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군비축소 2024-04-29   1038

[GDAMS 연속기고⑤] 옆 사람이 국방비를 삭감하자고 주장한다면

4월 12일부터 5월 15일까지 한국을 비롯하여 필리핀,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전 세계 각지에서 2024 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 캠페인이 진행됩니다. 세계군축행동의 날 캠페인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세계 군사비 지출 보고서 발표에 맞춰 군사비를 줄이고, 평화를 선택할 것을 각국 정부에 촉구하는 국제캠페인입니다. 

‘두 개의 전쟁’으로 전 세계가 매우 불안합니다.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휴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거대한 폭력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앞다투어 군비증강에 몰두하고 있어 평화와 협력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전쟁과 무력 분쟁은 인류와 지구를 파괴할 뿐 아니라 기후위기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한정된 예산을 전쟁과 전쟁 준비가 아니라 생명과 일상을 위협하는 시급한 문제 해결에 사용할 것을 제안하는 연속 기고를 진행합니다. 한국에서는 4월 22일(월) 오전 11시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세계군축행동의 날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실시하였고, 같은 날 오후 7시 토크쇼 <예산삭감에 성난 사람들 : 군사비를 줄여 사람과 지구에>를 성황리에 개최하였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 https://omn.kr/28hpk

 미사일 살 돈을 ‘사람’에게… 비현실적이라고요?
② 죽음으로 이어지는 산업… 무기 거래부터 투명해져야
③ 불안불안한 남과 북… 국방예산 축소 필요한 까닭
④ 기후위기-민생 걱정이시죠? ‘군사비 감축’이 도움 될 것입니다

옆 사람이 국방비를 삭감하자고 주장한다면

[GDAMS 연속기고⑤] 모두의 안전을 위한 대화-교육의 가능성

영철 (피스모모 두어스랩 실장)

‘무력갈등이 심각하던 시기는 지나갔어요. 현재 살아가는 사람들의 교육과 복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3년 안에 국방비를 20% 삭감할 것을 제안합니다.’

평소 만나는 청소년이 이와 유사한 말을 한다면 뭐라고 답하겠는가? ‘택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하거나, ‘아직 뭘 몰라서 그런다’면서 안보 상황에 대해 설명할 수도 있겠다. 적어도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물어볼 정도의 여유는 가질 수 있다. 조금 더 나아가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로의 생각에 어떤 공통점이나 차이점이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국 말고 다른 사회에서는 어떤지 대화가 이어진다면, 관계는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한다.

여러 일상과 교육 현장의 현실을 고려하면, 군사비를 주제로 수평하게 대화한다는 것이 허황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청소년이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주제다. 대화든 교육이든, 답을 정해놓고 하면 포용성이나 창의성이 발휘되기 어려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글의 앞부분에서 소개한 문장은 2023년 10월, 케냐의 마쿠에니현에서 발간한 교육자료 ‘Civic Education on Government and Citizenship’에 담겨있는 내용이다. 해당 자료에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을 대표할 사람을 선출하는 과정을 배울 수 있다. 국방비 삭감을 제안하는 후보뿐 아니라 농업을 경제성장의 중심으로 삼겠다는 후보, 민주주의를 망치는 세력들을 제거하겠다는 후보, 가난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후보, 안보를 튼튼하게 하겠다는 후보 등 다양한 입장과 이해관계를 표방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이후 학습자들은 어떤 이슈에 관심이 있는지, 후보자의 자질 중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불필요하거나 사실과 다른 정보는 무엇인지를 판단하고 배우는 과정을 거친다.

누가 선출되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Civic Mindedness(시민으로서의 마음가짐)’이다. 교육공간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다른 것을 넘어 공동체 모두의 더 좋은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더 나은 선택은 무엇인지를 심혈을 기울여 판단하고 재구성하려는 지향성이다.

정치교육이자 시민교육 자료를 살펴보며, 현재 한국의 교육 현장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얼마나 가능한지 질문했다. 나아가 한국 사회 전체를 하나의 교육공간이라고 상정한다면, 우리에겐 무엇이 필요한지 합리적으로 대화하고 판단할 기회가 있는지 질문했다. 

국방비와 안전의 상관성,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 캠페인

두 질문 모두,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가 어렵다. 다른 이슈보다도 국방비는 꽤 첨예한 문제이고, 교육 공간에서 다루기엔 정치적인 영역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관계만 따져보자면, 한국의 경우 2024년 정부 예산 656.6조 원 중 59.4조 원을 국방비로 책정했다. 국가채무 최소화를 위한 긴축재정 기조 하에 정부 총 예산이 2.8% 증가했고, 국방비는 그를 상회하여 4.2% 증가했다.

국방비 안에서도 가장 많이 증가한 부문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방위력 개선비 중 항공기 분야의 예산이 32.6% 증가했으며, 전력유지비 중 장병 보건 및 복지 향상을 위한 예산이 24.5% 증가했다.

국방비 편성과 각 부문의 증감에 대한 세부적인 평가나 판단은 다를 수 있지만, 함께 보면 좋을 데이터가 하나 더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는 군사비로 2조4430억 달러를 사용했다. 이를 환산하면 약 3373조 원인데, 전쟁 또는 전쟁 대비를 위해 1분에 64억 원가량의 돈이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2023년 가자지구에서의 학살을 비롯해 전세계의 안보 불안이 가중되고, 국가별로 자신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국방비를 상승시킨 결과다.

국방비의 특징이 그렇다. 전세계가 연결돼 있는 이상, 안전은 한 국가 경계 내에서 지켜지기 어렵다. 그래서 한 국가만 국방비를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

다만 비교적 확실한 것은, 한 국가에서든 지역에서든 국방비가 많이 사용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다른 행위자들에게 영향을 주어 모두가 안전해지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 상에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인데, 갈등·환경관측소(CEOBS)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군사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탄소배출량은 전세계의 5.5%에 이르며, 국가로 따지면 중국, 미국, 인도에 이어 세계 4위이다. 군사 활동이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데 있어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해석은 다를 수 있다. 한 국가에서 살아가는 사람이자, 동시에 세계와 연결된 사람으로서 당신은 이 데이터들을 어떻게 읽는가? 지금 현재, 우리 삶에 필요한 안전은 무엇인가? 조금 더 안전하게 살기 위해 예산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나아가, 이 상황이나 이슈에 대해 우리는 옆 사람들과 어떤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옳고 그름으로 재단하지 않고, 건강하게 의견을 나누는 공간을 어떻게 마련해볼 수 있을까?

모두의 안전을 위한 대화와 교육의 가능성

ⓒ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 캠페인

참고할 만한 교육계의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지난해 말 유네스코에서는 1974년에 채택했던 국제이해교육 권고(국제이해, 협력, 평화를 위한 교육과 인권, 기본 자유에 대한 교육 권고) 개정안을 발표했다.

약 50년 만에 개정하게 된 이유와 필요는 간단하다. 기존의 권고안이 2024년 현재의 위기를 진단하고 그에 대응하는 데 있어 취약하다는 것이다. 개정안에서는 기후변화와 군사적 긴장 상승, 불평등과 양극화를 포함하는 복합위기를 핵심적인 문제로 진단하며, 교육의 의미와 역할을 명료하게 설정하기 위한 목적으로서 인류와 지구의 공통성(commons)에 주목한다.

교육은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두’의 공통성을 배우고,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모두’가 누구인지는 지속적으로 질문하며 채워가야 하는 내용이지만, 국가에 한정되지 않고, 사람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히 전제되어 있다.

이를 위한 실질적인 대안으로서, 개인-사회-세계의 긴밀한 상호연결성과 상호의존성을 인식하는 배움, 여러 과목이나 주제가 통합적으로 연결되는 배움, 비판적 인식을 넘어 실천하는 배움 등이 소개된다. 더불어, 교육을 학교교육으로 한정하지 않고 평생 동안 지속되는 성격과 일상에서 발생하는 성격의 교육도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지향도 담겨있다.

물론 권고안은 강제성이 없다. 그리고 현재 한국 사회의 교육 현장을 생각하면, 권고안 내용 중 일부는 이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특히, 관련 주제를 다룰 수 있는 장이었던 민주시민교육과 통일교육은 현 정부의 정책이나 거버넌스 차원에서 할 말도, 비판할 점도 상당하다.

그렇지만 지금 눈앞의 문제에 대응하고 바로잡는 것 만큼이나, 생각이 달라도 같이 살아갈 이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할 책임도 중요하므로, 같이 생각해보고 싶다. 국방비 감축을 포함한 논쟁적인 이슈를 일상에서, 교육공간에서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누군가를 위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의 안전을 정의하고 확대하기 위해서 말이다. 비교적 안전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질수록, 질문에 답하기도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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