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위협하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한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전국 평화활동가 성명

지난 12월 1일 제주에서 개최된 ‘2006 한국 평화활동가 워크샵’에 참가한 전국의 평화활동가들은 ‘평화의 섬’ 제주도에 해ㆍ공군기지를 건설하고자 하는 국방부의 계획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며 다음과 같이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정부는 평화를 사랑하는 제주도민의 뜻을 모아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 비전은 우리 근현대사에서 제주도와 도민이 겪었던 폭력과 고통의 기억을 치유하고 나아가 이를 평화를 이끌어가는 힘으로 승화시킬 창조적 대안으로 인식되었다. 또한 제주도를 통해 우리나라가 분단과 냉전의 역사를 딛고 동아시아 공동체 건설을 위한 상생의 교량, 평화의 징검다리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실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평화의 섬 비전은 제주도민만이 아닌 국민 전체에게 제시된 하나의 가능성으로 인식되어왔다.

한마디로 평화의 섬 구상은 제주도민의 미래이자 한반도 주민의 미래이다. 그러나 국방부가 제주도 해ㆍ공군 기지 건설을 추진함에 따라 제주도는 주변국과 해양패권을 다투는 군사기지 혹은 해양요새로 변질될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고, 평화의 섬 제주가 가진 가능성과 창조적 비전도 더불어 좌절될 위기 앞에 놓이게 되었다. 우리는 제주도 해ㆍ공군기지 건설로 발생할 다음의 숱한 문제들에 대해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해군기지 건설은 제주도 군사기지화의 일부일 뿐이다. 단지 해군기지에 머물지 않고 공군기지, 그리고 탄약고와 무기고를 위한 병참기지의 건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지스함이나 중형 잠수함이 정박하는 전략해군기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들 공군기지, 병참기지의 건설이 불가피할 것이다. 특히 주변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군사적인 열세인 한국군은 본토와 멀리 떨어진 제주해군기지의 군사적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이를 보호할 군사시설을 현지화 시키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해군기지는 결국 미국의 해양패권을 위한 군사적 발판으로 이용될 것이다. 제주해군기지에는 미 전략 함대도 수시로 드나들게 될 것이다. 해군은 해양수송로 보호 등을 기지건설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한국해군 단독으로 원양과 공해상에 7000톤급 규모의 이지스구축함(KDX-3)과 대형수송함(LPX), 그리고 전략(중형)잠수함을 급파할 상황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작전은 미국과 함께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그 대상은 주로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해양수송로 보호론’은 명백한 과장이며 ‘대양해군론’ 역시 미군의 해양패권을 좇아 미군과 한국해군의 공동작전 범위를 더욱 늘리려는 위험천만한 공세적 구상이다.

셋째, 제주도 해군기지는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 방어체제 전진기지로 이용될 위험이 매우 높다. 중국은 유사시 미국의 MD기지부터 공격한다는 대응전략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제주 해군기지가 한-중, 미-중 군사갈등의 거점 혹은 표적이 됨을 의미한다. 현재 한국 정부는 미사일 방어체제 참여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나 이지스함에는 MD체계에 이용되는 스탠다드 미사일(SM-2Ⅳ)이 탑재된다. 주한미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한국육군의 SAM-X 역시도 MD에 사용될 수 있는 장비이다. 더구나 제주기지에 미 해군의 MD관련 선박이 기항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제주도는 주변국 군사갈등에 연루되게 될 위험이 높다.

넷째, 제주해군기지는 다른 모든 해양기지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환경피해를 낳을 수 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및 운영과정에서 유류 등의 유출로 인한 환경오염, 준설과 항만시설로 인한 환경파괴 등에서 안전하지 않다. 나아가 해군기지와 더불어 단계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공군 기지와 병참기지-탄약고와 유류고 등으로 인한 추가적인 환경오염과 자연 훼손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 대규모 해군기지 주변에서 이런 피해가 없는 경우가 오히려 예외적이라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

다섯째, 해군기지는 수려한 자연 경관은 물론 평화의 섬 제주도의 이미지를 결정적으로 해침으로써 제주도의 조화로운 발전에 큰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다. 해군기지 건설이 경제적 발전을 가져온다는 ‘속설’은 검증된 바 없다. 군사기지 주변에 외지인 중심의 향락산업이 더러 발전하기도 하나, 이는 장기적으로 건설적 지역이미지에 장애물로 작용하거나 그 결실 역시 선주민 혹은 현지인들에게 고루 주어지지 않는 것이 대다수 기지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제주도민과 국민들에게 충분하고도 설득력 있는 정보와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도민여론을 참칭하여 기지건설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국방부의 이같은 밀어붙이기식 기지건설로 인해 기지 예정지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 것은 물론, 제주도민 전체의 평화로운 발전의 지향 역시도 심각하게 훼손당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더 이상 ‘모호한 안보위협’을 내세우거나 ‘기지의 군사적 경제적 효과를 신비화’해서는 안된다. 평화의 섬과 군사기지가 양립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해서도 안된다. 평화의 섬은 평화적인 발전수단을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는 평화적 생존권과 평화의 섬 제주의 꿈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제주도민들과 굳건히 연대할 것이다. 이는 국민 모두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한 의무이기도 하다.

2006. 12. 1. ‘2006 한국 평화활동가 워크숍’ 참가자 일동

제주대학교 서귀포 연수원

평화군축센터

SDe2006120601.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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