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2010 핵군축 보고서를 발간하며
발간 취지 및 목적
– 2010년은 제8차 NPT(핵확산금지조약,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검토회의가 열리는 해임.
– NPT 공식 핵보유국의 핵군축 노력은 답보되어 왔고 NPT 체제 밖에서 핵무기를 개발한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같은 국가들은 패권국가와의 친소관계에 따라 특권적 지위를 누리고 있음. 북한은 NPT를 탈퇴하고 두 차례 핵실험을 했으며, 이란도 핵개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등 핵확산의 흐름은 계속되고 있는 실정임.
–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천명했지만 실질적 실행은 좀 더 두고 봐야 함. 미국을 비롯한 핵보유국들의 입장과 실질적 정책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달성하기에는 미흡하거나 오히려 저해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은 「2009 핵군축보고서」(참여연대 발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음.
– 참여연대는 ‘핵무기 없는 세상’ 달성을 위한 국제시민사회 노력에 동참하고자 작년에 이어「2010 핵군축보고서」를 발간함. 핵군축보고서 발간을 통해 국제사회 핵군축·비확산 논의를 소개함으로써 북핵 문제에만 집중되어 있는 한국사회의 관심을 확장하고 북핵 해결을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난제를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는 참고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함.
분석대상 및 조사방법
– 7년간 (2003년~2009년/58차 회기~64차 회기) 유엔 총회에서 다뤄진 핵군축 및 비확산 이슈를 둘러싼 각각의 결의안과 결정문에 대해 핵무기 보유 5개국(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NPT(핵확산방지조약) 미가입국이지만 핵무기를 이미 보유했거나 보유하고자 하는 국가들(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또는 핵무기 보유 의도를 갖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나라(이란), 비핵국가임에도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보유한 유일한 국가인 일본, 그리고 한국 등 총 12개국의 표결현황(찬성, 반대, 기권)을 분석함. 유엔총회 표결 안건인 결의안(resolution)과 결정문(decision)을 ▷핵군축 및 비확산, ▷핵군축 관련 국제협약, ▷비핵지대, ▷방사성 물질 통제 등 4개 분야로 나누어 표결행태를 분석하였음.
– 또한 NWC(핵무기협약), CTBT(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FMCT(핵분열성물질생산금지조약), NSA(소극적안전보장) 조약화 논의 등 핵군축·비확산 체제 강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를 소개함. 그리고 미국 오바마 정부의 핵정책을 분석함으로써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목표를 향한 정책의 실효성을 판단해보고자 했음. 마지막으로 이번 2010 NPT 검토회의의 쟁점들을 짚어보며, NPT에서 다뤄지거나 합의되어야 할 것들에 대한 제언으로 보고서를 마무리함.
Ⅱ. 핵군축 결의안 내용과 표결 현황
1. 핵군축 및 비확산
– 핵군축을 촉구하는 결의안은 총 7건으로, 1건은 표결 없이 통과되었고 6건이 표결에 상정되었음.
– 핵군축을 요구하는 결의안들에 대한 핵보유국들의 행태를 보면 전반적으로 핵군축의 의무 이행을 결의하기보다는 반대 또는 기권 입장을 취하고 있음. 또한 발의 국가에 따라 입장 변화가 있음. 이는 핵군축 요구 수준에 따라 찬반 입장을 결정하기보다는 발의 국가와의 관계에 따른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것을 보여주는 것임.
– 가장 많은 핵무기 보유국들이 찬성한 결의안은 ‘핵무기 전면 철폐 재결의’ 결의안으로 일본이 꾸준히 발의하고 있는데, 결의안 제목과는 달리 그 동안의 핵군축 노력을 높게 평가하며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촉구와 NPT 미가입국의 조속한 가입을 촉구하고 있음. 그 결과 미국, 영국, 러시아와 같은 핵보유국들의 지지를 받았음.
– 반면 이란이 발의한 ‘1995년 및 2000년 NPT 검토회의에서 합의한 핵군축 의무이행’ 결의안은 NPT 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핵보유국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이스라엘은 반대 입장을 취함. 인도가 발의한 ‘핵위험 축소’ 결의안도 미국,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은 반대 입장을 취한 반면 파키스탄, 이란, 북한은 찬성 입장을 취함. 정치적 관계에 따른 표결 행태를 드러냄.
2. 핵군축 관련 국제협약 분야
–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 결의안’ : 미국이 위 결의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다 찬성으로 급선회. CTBT는 지상, 대기, 수중, 지하 등 지구상 모든 곳에서의 핵실험을 금지함으로써 핵보유국의 핵무기 능력 향상까지 방지하는 것이 목적임. CTBT는 발효를 위해서는 당시 원자력 발전능력을 보유한 44개국의 가입을 조약 발효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미국, 중국, 이스라엘은 CTBT에 서명만 한 상태이며 인도, 파키스탄, 북한은 서명도 하지 않았음.
– ‘핵무기 사용금지 협약’ 결의안 :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이스라엘이 반대, 러시아는 기권입장을 취하며, 비핵국가인 한국과 일본도 기권 입장을 취함으로써 핵무기 사용금지에 대해 매우 소극적 태도를 보임. 핵무기협약안(NWC)는 핵무기의 개발, 실험, 생산, 비축, 이전, 사용 및 사용 위협 등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함.
– ‘핵무기용 핵분열성 물질 생산 및 핵폭발 장치 생산 금지 조약(FMCT)’ 결의안 : 군축회의(CD)에서 관련 논의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표결 없이 채택됨. 그러나 FMCT가 조약으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생산금지 대상에 기존의 비축분의 포함 여부, ▷핵물질의 정의와 범위, ▷검증체계에 대한 합의 등과 같은 쟁점에 대한 국제사회 합의가 여전히 필요함.
–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으로부터 비핵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한 효과적인 국제협정 체결(NSA)’ 결의안 :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으로 비핵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정의 조속한 타결을 촉구함.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이스라엘, 그리고 한국이 기권함. 미국이 그동안 반대하다가 기권으로 입장을 변경한 것은 2010 핵태세보고서 변경내용이 반영된 것으로 보임. 이스라엘과 한국의 NSA에 대한 기권은 미국의 핵억지력에 의한 강력한 안보태세를 유지하고자 하는 안보정책 때문인 것으로 보임.
3. 비핵지대
(1) 관련 결의안 분석
– ‘중동 비핵지대 설립’ 결의안은 표결 없이 채택된 반면, 이스라엘의 NPT 가입 촉구하는 ‘중동지역 핵확산의 위험’ 결의안에 대해서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반대함. 이는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에 대한 양국의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라는 정책적 묵인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임.
– ‘동남아시아 비핵지대조약’은 공식핵보유국들 중 어느 한 곳도 서명하지 않은 조약인데, 관련 결의안에 대해 미국과 영국의 다소 개선된 입장변화가 보임.
– 아프리카 비핵지대 조약은 2년마다 결의안으로 상정되고 표결 없이 채택됨.
– ‘남반구 및 그 인접지역 비핵지대’ 결의안은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포함한 비핵지대 논의를 요구함에 따라 미국, 영국, 프랑스가 반대함. 이는 중동과 중앙아시아의 비핵지대 관련 각각의 결의안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임. ‘비핵지대 컨퍼런스’ 개최를 결정한 결의안에 대해서도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이스라엘은 기권 입장을 취함.
(2) 비핵지대조약
– 현재 중남미 및 캐리비안 지역, 남태평양 지역, 동남아시아 지역, 아프리카 지역, 중앙아시아 지역, 남극 지역에 비핵지대 조약이 발효 중이며, 몽골(2000년)이 국내법 제정(Law of Mongolia on its nuclear weapon free status) 및 유엔 총회 회람을 통해 비핵지위를 선포하였음.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지역은 2009년 새로이 비핵지대 조약이 발효된 지역임.
– 비핵지대 조약은 8가지 주요 공통점 ▷지역내 핵무기 부재 보장, ▷공동지역안보 체계 수립 노력의 전형화, ▷핵 비확산에 기여, 핵규제 및 보편적이며 완전한 핵군축 촉진, ▷평화적 핵이용, ▷핵무기의 실험, 사용, 제조, 생산, 보유 등과 관련한 직간접적 연구, 증진, 허가, 통제 또는 관련 활동 관여 금지, ▷조약 당사국이 직간접적이든, 제3자에 의한 것이든, 모든 핵무기의 수령, 보관, 설치, 배치, 또는 어떤 식이든 핵무기 보유 금지, ▷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지역 내 모든 핵시설 시찰, ▷조약 의정서에 따라 핵보유국들로부터 소극적안정보장(NSA) 향유 등임. 즉 비핵지대 설립은 NPT 체제를 한층 더 강화하고 보편적이며 완벽한 핵폐기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진전으로 볼 수 있음.
– 특히 동북아비핵지대화 논의는 2009년 참여연대(한국), 평화네트워크(한국), 피스데포(일본), 피스보트(일본)와 같은 한일 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동북아비핵지대화 지지성명’을 제안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하였고, 한일 PNND(핵군축을 위한 세계의원연맹)과 전략적 협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활성화되고 있음. 2010년 2월 28일에는 ‘핵 없는 세상’을 지지하며, 핵억지력에 의존한 현 안보 상태에 유감을 표하며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핵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 등을 요구하는 ‘동북아 비핵화를 위한 한일 의원 공동성명’을 발표함.
– ‘동북아비핵지대화 구상’은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핵을 폐기하는 동시에 한국과 일본은 핵억지력에 의존하는 핵우산 정책 폐기를 제안하는 동시에,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핵보유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은 남북일에게 핵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안전보장(NSA) 보장을 요구함.
4. 방사능 물질 통제
– ‘테러범의 방사능 물질 및 자원 취득 방지’ 결의안, ‘방사능 폐기물 투매 금지’ 결의안 모두 표결 없이 채택되고 있음.
5. 12개국의 핵군축 결의안 표결 성향
앞에서 살펴본 2009년 상정된 핵군축 및 비확산 관련 결의안은 총 19건임. 이 중 6건(세계 핵실험 반대의 날, FMCT, 중동지역 비핵지대 설립, 아프리카 비핵지대 조약, 테러범의 방사성 물질 및 자원 취득 방지, 방사성 폐기물 투매 금지)은 표결 없이 채택되었으며, 나머지 13건이 표결에 부쳐짐. 13건의 표결 결과는 다음과 같음.
–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바로 미국의 표결 행태임. 2008년 당시 표결에 부쳐진 결의안 18건 전부 100% 반대 입장을 취했던 미국이 오바마 취임 이후 15%의 찬성률, 즉 13건 중 2건(‘핵무기 전면 철폐 재결의’ 및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CTBT)’ 결의안)에 찬성하였음. 100% 반대에서 62% 반대는 의미있는 변화이기는 하지만, 세계 핵탄두의 1/3을 보유한 국가로써 훨씬 더 적극적으로 핵군축 결의안에 찬성하고 이를 추진해야할 의무가 있음.
– 가장 낮은 찬성률을 보인 국가는 다름 아닌 이스라엘임.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보유에 대해 NCND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핵군축·비확산 체제에 커다란 걸림돌일 뿐만 아니라 이중 잣대 논란의 장본인으로써 핵확산의 구실을 제공하고 있음. 반대로 가장 높은 찬성률을 보인 국가도 고농축우라늄 문제로 미국의 골칫거리로 거론되는 이란임.
–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핵보유 5개국들의 표결 행태를 비교해보면 중국이 75% 이상의 찬성률을 보이며 5개국들 가운데 압도적으로 높은 찬성률을 보임. 반면 프랑스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매우 저조한 찬성률을 보임.
– 비공식적으로 핵무기 보유를 인정받고 있거나 핵프로그램을 개발 중인 것으로 의심을 받는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이란, 북한 등 5개국의 표결형태를 비교해보면, 국제사회가 핵확산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이란(92%)과 북한(60%)이 핵군축·비확산 결의안들에 대해 높은 찬성률을 보임을 확인할 수 있음.
– 핵무기 비보유국인 한국과 일본은 비핵국가로써 높은 찬성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예상을 깨고 절반 수준의 찬성률을 보임(한국 54%, 일본 62%). 특히 이 두 국가는 ‘1995년 및 2000년 NPT 검토회의에서 합의한 핵군축 의무이행’ 결의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함. 이는 핵군축 이행을 촉구하는 비핵국가들의 경향이나 표결행태에 반하는 것임. 이것은 한국과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핵억지력을 제공받고 있어 미국의 핵군축이 이들이 향유하는 핵억지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표결의 결과로 보임.
Ⅲ. 미국의 핵 정책 리뷰
1. 오바마 행정부의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행보
– 2009년 4월 5일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Nuclear Weapon Free World)’ 주창
– 2009년 9월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정상회의 주재
– 2010년 4월 8일 New START(미러 전략핵무기감축협정) 조인식
– 2010년 4월 6일 NPR(핵태세보고서, Nuclear Posture Review Report) 발간
– 2010년 4월 12일~13일 핵안보정상회의
2. 오바마 행정부의 핵 정책 평가
위에서 언급한 일련의 핵 관련 오바마의 행보, 유엔 핵군축 결의안에 다소 변화된 표결 행태를 통해 핵보유국으로써의 패권주의를 숨기지 않았던 부시 행정부와는 다소 차별화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음. 오바마 행정부는 ‘핵안보’를 핵군축·비확산·평화적 이용으로 대표되는 3대 의제와 같은 수준의 의제로 격상시키면서 사실상 핵테러리즘 예방을 ‘핵무기 없는 세계’ 구현의 우선 과제로 설정하였음. 핵테러 예방체계의 정비가 시급하지만 핵군축 노력과 병행되어야 하며, 핵 통제 질서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복원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오바마의 ‘핵 없는 세상’은 쉽게 성취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임.
▷ 핵보유국으로써의 패권주의 유지
– 핵태세보고서(NPR 2010)에서 미국이 ‘효과적인 핵 억지력은 유지’하겠다고 공언, 이른바 ‘불량국가’에 대해서만큼은 설사 비핵국가라 할지라도 핵으로 선제타격 할 수 있다는 부시 행정부의 구상도 계승하겠다고 밝힘. 핵선제공격배제(No First Use) 정책 역시 끝내 채택하지 않았음. 핵무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만큼 다른 재래식 무기와 미사일방어체제(MD)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국제적인 핵군축·비확산 의지를 좌절시키고 있음.
▷ 핵군축 의지 미흡
– 오바마의 핵정책은 핵군축보다는 비확산, 특히 핵테러리즘에 대한 핵안보 태세 강화로 주요한 조치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그 방향이 적절한 지 의문임. 미-러가 전략핵무기 감축 약속을 온전히 이행하더라도 지금까지의 조치들만으로는 미러 핵독점체제에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 힘듦.
▷ 핵분열성 물질 관련 논란
– 핵분열성물질생산금지조약(FMCT) 체결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이미 현존하는 핵분열성물질은 제외하고 앞으로 생산할 핵분열성물질만을 FMCT 조약의 대상으로 한정하겠다고 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어 체결이 쉽지 않아 보임. 또한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이들 핵물질에 대한 보안이나 통합관리는 논의되었지만 폐기와 동결과 관련된 의미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은 구체적 성과를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됨.
▷ 평화적 핵이용권 관련 논란
– 미국 정부는 일본과는 무기화 할 수 있는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는 로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을 허용하는 미일 원자력협정을 맺었음. 또한 NPT에 미가입국한 핵보유국 인도와는 ‘민간핵기술’을 교류하는 미-인도 원자력 협정을 추진하였음. 이전 미 행정부들의 자의적이고 편향적인 핵정책에 대한 재검토 없이 평화적 핵 이용권 보장을 운운하는 것은 비핵보유국들의 비확산 의욕을 감소시키고 핵보유 열망을 부추길 수도 있음.
▷ 핵확산 국가들에 대한 이중 잣대
– 부시 행정부가 보였던 이중 잣대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핵확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임.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오바마는 각국 정상들을 초청함에 있어 핵 확산 국가들을 취사선택함.
Ⅳ. 결론 및 2010 NPT 검토회의에 대한 전망과 제언
1. 결론
참여연대는 2008년에 이어 2009년 유엔총회에 상정된 결의안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도출할 수 있었음.
– 첫째, 미국의 표결 행태가 다소 긍정적으로 변화 : 2008년(부시 행정부) 미국은 핵군축 관련 결의안들에 대해 100% 반대한 것에 비해 2009년(오바마 행정부)에는 15% 찬성함. 이러한 변화가 유의미하긴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포괄적이며 완벽한 핵무기 전면 철폐라는 NPT 목표에 상응하는 수준의 핵군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함.
– 둘째, 한국과 일본의 표결행태가 비핵국가라기보다 핵보유국과 비슷 : 한국과 일본은 핵보유국의 핵군축을 촉구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결의안에 기권 또는 반대 입장까지 표명하는 사례가 있었음. 이는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을 향유하고 있어 미국의 핵군축이 자국의 핵우산 약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결과로 해석됨.
– 셋째, 북한의 표결 행태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직설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음 : 이는 다른 국가들이 유사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결의안 발의국에 따라 입장을 변경하는 행태와는 구별된 행동이라 할 수 있겠음.
– 넷째, 미국의 이중 잣대는 여전함 : 미국은 북한과 이란을 미국의 소극적안전보장(NSA)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언했고, 핵안보정상회의에도 초청하지 않았음. 반면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NCND 입장을 고수하며, 이스라엘의 NPT 가입을 촉구하는 ‘중동지역 핵확산의 위험’ 결의안에 대해서 이스라엘과 더불어 반대 입장을 표명. 이와 같은 미국의 이중 잣대는 핵 비확산의 당위성을 훼손하며, 핵 확산 주범국들에게 핑계거리를 제공하는 것임.
– 다섯째, 북한과 이란과 같은 소위 ‘불량국가’(2010 NPR에서는 이탈국가(outlier)로 칭함)의 핵군축 찬성률이 핵보유국들보다 높다는 점 : 이란(92%), 북한(약 70%) 찬성률을 보였음. 반면 중국(77%)을 제외한 미국(15%), 프랑스(15%), 영국(31%), 러시아(46%)에 불과한 찬성률. 이스라엘은 가장 낮은 찬성률(8%)을 보였음.
2. NPT 전망
5월 3일 제8차 NPT 검토회의 개최를 앞두고 NPT의 3대 축인 핵군축, 비확산, 평화적 핵 이용권에 대한 각국의 이해가 대립하고 논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됨.
– 미국은 미러 전략핵무기감축협정(New START) 조인에 힘입어 비핵보유국들에게 비확산의 의무, 특히 핵테러리즘에 대한 비핵보유국들의 공조를 요구할 것이며, 이란과 북한 등 NPT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국가들에 대한 대응책 마련과 핵확산 통제 시스템 강화를 의제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임.
– 비동맹그룹(NAM)을 포함한 비핵국가들과 국제시민사회는 New START를 환영하기는 하나 여전히 수많은 핵무기와 핵물질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자연감소분을 고려한다면 New START의 실질적 감축량이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입장 등 보편적이면서도 완벽한 핵군축을 요구하고 있음.
– 특히 NPT가 1995년 조약을 무기한으로 연장할 수 있었던 것은 중동비핵지대 결의안이 포함되었기 때문인데, 미국은 여전히 이스라엘의 핵보유에 대해 NCND 입장을 고수하며 핵확산의 책임을 묻지 않고 있어 중동 국가들이 주축인 비동맹그룹이 과연 미국의 비확산 체제 강화에 쉽게 동조할지 의문임.
– NPT 체제는 우라늄농축과 사용후핵연료재처리를 평화적 핵 이용권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으나 평화적 핵 이용권과 핵확산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어 논쟁이 예상됨. 이란의 사례에서 보여주듯 선의에 의한 저농축 프로그램이 핵무기용 고농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적 성장, 정치적 전략 변화 등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음. 한국도 핵주권을 내세워 재처리 시설 보유를 주장하고 있음.
3. NPT 검토회의에 대한 제언
▷ NPT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핵보유국들의 핵군축의 노력이 가시적 결과물을 도출해야 함.
▷ 핵보유국들은 핵군축 관련 4대 조약(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핵분열성물질생산금지조약(FMCT), 핵무기협약(NWC), 소극적안전보장(NSA) 관련 조약)의 발효를 위한 구체적이며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함.
▷ 핵무기 없는 세상 구현의 중간단계인 비핵지대화 확대 노력에 핵보유국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함.
▷ 특히 동북아시아는 핵을 둘러싼 실질적 대립과 불신이 존재하는 지역인만큼 한일 시민사회와 의원들이 지지하는 동북아비핵지대화 구상을 이번 NPT 검토회의에서 국제적으로 공론화시켜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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