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2-16   1132

국무위원 전원에게 파병반대 요청 공개서한 발송

파병에 반대하는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서 정부의 파병안에 반대해 주십시오.

장관님께

정부가 지난 주말 노무현 대통령과 4당 대표간의 회담을 통해 ‘3000명 규모의 독자적 지역담당’ 파병안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회담 직후 “안보장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지체 없이 파병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는 정부와 정치권의 파병방침과는 달리 이번 추가 파병 결정에 반대하고 있고, 파병을 서두르는 정부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파병과 같이 주요한 국가적 결정 사안에 대해 국민을 배제한 채 결정을 강행한 것은 우리 사회가 지켜온 민주적 가치와 절차적 정당성의 소중함을 훼손시키는 처사입니다. 국민의 참여와 합리적 토론을 통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참여정부의 국정 철학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인지 국민들은 묻고 있습니다.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신뢰가 차츰 실망과 불신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셔야 합니다. 국무위원에게는 민의를 수렴해서 대통령을 보좌해야 하는 책임이 주어져 있습니다. 파병에 반대하는 국민의 뜻에 따라 파병방침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도록 분명한 견해를 밝혀 주셔야 할 때입니다.

정부는 이번 파병방침을 결정함에 있어 국민과 논의하기에 앞서 미국과 먼저 상의하고 미국의 눈치를 살피기에만 급급해 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가 ‘국민 의사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신중히 파병을 결정해 나가겠다’고 밝히고서도, APEC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졸속적으로 파병방침을 결정한 것은 누가 보아도 미국의 압력에 굴종한 것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을 대표해서 외교적 협상에 나서야 할 일부 각료들은 미국의 대규모 전투병 파병압력을 오히려 증폭해서 국민과 정부에 전달하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들은 국민의 주권과 외교적 자주권을 지키지 못한 정부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불과 1년 전 국민들이 참여정부를 만들어 준 것은 당당하고 자주적 외교에 대한 열망과 지지였음을 상기하셔야 합니다. 얽힌 문제를 푸는 지름길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임을 명심해 주십시오.

정부 일각에서는 후세인의 생포가 한국군의 파병여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보다 더 냉정하고 신중해져야 합니다. 후세인의 생포가 이라크 저항세력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그 누구도 장담하기 힘든 사실입니다. 반면 미군의 이라크 주둔의 명분이 상실했다는 사실은 명확해졌습니다. 대량살상무기도, 테러 조직과의 연관성도, 사담 후세인도 없는 이라크에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이 들어설 명분은 이제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오히려 진정 정부가 이라크의 재건을 목적으로 파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이제는 민간 인력을 파견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고 전향적인 검토를 해야 할 시점입니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파병에 따른 경제적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을 시인하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파병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통령과 4당 대표가 파병안에 실질적 합의를 했다는 소식과 동시에 6자 회담의 연내 개최 불가 소식을 동시에 접하게 되었습니다. 파병선물을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 것입니다. 이는 북핵문제 해결의 해법을 대미 저자세적 외교에서 찾으려는 참여정부 외교정책의 실책을 방증하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이제 이번 추가 파병이 명분도 실익도 없고,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명해 졌습니다.

장관님.

진정 국민을 존중하신다면, 정무의 파병방침에 반대한다는 분명한 의사를 밝히셔야 합니다. 그것이 국무위원들에게 국민이 맡겨준 소임입니다. 이제 정부안이 확정되기까지는 국무회의 의결만이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국무위원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정부의 파병안에 부표를 행사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것이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고, 국정을 바로 세우는 길임을 명심해 주십시오. 국민들은 국무위원들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아 주십시오.

2003년 12월 16일

이라크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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