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0-25   681

전국 30여 도시, 미ㆍ일ㆍ터키와 동시 “전쟁반대, 파병반대”

“생명의 무게에 덜함과 더함이 어디 있나요. 자유라는 이름으로 미국이 자행하는 것은 끝없는 학살입니다. 이라크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총이 아니라 그들의 그 깊은 상처를 안아주는 것 아닌가요. 이것이 바로 국익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도 안되는 논리로 주장하는 파병을 당장 중단해야합니다.”

▲ 집회 참석자들이 파병결정을 한 노무현 정부에게 레드카드를 보이며 “파병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한 소녀의 절절한 호소가 서울 대학로에 울려 퍼졌다. ‘이라크 전투병 파병반대 2차 국민행동의 날’인 10월 25일 서울 대학로에는 5천여 시민들이 모여 “이라크 전쟁 반대, 파병반대”를 외쳤다. 교복을 입고 집회 연단에 선 정선혜(부평북여자중학교) 양은 “전쟁이란 이스라엘이나 제3세계에서는 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예사롭게 보았다. 전쟁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경쟁하듯 내보내는 학살사진들을 보면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전쟁에 반대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라크 전쟁의 잔혹한 풍경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작은 힘이나마 함께 하겠다”라고 선언할 때는 장내는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다.

미국 15만여 명, 일본 5천여 명 등 4개 국 동시에 이라크전과 파병반대 시위

▲ ‘이라크 전투병 파병반대 제2차 국민행동의 날’에 서울 대학로에는 5천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정부의 파병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이라크파병반대 2차 국민행동의 날인 10월 25일, 전국 30여 개 주요 도시에서는 “파병철회와 규탄집회”가 이어졌으며 한국 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 그리고 터키에서 “이라크 전쟁반대, 점령반대, 파병반대’를 요구하는 시위가 동시에 벌어졌다.

미국에서는 샌프란시스코와 워싱턴 등지에서 약 15만 명의 시민이 참여하고, 일본에서는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8개 지역에서 5천여 명의 시민이 참여해 “이라크 전쟁 반대와 미군 철수”를 외쳤다. 특히 파병결정을 했다가 유엔결의 이후 철회로 돌아서고 있는 터키에서도 반전평화 단체들이 각지에서 시위를 벌였으며, 터키의 조나 메이 반전평화운동가는 홍근수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 공동대표와 직접 통화하며 파병에 반대하는 국제연대를 함께 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미국반전연합 단체인 ANSWER(Act Now to Stop the War and End Racism)은 이번 10월 25일 파병반대 행동의 날을 지지하는 연대메세지에서 “미군 병사들은 이라크전쟁이 거짓에 의해 치뤄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꽃의 환영을 받기보다는 폭탄의 환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집에 돌아가길 원한다”며 “부시와 그의 추종자들이 요구하는 자금과 병사들을 내어주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젊은이들과 그 어떤 돈도 이들에게 주어서는 안된다”라고 한국정부의 파병결정을 규탄했다.

전국대학 총학생회장들은 파병철회 촉구하며 단식농성 돌입예정

▲ 파병철회를 촉구하며 전국 대학 총학생회장들이 단식농성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하는 정재욱 한총련 의장

이날 집회에 참석한 5쳔여 시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은 “파병결정 철회”를 위해 총력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은 이날 채택한 투쟁결의문을 통해 “지난 10월 18일은 이 나라 역사에 또 하나의 국치일, 반평화의 날로 기록되었다. 어떠한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미국의 부도덕한 침략전쟁을 대리 수행하는 전투부대일 뿐이다. 노무현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잘못된 파병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전국 대학 총학생회장들은 “파병철회와 전쟁중단”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 정재욱 의장은 “이번 주 서울지역 대학으로부터 시작해 다음 주부터는 전국대학의 총학생회장들이 파병철회와 전쟁중단”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하고, “내 친구들을 전쟁터로 보낼 수 없다. 젊은 세대가 먼저 나서겠다. 방법이 서툴더라도 이해해주길 바란다. 목숨을 걸고 연행과 구속을 각오하고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분장한 부시미대통령 등장하자, 시민들 야유 쏟아져

이번 2차 국민행동의 날에는 시민사회단체와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 외에도 아이들의 손을 이끌고 온 시민들은 물론 아이들의 참여가 많이 눈길을 끌었다. 명륜동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인 임주영, 김수정, 이지은 양은 “대학로에서 파병반대 집회가 있다는 말을 듣고 왔다”면서, “이라크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텔레비젼에서 보았는데 너무 끔찍했다. 이라크 사람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해 전쟁을 그만두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 시민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대통령으로 분장한 퍼포먼스를 통해 “이라크에 전투병을 파병하라”는 미국의 압력을 규탄했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각종 피켓과 퍼포먼스를 통해 “전쟁반대와 파병철회” 메세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부시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으로 분장하고 나와 “전투병 파병”에 대한 미국의 압력을 “머리를 쓰다듬거나 때리는 등”으로 표현하자,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부시대통령에게 들고 있던 피켓으로 들이대며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 (서울 대학로) 집회 참석자들은 “파병반대”를 외치며 종로일대까지 행진했다.

서울지역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5천여 명의 시민들은 집회를 마치고 종로까지 행진하며 “파병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행진을 마치고 촛불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향했다.

이라크 전투병 파병반대 2차 국민행동의 날 투쟁결의문

대미굴종, 국민기만 파병결정 철회하라!

지난 10월 18일은 이 나라 역사에 또 하나의 ‘국치일’, ‘반평화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여론을 수렴하여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수 차례에 걸친 대국민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유엔결의안 통과를 기다렸다는 듯이 이라크 파병을 결정해버리고 말았다. 참으로 통탄을 금할 수 없다. 노무현정부가 국민참여정부가 아닌 ‘전쟁참여정부’로 낙인 찍히는 순간이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위, 나아가 세계의 평화가 달린 중차대한 문제를 그토록 졸속으로 결정해 버린 까닭이 무엇인가?

노무현 정부가 APEC회의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서둘러 파병을 결정한 것은 미국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한 전형적인 굴종외교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아무런 정당성도 명분도 없는 ‘석유를 위한 미국의 침략전쟁’에 참여한 반평화적인 나라로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낙인찍히게 되었다. 이것이 과연 한미동맹이며, 국익이란 말인가?

어떠한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미국의 부도덕한 침략전쟁을 대리 수행하는 전투부대일 뿐이다.

정부는 유엔의 이라크 결의안이 파병결정의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것인양 선전하고 있으나 그것은 또 한번의 국민기만이다. 미국이 주도한 유엔의 이라크 결의안은 강대국들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자신들은 파병과 전비부담을 면제받는 대신 한국을 비롯한 약소국들에 대해 미국이 파병압력을 가할 수 있도록 손을 들어 준 야합의 결과이다.

미군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은 평화와 질서유지를 위한 활동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미군의 이라크 점령전쟁과 이라크 주민에 대한 학살을 자행하는 침략군대일 뿐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물론 파키스탄도 파병과 전비지원을 거부한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노무현정부는 파병의 규모와 성격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하고 있으나 국방부 등 정부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특전부대와 야전공병부대, 보병부대로 이루어지는 ‘혼성부대’를 최대 1만명까지 파견한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다. 그러면서 ‘치안유지군’이니 ‘재건지원군’이니 하는 억지 말을 만들어내며 전투부대가 아닌 것처럼 포장하기 위한 치졸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한국정부에 요구한 부대는 이라크 북부 모술지역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이라크 저항세력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미군 최정예 전투부대인 101 공중강습사단의 임무를 교대할 전투부대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이를 마치 치안유지군인양 포장하려드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짓이나 다름없다.

어떠한 외국 군대도 결코 이라크의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미군의 강압적 점령정책은 이라크 민중의 분노와 격렬한 저항만을 불러오고 있다. 그들은 절규하고 있다. “미군은 모든 것을 파괴하고 수천 명의 형제들을 죽였다. 어느 나라 군대이든 이라크에 들어오면 미군과 똑같이 공격받을 것이다. 이라크 평화는 미군이 떠나야 시작된다.”

노무현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잘못된 파병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우리보다 앞선 파병을 결정한 터키 대사관에 대한 차량폭탄테러가 있었다. 빈라덴은 미국에 협력하여 다국적군을 파견한 나라들에 대한 무자비한 보복테러를 경고하고 있고, 이라크의 게릴라들인 무자해딘이 다국적군에 대한 적대적 공격을 천명하고 있다.

정부의 파병결정은 한국에 대한 테러와 한국군의 사상자 발생으로 이어지는 전쟁의 참혹한 늪으로 빠져드는 위험천만한 첫 걸음이다. 지난날 베트남 전쟁에서 의무부대로 시작한 파병이 연인원 32만명의 파병과 3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고 지금도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역사의 비극을 정녕 또 한번 되풀이 할 것인가?

노무현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잘못된 파병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파병결정이야 말로 노무현 정부가 출범 이후 보여 온 수많은 잘못을 다 합친 것보다 더 큰 과오이며, 역사적으로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행위이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가 파병결정을 즉각 철회하지 않는다면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든지, 이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과오에 대한 책음을 묻는 국민적 심판운동을 전개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며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우리는 국민을 무시하고 파병을 결정한 노무현정부를 강력히 규탄하며, 파병결정을 철회할 때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총력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1. 우리는 노무현정부가 파병결정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노무현정부를 ‘전쟁참여정부’로 규정하고 국민적 심판운동을 전개할 것을 결의한다.

1. 우리는 미국의 강압적인 파병압력을 강력히 규탄하며, 한국정부에 대한 부당한 파병요청을 철회할 때까지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을 결의한다.

1. 우리는 이라크의 평화를 파괴하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정책을 단호히 반대하며, 미군이 이라크를 떠나고 이라크 민중들이 스스로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켜갈 수 있도록 국제 평화세력과 연대하여 반전평화운동을 강력하게 전개할 것을 결의한다.

2003. 10. 25.

이라크 전투병 파병반대 2차 국민행동의 날 참가자 일동

최현주 사이버참여연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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