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핵없는 세상 2009-05-26   1589

미-러 무기감축협상 재개, 핵군축으로 갈 수 있을까?

국제사회에 미-러 무기감축을 위한 협상 재개라는 청신호가 켜졌다. 양국은 지난 5월 19일, 91년 체결한 미-러 전략무기감축협정의 후속 협정을 맺기 위해 미-러 관계 재설정 및 군축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21일 끝난 이 회담에서 양국은 6월 1일 2차 회담을 갖기로 하고, 7월 정상회담 이전에 협정 초안을 도출하기로 합의한 상태이다.

전 세계 최대 핵무기를 보유하며, 냉전시기 군비 경쟁에 과열을 올렸던 두 국가가 다시 한 번 군축 협상의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는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 그러나 과연 이들 국가의 군축합의가 국제사회 기대만큼이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이를 지켜보기 위해 우선 지금까지 미-소 양국을 둘러싼 전략 무기 감축 협정의 주요 내용과 한계, 향후 협상의 주요 쟁점 등을 간략히 짚어본다.  

올해 12월 5일이면 제 1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 (the first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START I) 기간이 만료된다. 1982년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제안해서 1991년 H.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체프 러시아 대통령에 의해 비준된 미국-러시아 간 전략무기감축협정은 미국과 구 소련연방의 실질적 핵무기 축소를 촉구하는 최초의 조약인 동시에 최대 규모의 군축협정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양국의 감시와 정보교환, 시찰 등을 통해 핵무기고 40% 이상 감축, 4,000대 이상의 주요 탄두 폐기, 2001년 말까지 현존하는 무기 80% 제거 등 양국 군축분야에서 눈에 띄는 발전을 가져왔다.


성공적인 첫 번째 전략무기감축협정은 제 2단계 (START II), 제 3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III)으로 이어졌으나, 두 협정 모두 이렇다 할 진전 없이 마무리 되었다.


제 2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II)와 제 3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III)의 주요 내용과 한계

START-II

 * 미국과 러시아의 모든 중량급 ICBM (대륙간 탄도탄 미사일), MIRV(다탄두 각개 목표 재돌입 미사일)은 폐기하도록 명시
 * 기타 모든 다탄두 ICBM은 폐기, 아니면 단일 탄두로 다운로드 하도록 규정
 * 1단계 2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 말에 각국이 보유할 수 있는 전략탄두 수에 한계를 규정. 1단계에서는 ICBM 탄두 수를 3,800~4,250으로 감축해야 하며, 2단계 말에는 3,000~3,500으로 감축해야 함
 * 1993년 1월 3일 H.W.부시 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대통령에 의해 승인되었으나 실효되지 않음
 * 2002년 미국이 탄도미사일협정을 탈퇴하자 러시아 측이 START-II를 철회함.
 

START-III

* 1997년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 의해 논의된 협약.
* 양국 핵무기 규모의 현저한 감소를 목표로 함.(핵탄두 2000대 이상 감소 목표)
* NATO의 동유럽 국가로의 확장에 대한 러시아의 반대와 미국의 제한적 미사일방어체제 도입 등의 문제로 양국의 협상이 원만히 진전되지 못함.
* 러시아가 1,000-1,500대의 추가 핵탄두 폐기를 제시했으나 미국 최고장관 회의에서 반대하여 협상이 결렬됨.
* START-II와 마찬가지로 2002년 부시 행정부의 탄도미사일협정 탈퇴로 사실상 무력화됨.

한편 미국이 폴란드와 체코에 미사일 방어(MD) 기지를 설치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유럽 미사일 방어 체제 계획을 발표하면서, 양국 간 긴장감은 고조되는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미-러 각 협상대표팀은 일단 핵탄두 폐기에 있어 획기적인 감축을 위해 “유연성 있게 대처하겠다” 는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태도의 변화는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목표로 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의지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에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 대통령들은 ‘전 세계적인 비핵화’에 동참하고, 차기회담에서 각 1,500개 이상의 핵탄두를 폐기하는 항목을 추가하기로 약속하였다.


새로운 협정 내용에 관하여 아직 구체적으로 발표된 바는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START-I과 2002년 모스크바 협약(Treaty of Moscow)에 비해 보다 엄격하고 넓은 범위의 군축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럴 경우 법적 구속력이 강화된 항목들이 추가될 것이다.


2002년 미-러 모스크바 협약 주요 내용

* 2002년 5월 24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George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승인함.
* 2012년까지 작전상 배치한 전략 핵탄두를 2002년의 3분의 1 수준인 1,700개~2,200개 정도로 감축하는데 합의함
* 이 협약이 완전히 실행에 옮겨질 경우, 미국은 전략 핵탄두 80%를 감축해 1990년 수준으로 낮추게 됨.
* 그러나 미국이 ‘실전배치된 핵탄두’만을 계산하여 감축하자는 제안에 따라,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가 탄두를 하나도 폐기하지 않고 보관하는 것이 가능해졌음. 미국으로서는 MD 추진상 어떤 제약도 받지 않게 된 것임.

이러한 미-러 군비통제 회담이 겉보기에는 평화적인 조치로 보일 수 있으나 군비 경쟁의 가시적 해소일 뿐이며 실제로 양국의 안보 분야에 있어서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핵 전쟁에서는 최소한의 무기를 사용하더라도 그 파괴력이 다른 무기들과 비교 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탄두 숫자의 감소가 공격 능력의 저하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2006년 미국의 핵무기 개발 계획을 관리하는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NNSA)은 2030년까지 기존의 핵탄두를 대체할 ‘신뢰할 만한 대체 핵탄두(RRW)’를 개발·제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RRW는 미국이 보유 중인 수천 개의 핵탄두를 감축하는 대신 더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고 유사시에는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신형 핵탄두이다.

이러한 정황으로 볼 때, 미-러 무기감축협상이 소위 ’눈 가리고 아웅‘식의 협상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새롭게 체결될 군축협정 내용에 대한 국제사회 관심과 비판적 시각이 고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리_박수현(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인턴)


※ 참고 자료


위키피디아, START I http://en.wikipedia.org/wiki/START_I
START I 영어원문 링크
http://www.state.gov/www/global/arms/starthtm/start/start1.html
국방과학연구소
http://www.add.re.kr/webzin/200711/contents/story.aspx
세계일보 해외논단
http://tv.segye.com/Articles/NEWS/OPINION/Article.asp?aid=20090317004184&subctg1=02&subctg2=03
모스크바 협약
http://en.wikipedia.org/wiki/SORT
뉴욕 타임스
http://www.nytimes.com/2009/05/20/world/europe/20start.html?_r=3&scp=1&sq=strategic%20arms%20reduction%20treaty&st=cse
http://www.nytimes.com/2009/05/05/world/europe/05russia.html?_r=2&ref=world
Arms Control Association
http://www.armscontrol.org/act/2002_01-02/startjanfeb02
Antiwar.com
http://news.antiwar.com/2009/05/19/us-russia-begin-major-nuclear-disarmament-tal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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