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죽어도 못 떠난다. 미군이 떠나라

매향리사격장 즉각 폐쇄와 SOFA전면개정을 위한 평화의 인간띠잇기대회

매향리를 뒤덮은 주인된 함성

6월 6일, 반세기동안 미군들이 제 땅인 양 매일 같은 폭격연습으로 피폐해진 매향리는 3000여명의 주인된 함성으로 뒤덮였다. ‘매향리미공군폭격연습주민피해대책위(이하 주민대책위)’와 ‘매향리사격장폐쇄를위한전국공대위(준)’의 주최로 열린 이날 평화의 인간띠잇기대회에는 참여연대, 환경연합, 녹색연합 등 주요 시민단체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등 노동, 종교, 학생단체들이 대거 참여하여 매향리 문제가 전 국민적인 분노를 일으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날 대회과정에서 반세기동안 우리 땅을 막아온 미군사격장 철조망 1Km 가량이 뜯겨져 나가 미국의 오만한 태도에 강력한 경고가 되었다. 사진과 함께 출발부터의 생생한 과정을 전한다.

출발부터 쉽지 않은

시민단체 참가자들은 10시부터 신도림역 부근에서 집결하였다. 4대의 전세버스에 탑승한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그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경실련 측에서 명지대학교에서 버스 3대를 대절하였는데 학교측에서 버스를 돌리라고 기사에게 연락한 것. 일반관광회사에서 대절한 나머지 1대에도 경찰에서 버스대절을 취소하라는 연락이 왔었다고 하였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에 현장에 나와있던 구로경찰서 정보과장(사진왼쪽)에게 강력히 항의하자 학교측과 직접 통화하여 ‘경찰이 압력을 가했다는 것은 오해다. 버스를 그냥 보내도록 하라’고 말하였고, 버스기사(오른쪽)도 출발해도 되는지 학교측에 전화하고 있다. 결국 예정시간을 1시간을 넘긴 11시 10분 경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합법집회에 불법검문

출발부터 쉽지 않았던 행렬은 매향리에 들어가는 입구에서 또 한번 막혔다. 경찰 측은 검문을 요구했고, 참가단체들은 합법적으로 신고된 집회에 검문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그냥 가려하자 제지하였다.(사진왼쪽) 실랑이 끝에 그냥 통과하였으나 그 다음에 도착한 버스는 끝내 검문을 당하고 말았다.(오른쪽)

가자! 고온리사격장으로

2시가 가까운 시각, 매향리 미군폭격연습장(고온리사격장) 옆에 위치한 주민대책위 사무실을 중심으로 3000여명의 군중이 운집하였다. 마을 주민들을 포함, 민주노총의 노동자분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 한총련 학생들이 풍물패를 앞세우고, 고온리사격장 입구를 향해 행진을 시작하였다. 참가자들의 외침은 이미 사격장 폐쇄를 넘어 미군철수에 이르고 있었다.

너희가 미국경찰이냐?

고온리사격장에는 25개 중대 3000여명의 경찰병력이 배치되었다. 미국 부대를 지킨다고 한국 경찰이 나와있는 것에 분개한 대회참가자들이 산발적으로 전투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한때 참가자 한 명이 연행되기도 하였으며, 한 명은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기도 하였다. 잦은 충돌로 집회가 지연되자 시민단체 간사들이 나서 진정시키기도 하였다.

기만적인 이주대책 필요 없다. 사격장을 폐쇄하라

SOFA개정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인 최종수 신부님(맨 왼쪽)의 사회로 규탄대회가 진행되었다. 전만규 위원장의 구속으로 임시위원장을 맡은 최용운씨(왼쪽에서 두번째)는 ‘우리는 미군에게는 살아 움직이는 표적, 우리나라 정부에게는 내다버린 자식이었다’고 운을 뗀 후, 폭격연습 중단과 사격장 폐쇄, 물리적·심리적·환경적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이미 모든 것을 잃었다. 우리는 되찾을 것만 남았다’고 외치며 연설을 마쳤다. 이어 국방부 대책발표에 대한 규탄발언을 한 SOFA개정국민행동 김용환 공동집행위원장은 거듭 사격장 폐쇄를 주장하며, ‘국방부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보상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국방부는 여태 적법한 절차가 없다며 보상을 거부해왔다’고 성토하고 ‘그래서 현재 민사소송이 진행중이니 이 결과에 따라 보상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 기총사격장 농성이전에 대해서는 ‘이미 그 대책은 지난 98년에 발표되었다가 현실성이 없다고 스스로 폐기했던 것’이라고 밝히고, ‘국방부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그만하라’고 촉구했다.

마을여성을 대표하여 나온 매향리 부녀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은 ‘지금은 폭격연습으로 망가진 농섬은 옛날 굴따러 갔던 곳’이라고 말하고, ‘우리는 바다에서 먹고사는 사람들인데 이주하면 무얼먹고 살란 말인가’라고 성토하였다. 또, ‘만규가 붙잡혀가서 마을사람들이 더 들고 일어났다’고 밝히고, ‘우리 만규를 확실하게 밀어주어 꼭 승리하지’고 외쳤다. 이어 결의문을 낭독한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홍근수 상임대표(맨 오른쪽)는 ‘미군이 점령군으로 이 땅에 들어온 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미군부대 앞에서 시위하긴 처음이다’라고 말하고, 결의문을 통해 50년 피해보상과 사격장 폐쇄, 환경파괴에 대한 민관합동조사 실시, 전만규 위원장 석방을 요구하였다.

민중의 분노에 뜯겨져 나가는 미국의 오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우리의 소원은 폐쇄’로 바꿔 부르며 규탄집회를 마치고 바로 인간띠 잇기 행사로 이어졌다. 거의 고온리사격장 절반을 둘러싼 3000여명의 시위 참가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철조망을 흔들기 시작했고, 반세기동안 우리 땅에 경계를 그어 놓았던 그 철조망은 의외로 쉽게 뜯겨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모두들 철조망을 뜯어내는데 달라붙었다. 결국 1시간여 동안 이어진 인간띠 잇기 행사에서 사격장의 철조망은 절반가까이 떨어져 나갔으며 철조망을 다 뜯어낸 참가자들은 콘크리트 기둥을 뽑기까지 했다. 사격장을 다 둘러싸기에 병력이 부족한 전경들은 뚫려진 철조망을 막느라 동분서주하였고, 이를 지켜보던 매향리 주민들은 ‘이짝도 다 뜯어버려’, ‘아주 다 뜯어버려야 돼’라고 외치며 응원하였다.

여러분이 있기에 우리가 승리할 것을 믿습니다

5시가 다되어 주민대책위 사무실 주변으로 집결한 참가자들은 정리집회를 열었다. 김종인 자통협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정리집회에서 민주노총의 단병호 위원장은 ‘우리의 목표는 사격장 폐쇄가 아니라 이 땅에서 미군을 몰아내는 것’이라고 말하고, ‘사격장 폐쇄를 계기로 주한미군을 영원히 몰아내자’고 외쳤다. 전만규 위원장 사모님도 나와서 ‘여러분이 있기에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라는 짧은 외침으로 연설을 대신하였다. 마을 사람들과 대회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손에 손을 잡고 ‘동지가’를 부르며 집회를 마무리하였다. 김종인 사무처장은 ‘오늘 우리가 사격장을 점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경고의 의미로 여기에서 마친다. 사격이 만약 재개된다면 우리는 단호히 사격장을 점거해 버릴 것이다’라고 강조하였다. 남북회담이 끝나고 미군은 사격연습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진정 자주독립국가의 정부로서 국민을 대변해주기를 기대한다.

누가 이들을 갈라놓았는가

고온리사격장 입구로 행진하는 집회참가자들과 사격장 철조망 안에서 미군대신 사격장을 지키고 있는 경찰들

역사의 주인, 노동자가 빠질쏘냐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이날 대회에 대거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Yankee go home!

한 참가자가 ‘YANKEE GO HOME’이라고 바닥에 쓰고 있다. 이날 고온리사격장 주변 곳곳에 반미 구호들이 쓰여졌다.

welcome? welcome!

‘welcome to …’라고 쓰여진 고온리사격장 입구간판, 한 참가자가 스프레이로 이 간판을 칠하고 있다.

충돌

인간띠잇기 행사에서 철조망 철거가 이루어지는 도중, 이를 거칠게 제지하려는 경찰과 산발적인 충돌이 있었다.

헬기 출현

행사 막바지에 경찰 헬기까지 나타나 선무방송을 하고 있다.

전경으로 바뀐 철조망

참가자에 의해 뜯겨져나간 철조망을 전경이 대신하고 있다. 콘크리트 기둥이 뽑힌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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