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2-26   438

정부 추가파병 동의안에 대한 의견서

각 당 대표 및 국회의원에게 전달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정책사업단(단장 박순성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소장)은 26일 ‘정부파병안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하고, 이를 각 당 대표와 전 국회의원에게 발송했다.

정부 추가파병 동의안에 대한 의견서

정부가 23일(화) ‘국군부대의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하고, 24(수) 국회에 송부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3,000여명의 병력을 오는 4월부터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 지역으로 파병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파병안은 정부가 지금껏 밝혀왔던 ‘이라크 평화와 재건지원 임무 수행’과는 전혀 동떨어진 안이며, 파병 자체를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의사와도 배치되는 반민주적인 동의안이다.

이에 파병반대국민행동 정책사업단은 정부 파병안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적시하여 국회의원들에게 민의에 따른 반대의사 표명을 촉구하고자 한다.

○ 국민의견 수렴 배제한 파병결정 및 파병안 확정

–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는 당초 민의를 수렴하여 파병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하였으나 APEC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10월 18일, 마치 작전하듯이 서둘러 파병원칙을 발표하였다.

–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는 또 파병의 성격, 규모, 시기, 형태 등에 대해서만큼은 반드시 민의를 수렴하겠다고 밝혔으나 파병안 결정과정에서도 국민의견을 묻는 어떤 공신력있는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다.

– 특히 국민 6-70%가 정부의 파병방침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와 관련해서 국민들에게 구체적 설명이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파병안을 확정해서 국회에 제출했다.

– 파병안 확정 직전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과 여야 반전평화의원들이 민의 수렴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제안하였으나 정부는 이마저도 거부하였다.

○ 재건지원부대라고 국민을 호도하고, 사실상 전투병 중심의 점령부대로 파병

– 정부는 당초 ‘치안유지 활동은 원칙적으로 이라크 군경이 맡도록 지원키고 했다’고 밝혔지만, 23일(화) 김장수 합참 작전본부장은 기자브리핑에서 “이라크 군경의 능력이 닿지 않은 지역은 (우리가) 치안유지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직접적으로 치안유지 활동에 나설 수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현재 키르쿠크 지역은 치안유지에 필요한 경찰과 민병대 병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파병시기까지 치안병력이 확보될 것이라고는 하지만 장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우리와 아무런 연관도 없는 무고한 이라크인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눠야 하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사실상 정부는 또 한번 국민들을 속인 것이다.

– 정부는 이번 파병부대가 이라크 재건지원부대라고 규정했지만, 구성된 부대 어디에서도 재건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부대를 찾아볼 수 없다. 3,000여명의 파견병력 중 1,400여명의 경계병력을 제외하면, 나머지 1,600여명으로 사단사령부, 직할대, 민사여단 등을 구성해야 한다. 이럴 경우 사실상 의료와 공병 등의 재건지원 부대가 들어갈 부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정부안에 따르면 재건지원 부대가 아니라 이라크 점령군의 성격으로 주둔하게 되는 것이다.

– 이번 파병부대가 휴대하게 될 무기는 재건과 평화유지 임무와 달리 중무장한 부대로 구성될 예정이다. K-200 장갑차, 박격포, K-4(고속유탄발사기) 등의 무기가 공격용이냐 방어용이냐는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이런 중무장한 부대와 장갑차가 키르쿠크 지역을 활보할 경우 이라크인들에게 어떻게 비쳐질 지 의문이다. 또한 이런 중무장 부대를 보내겠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도 이라크 현지의 치안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시인하는 것이다.

○ 국회에 백지수표를 요구한 정부동의안

– 추가 파병동의안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파병부대의 구성, 임무, 소요예산 등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전혀 없는 상태이다.

– 파견부대 구성과 관련, 지난 1차 파병안의 경우 건설공병 600명 이내, 의료지원단 100명 이내로 명시하고 있지만, 이번 추가파병안에는 1개 평화재건지원부대 3,000명 이내라고만 밝히고 있다. 경계여단, 민사여단, 사단사령부, 직할대, 재건지원부대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국민들은 전혀 알 수 없다.

– 추가 파병 병력의 임무와 관련해서도 ‘이라크내 일정 책임지역에 대한 평화정착과 재건지원 등의 임무 수행’이라는 대단히 모호한 역할만 명시를 해 놓은 상태이다. 1차 동의안의 경우에는 부족하게나마 건설공병은 ‘미국 및 동맹국군 전개기지 운영에 필요한 지원과 이라크 전후복구 등의 인도적 지원 및 기타 지원 임무’라고 명시되어 있고, 의료지원단의 경우에는 ‘미국 및 동맹국군 부대에 대한 진료제공, 필요시 인도적 구호활동’이라고 최소한의 역할이라도 명시되어 있다.

– 특히 소요예산의 경우 1차 당시에는 전체소요예산 360억원 중 건설공병 260억, 의료지원단 100억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이번 안에는 ‘대미협의 및 현지협조 결과에 따라 구체화될 예정’이라고만 밝히고 있어서 사실상 소요예산조차도 국회승인을 받지 않으려 하고 있다.

– 결국 이런 모호한 파병안은 과도한 권한을 국방부에게 위임해 달라는 것이다. 국민의 안전및 주권과 직결되고 국민적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파병동의안에 대해 국회차원에서의 검증작업도 거치지 않겠다는 의도이다. 그간 국방부가 대규모 전투병 파병을 주장해 왔던 것을 고려한다면, 명목상으로는 평화정착과 재건지원 부대라고 하고는 사실상 테러조직 소탕 등의 적극적인 치안유지 활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고 힘들어 보인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막을 방안이 없다는 것은 매우 우려할만한 일이다.

○ 키르쿠크 지역, 테러 및 폭동 가능성 높아

– 정부는 키르쿠크 지역이 대체로 안정된 지역이고,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며 미국까지도 주둔에 동의함에 따라 파병지역으로 결정하게 되었다고 밝혀 왔었다. 하지만 최근 키르쿠크 지역은 불안과 테러가 확산되고 있는 지역 중 하나이다. 정부가 파병안을 결정한 23일에도 종족간의 분쟁으로 학생들간의 충돌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이라크 경찰이 부상당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 또 송유관과 유류 저장고가 저항세력들의 주요 공격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라크 전체 유전의 3분의 1이 매장되어 있는 키르쿠크 지역은 다른 어느지역보다 테러위협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2일에는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키르쿠크 지역의 중추 송유관이 파괴됐다는 소식이 AFP통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 한국인들에 대해 우호적이라는 정부의 발표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월 말 한겨레신문사와 이라크 최대 국립대학인 바그다드대학 국제연구소(Center for International Studie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키크쿠크인은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서 비전투병의 파병에도 반대한다는 의견이 95%를 넘어섰다. 당시 조사대상이었던 여러 지역 중 다른 어느 지역보다 높은 수치였다. 정부는 현지의 여론에 대한 최소한의 여론조사도 거치지 않고 이 지역이 안정적이라고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미군의 통제까지 받아

– 이번 정부의 파병동의안은 미국이 9월초 요구했던 ‘사단사령부를 갖추고 독자적인 임무수행이 가능한 폴란드형 사단’ 안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것에 불과하다. 단지 지역이 모술에서 키르쿠크로 바뀌었을 뿐이다. 정부는 지금껏 비전투병 중심이고 재건지원부대라는 말로 국민들을 현혹시켜 온 것이다. 굴종적 외교로 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을 제하더라도, 국민을 기만한 것에 대해서는 국민적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 또 정부는 한국군이 독자적 지역을 담당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으나 이 역시 국민 호도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김장수 합참 작전본부장은 “한국군도 이라크 주둔 연합군사령부 통제 하에서 임무를 수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미군이 통제하는 연합군사령부, 구체적으로는 이라크 북부를 담당할 미 제1보병 사단의 통제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이렇듯 지휘관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특정지역을 전면적으로 담당하는 것으로 안전이 담보되는 것은 넌센스다. ‘독자적 지역’을 담당하면 더 안전할 것처럼 국민을 호도해서는 안된다.

– 게다가 파병될 우리 군은 미군에 예속되어 활동하면서도 모든 비용까지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이는 보수를 받는 용병보다 못하다는 비난을 들을 만한 일이다.

○ 국회는 재건지원도 아니고 비전투병 위주도 아닌 추가파병동의안 비준을 거부해야 한다.

– 정부가 이번에 제출한 파병동의안은 재건지원 중심의 부대도 아니고, 비전투병 위주의 파병은 더욱더 아니다. 사실상 특정지역을 점령해서 통치하는 전투부대가 파견되는 것이다. 아무런 명분도 없는 침략전쟁에 국민 대다수의 반대와 침략전쟁을 금지하는 헌법정신을 어기면서까지 진행되는 무모한 파병이라는 것은 어린아이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민의의 대의기관이자 각자가 입법기관인 국회는 파병에 반대하는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평화헌법 정신을 존중해서 정부의 추가 파병동의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결시켜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이 맡겨 준 소임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다. 끝.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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