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24-05-15   1228

[칼럼] “하느님은 어디에 계시는 거야?”

임재성 |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사회학자·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

“2023년 11월3일 오후,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에서 라파로 환자를 이송시키던 구급차가 병원 근처에서 세 차례 공격을 받아 13명이 사망했습니다. 같은 날부터 4일까지 자발리야에 있는 난민캠프 학교 건물이 두 차례 공습을 받아 7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습니다.”

“2023년 11월10일 오후 5시, 피난민들의 보호소로 사용하던 알부라크 학교에 이스라엘군이 공습해 50명이 사망했습니다.”

한국 시민단체들은 4월부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시민 고발인 모집’ 활동을 진행했다. 국회의원, 국제정치학자, 평화운동가, 한국 체류 중인 팔레스타인 난민 그리고 무엇보다 동시대 학살을 목도하며 절망하고 있던 시민들까지 총 5천여명이 고발인으로 모였다. 필자는 이 고발인들의 대리인 중 한명으로, 지난 9일 대한민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앞선 두 단락은 그 고발장에 기재된 범죄 내용 중 일부다.

‘사망’이라는 단어가 635번, ‘살해’는 117번 기재된 140여쪽의 고발장 중 30장에는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지난 4월30일까지 이스라엘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내용이 일자별로 전수조사 되어 담겨 있다. 고발장을 작성하며 끝도 없이 계속되는 “집을 포격하여 10명이 사망”, “초등학교를 포격하여 2명이 사망”과 같은 활자를 마주했다. 아득했고, 비현실적이기도 했다. 예전 ‘폭력’을 연구하며 읽었던 책들이 떠올랐다.

엘리 위젤의 ‘밤’. 아우슈비츠 내부 발전소를 폭파하는 데 가담했다는 이유로 어린 소년이 사형을 선고받는다. “하느님은 어디에 계시는 거야?” 교수형을 지켜보던, 수용된 유대인 중 한명이 읊조린다. 소년이 딛고 있던 의자가 넘어졌지만, 소년 목에 걸린 줄은 계속 움직인다.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소년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몸부림쳤다. 책의 저자인 엘리 위젤은 15살 나이에 그 장면을 모두 지켜봤다. 그러곤 속으로 말한다. “하느님이 어디에 있느냐고? 여기에 있다. 그는 저기 교수대에 매달려 있다.” 폭력에 대한 절망.

테렌스 데 프레의 ‘생존자―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삶의 해부’. “여전히 자유로운 사람들은 자신의 이웃들이 파괴되는 동안, 자신의 ‘자유’가 얼마큼 가치 있는지, 자신이 얼마나 많은 거짓말로 살 것인지, 자신이 얼마만큼 묵인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폭력에 대한 외면.

고발장에 적힌 피고발인 7명은 이스라엘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를 비롯한 이스라엘 최고 권력자 7명이다. 가자지구 학살 초기부터 “전기, 식량, 물, 연료가 없는 … 완전한 포위”를 선언했고, “우리는 인간 동물과 싸우는 중”이라며 집단살해를 선동했다. 대한민국 수사기관이 이들을 수사할 수 있을까? 집단살해나 전쟁범죄와 같은 범죄는 ‘보편적 관할권’이 원칙이다. 범죄자 국적, 범죄가 발생한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국가가 수사하고 재판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그러한 보편적 관할권 원칙을 인정하면서도 제한을 두었다. ‘범죄자가 국내에 있을 것.’ 현재 피고발인은 대한민국에 없기에 이번 고발은 실질적인 수사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 무슨 소용일까?

법률가로서 답변은 이렇다. 그들이 대한민국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언제든 고발장을 다시 제출할 것이다. 최소한 고발된 이스라엘 전쟁범죄자 7명은 대한민국에 들어올 수 없다. 대한민국의 고발운동이 훨씬 더 많은 국가에서 확산되고, 결국 전쟁범죄자들이 체포되고 처벌되는 운동의 시작이길 바란다.

동시대인으로서 답변은 이렇다. 6개월 만에 3만5천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최소 추정치로도 과반이 여성과 아동이다. 전쟁이 아니라 학살이다. 유엔도 미국도 학살을 멈출 방법이 없는 시대. 고발장 중 최소한 가자지구에서 매일의 죽음을 기록한 30장을 읽어달라. 이웃의 파괴를 얼마큼 외면할지 결정해야 한다면, 묵인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하자.

고발장이 접수된 이후 우상호 국회의원이 고발인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알려왔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타국의 정상을 고발하는 일에 참여하는 것이 저어된다고 거절했지만, 고민 끝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하느님은 어디에 계시는 거야’를 물을 만큼의 참혹이지만, 절망이 아니라 ‘뭐라도 하겠다’는 마음이 번질 수 있다고 믿는다.

>> 한겨레에서 보기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