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핵없는 세상 2010-05-04   2183

[2010 핵군축 보고서 Ⅱ] 한국 정부의 핵 정책 리뷰&한국정부에 대한 제언



2010 핵군축 보고서를 발간하며



2010년은 5년마다 열리는 NPT(핵확산금지조약,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검토회의(Review Conference)가 열리는 해이다. 핵군축 의무에 관한 다자협정인 NPT는 1968년 체결되었고 1970년에 발효된 국제법으로 핵군축·비확산·평화적 핵이용권을 3대 축으로 구성하며 5년마다 검토를 통해 조약의 이행을 평가한다.


NPT 조약 발효 40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2009년 현재, 세상에는 약 23,000개에서 25,000여개의 핵무기 존재하며 이 중 미국이 약 10,000여개, 러시아가 약 13,000여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또한 지금까지 2,000회가 넘는 핵실험이 진행되었고, 2008년 현재 융합(blend-down) 예정인 297톤 제외하고도 전 세계에는 1,379톤의 고농축우라늄이 비축되어 있고, 225톤의 군사용으로 추출된 플루토늄(separated plutonium)이 존재하는 등 세계는 여전히 지구를 수천 번 파괴할 수 있는 핵무기에 파묻혀 살고 있는 실정이다.   


NPT 체결 당시 핵무기 보유국(중국, 프랑스, 영국, 미국, 러시아/구 소련) 5개국들의 핵군축 노력은 답보되어 왔다. NPT 체제 밖에서 핵무기를 개발한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같은 나라들은 패권국가와의 친소관계에 따라 특권적 위치를 누리고 있다. 북한은 NPT 탈퇴를 선언하고 2006년,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핵무기를 실험했으며, 이란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평화적 핵이용 권한 역시 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NPT 체제의 실효성과 공정성 문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지난 2005년 검토회의에 이어 이번 NPT 검토회의에서도 논쟁이 될 전망이다.


다만 오바마 미 대통령이 프라하 선언을 통해 ‘핵무기 없는 세상’을 천명하고 New START(미-러 전략핵무기감축협정)을 체결하고, 유엔 안보리 정상회의 주재 및 결의안 1887호 발의, CTBT(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미 의회 비준을 촉구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NPT 체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오바마가 이끄는 미국 정부의 약속이 얼마나 실행될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는 작년 2009 핵군축보고서에 이어 「2010 핵군축보고서Ⅰ- 주요 국가의 유엔 결의안 표결 분석」, 「2010 핵군축보고서Ⅱ- 한국정부의 핵정책 리뷰」발간하였다. 이번 보고서 역시 오바마 행정부의 ‘핵무기 없는 세상’ 구상발표에도 불구하고 미국 자신을 비롯한 주요 핵보유국가들이 핵군축을 다루는 각종 유엔 결의안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북한핵폐기에 있어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국제사회의 핵군축·비확산 노력에는 소극적,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참여연대는 앞으로도 ‘국격’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과 국제사회에서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을 밝히는 바이며, 이번 핵군축보고서가 국제사회의 핵군축·비확산 논의를 소개함으로써 북핵 문제에만 집중되어 있는 한국사회의 관심을 확장하고 북핵 해결을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난제를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는 참고자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한국 정부의 핵 정책 리뷰



1. 원전 세일즈


–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초 아랍에미레이트(UAE)와 400억 달러 원전 수교를 맺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함. 이명박 정부는 ‘원자력발전 수출산업화 전략’에서 2012년까지 10기, 2030년까지 80기의 원전 수출을 목표로 삼음.

– NPT 미가입국이면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인도와 한-인도 원자력협정을 맺어 핵기술 교류를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음.

– 핵물질 관리 강화를 통한 핵테러리즘 방지를 위한 국제 공조를 목적으로 개최한 핵안보정상회의(4월)에 참석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47개국 가운데 20개 나라가 신규 내지 추가 원전 건설 계획을 가지고 있어 해외수출시장 개척을 기대’한다며 원전 수출 세일즈를 벌이겠다고 대대적으로 밝힘.


▷ UAE와의 원전 수교의 문제점
– 1차적으로 UAE와의 원전 수출의 경우 주요 사업체인 한전의 경영공시에 따르면 186억 달러에 불과한 것이 밝혀져 ‘400억 달러’는 과대포장으로 드러났으며, 186억 달러 상당의 계약의 내용은 전혀 공개되지 않으며, 군사부분을 포함한 이면 합의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짐.

– 한국과 경합을 벌였다는 프랑스의 경우 ‘라팔전투기 구매협상과의 연계, 핵우산’ 등의 제공을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짐. 이명박 정부의 계약 수주 카드가 국민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군사동맹과 관련된 내용이라면 이명박 정부는 투명하게 그 내용을 밝히고 공론화가 필요한 것임.


▷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쟁점
– 산업적 측면에서 핵발전소 산업은 이미 프랑스, 미국, 일본의 빅3에 의한 독과점 시장일 뿐만 아니라 레드오션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원천기술조차 보유하지 못한 한국과 같은 후발주자가 과연 어느 정도 시장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임. 그리고 해외사업이 그 나라의 산업규제환경, 인력운용 문제 등 다양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바, 처음 핵발전소를 해외에 수출하는 한국전력은 산업 추진에 신중을 기울여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원전 수출의 위험성에 대해 국민에게 알리기는커녕 수출성과를 부풀리는데 여념 없음.

– NPT 체제 측면에서도 핵발전소 건설이나 원전 세일즈와 같은 이명박 정부의 행보는 평화적 핵이용권과 비확산이라는 NPT 체제의 두 가지 원칙이 상충되는 지점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임. 에너지 수급을 위한 핵발전은 NPT 체제 초기 단계에서는 평화적 핵이용으로 간주되었지만, 핵발전을 초기 추진하다가 핵프로그램 개발에 나서는 일부 국가들에 의해 오히려 핵이 확산되는 결과를 직시하게 되면서 NPT 회의에서는 이러한 기술의 취득과 개발을 평화적 핵이용권으로 간주해야 할지 논란이 되고 있음. 전 세계에 56개국에 672개의 원자로가 건설되어 있고 이 중 272개가 가동 중에 있는데, 핵발전의 원료가 되는 농축우라늄은 핵무기의 원료로도 변환될 수 있음.


▷ 한-인도 핵교류의 문제점
– 인도는 NPT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핵무기를 개발해 보유하고 있는 국가로 핵군축·비확산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에 역행하고 있음. 따라서 위와 같은 국가와 핵기술 교류를 하겠다는 것은 NPT 회원국이며 IAEA 감시를 포함한 관련 규범을 준수한 국가들에게 평화적 핵 이용권을 인정함으로써 핵확산을 방지하려는 NPT 체제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임.

– 그리고 설사 그 기술이 민수용이라 할지라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민수용과 군사용 기술의 구분이 모호한 상태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인도와의 핵교류를 추진하는 것은 부적합한 것임.
– 뿐만 아니라 NPT 미가입국이자 핵보유국인 인도와 핵교류를 하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임. 한국정부는 북한의 핵실험과 NPT 탈퇴를 이유로 경수로 건설을 중단했었음. 만약 인도와의 핵교류는 명백한 이중 잣대로 북한의 핵 개발 포기를 꺾을 정당성을 상실하는 것임.

– 인도와의 핵교류를 시작한 것은 미국이며 NSG(핵공급그룹), IAEA의 묵인이 있었던 것은 사실임. 그러나 이와 같은 이중 잣대로 인해 이들은 다른 비핵국가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으며 NPT 체제를 스스로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음. 따라서 특히나 한반도 비핵화 과제를 실현시켜야 하는 한국정부가 미국의 선례를 운운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음.



2.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 북한의 2차 핵실험(2009/5/25)으로 남한 내에서도 핵무장 여론이 일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명문화하였음. 이와 더불어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 핵주권론을 회복해야 한다는 여론에 편승해 평화적 핵이용권의 일환으로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겠다고 이명박 정부는 밝힘. 하지만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수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 단순히 핵주권론이라는 국가주의적 여론에 편승해 결정할 사안이 아님.


▷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위반
– 1991년 남북한이 공동 발표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은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사용을 하지 아니한다’, ‘남과 북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 ‘남과 북은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한다’ 등의 내용을 포함함.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설사 그 합의를 먼저 깼다 하더라도 ‘핵없는 세상’이라는 국제사회의 목표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한국사회의 열망을 고려할 때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설사 그 합의를 먼저 깼다 하더라도 이를 한국정부도 어기는 것은 옳지 않고, 북에게 핵 폐기를 요구할 입지도 축소되게 될 것임.


▷ 재처리는 평화적 핵이용권이라고 단순화시킬 수 없음
–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경우 핵무기에 사용가능한 플루토늄이 생성되어 국제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임. 한국에서 2004년 우라늄농축사건(농축우라늄 0.2g, 천연우라늄 1.9kg, 감손우라늄 0.8kg 분실) 때 보인 국제사회의 민감한 반응을 반추해본다면 사안의 민감성을 알 수 있음. 또한 북한과 이란도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자국의 전력난 해결을 목적으로 한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들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재처리가 평화적 핵이용권의 하나라는 주장이 과연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임.


▷ 재처리는 기술적으로 용이하지도 않고 경제적이지도 않음
– 일본은 비핵국가 가운데 유일무이하게 재처리공장(로카쇼무라)을 가지고 있음. 로카쇼무라 재처리 공장 사례를 보면 1992년 착공되었지만 수차례 시험가동에 실패에 현시점까지도 정상 운행되지 못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2조엔이 넘는 돈이 투입되었고 조업 및 폐지 비용까지 합한다면 30조엔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됨. 뿐만 아니라 OECD의 ‘The Economics of the Nuclear Fuel Cycle’에 따르면 재처리와 직접처분 비용을 비교해보면 직접처분이 오히려 재처리에 비해 15~25% 더 싼 것으로 알려져 있음.



3. 북핵 폐기 정책 vs 핵 억지력 추구


– 이명박 정부는 자금까지 고압적인 방법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음. 그러나 ‘선핵폐기’를 조건으로 제시하고 심지어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것을 강조하는 기조의 정부의 대북정책 구상은 한반도 긴장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한 요인이 되어 왔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선핵폐기 원칙만을 고수하고, 대북강경책, 대북압박 및 고립정책 등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하며 무시전략으로 일관하고 있음.


– 더욱이 한국정부는 보편적 핵군축 및 핵비확산에 대해 UN 등 국제외교에서 일관되고 원칙적인 입장을 보이지 못함으로써 한반도 핵군축을 선도할 선의의 리더십을 형성하는데 실패해왔음.


– 한국정부는 핵분열 물질의 통제를 다루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여 원전수출을 얘기하거나, 이스라엘이나 파키스탄이 초대된 데 대해 문제제기 하지 않으면서 북한이 초대받지 못한 것을 당연한 것처럼 발언하는 등 핵 의제 자체에 대한 진지하고도 보편적인 정책을 견지하는데 실패하고 있음.


–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제2차 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게 된 것을 큰 성과로 내세움.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지 북핵 폐기에만 집착하기보다 보편적인 국제 핵군축 논의에 주도적으로 동참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비전을 일치시켜나가는 외교적 역량임. 또한 국제무대에서 손쉬운 대북 비방외교에 자족하기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형성을 향한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오바마 행정부와 6자회담 참가국, 그리고 국제사회가 진취적으로 대북·대한반도 평화외교에 나서도록 촉구하고 설득해야 함.


– 한국정부는 NPT 평가회의 과정에서 북핵폐기만을 외치기보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당사국들의 책무를 강조하고,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보다 적극적인 구상을 밝힘으로써 국제사회의 실질적 공조를 이끌어 내고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


– 한국 정부는 또한 북핵폐기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핵 억지력에 의존하는 한국의 정책도 북핵폐기와 병행하여 재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해야 할 것임. 특히 북핵폐기와 병행하여 핵 우산도 폐기하는 방향으로 한반도 동북아시아 비핵군축을 지향해야 할 것임.

한국정부에 대한 제언



첫째, 한국정부는 보편적 핵군축 의무에 보다 적극적인 지지입장을 취해야 한다
. 앞서 확인되었듯 한국정부의 핵군축 관련 입장은 일반적 통념과는 달리 핵보유국의 표결 행태와 비슷했다. 이는 한국의 비핵지위를 유지할뿐만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와 상충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NPT 검토회의에서는 다른 비핵국가들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핵군축을 촉구하는데 동참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2010년 말 다시 개최될 유엔 제1위원회 회의 및 유엔 총회에서는 반대 또는 기권입장을 취했던 결의안들에 대해 찬성 입장을 취해야할 것이다. 또한 NPT 미가입국인 인도와의 한-인도 원자력협정, 그리고 핵재처리 시설보유를 위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시도 역시 중단되어야 한다.


둘째, 한국정부가 동북아비핵지대화 구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NPT 검토회의에서 정식 의제로 채택시키기 위한 노력해 줄 것을 촉구한다. 동북아비핵지대화는 남북 그리고 일본이 핵무기와 핵우산을 포함한 핵억지력에 의존하지 않기로 결단하고 주변 핵보유국들이 소극적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구상이다. 핵군축 및 비확산의 의무는 보편적인 국제적 의무인 만큼 한국정부가 북한 선핵폐기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동북아시아가 핵무기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노력과 더불어 북의 핵폐기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한반도 비핵화와 핵없는 세계를 위한 국제적 노력을 연결하는 방안의 하나가 바로 동북아비핵지대화 구상이다.


셋째, 한국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강경한 입장을 기반으로 하는 무시 전략을 대화 전략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야 한다. 6자회담과 남북대화 중단은 북한으로 하여금 대결적, 극단적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NPT평가 회의에서는 지난번 핵안보정상회의에서처럼 북한핵폐기와 같은 원칙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당사국들의 책무를 강조하고,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보다 적극적인 구상을 밝힘으로써 국제사회의 실질적 공조를 이끌어 내고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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