 많은 양이다.  

ⓒpexels

기후위기, 돈이 없어서 대응 못 하는 게 아니다

2024년 올해 세계군축행동의날은 공교롭게도 4월 22일 지구의날이다. 군비축소는 기후위기를 막는 효과적인 길이다.

첫째, 군비 축소는 실질적인 기후위기 대응 재원 마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2024년부터 7년 동안 전 세계 연간 국방비가 매년 2% 군비가 증가할 경우와 연간 국방비를 2조 달러로 동결하는 경우를 비교하면, 국방비 동결로 인해 7년간 절약할 수 있는 금액은 3조4410억 달러, 연 평균 약 5000억 달러에 달한다. 군비 동결만으로도 개도국이 매년 기후위기로 보는 손실액(4천억 달러)를 채우고도 남는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군비 축소는 군사활동의 축소를 의미하므로, 군사부문의 탄소배출 감축으로 이어진다. 또한 군사활동과 전쟁은 인류와 공동체, 그리고 생태계에 막대한 피해와 손실을 가져온다. ‘기후정의’는 단순한 탄소배출 감소만이 아니라,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사회적으로 정의로우며 모든 생명이 존엄하게 살아가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군비 축소와 평화 증진은 기후정의 실현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기후위기 대응은 어느 한 두 나라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고, 국제적인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군비 축소가 국제적 긴장과 갈등 완화로 이어진다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상호협력의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지난해 정부의 나라살림은 87조 원이 적자였다. 부자와 기업들을 봐주기 위해 세금을 깎아 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탄소배출이 책임이 큰 이들의 편의를 봐주면서, 그나마 있는 재원마저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 기후위기는 돈이 없고, 자원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회의 우선순위를 선택할 정치적 의지의 부재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총선이 끝나고 이제 곧 22대 국회가 열린다. 진정 민생을 위한다면, 치솟는 사과값과 대파값을 걱정한다면, 재난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자 한다면, 기후위기 해결을 정치의 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 군사비를 줄이고 더 많은 재원을 지구와 사람을 위해서 사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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