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 2010-12-01   1965

[논평] 이명박 정부, 군사력보다 위기관리체계부터 개선해야




– 자신의 위기관리 실패를 이전 정권에 전가하는 것은 정략적 접근
– 군사력 앞세운 보복전략은 현실성 없고 군사충돌 가능성만 키워
– 대내 소통부재, 대외 일방주의 닮은 꼴, 국민은 불안하다 



한반도에 전에 없었던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오늘 마무리될 예정인 가운데, 정부는 전 해상에서 사격훈련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예산 증액과 서해 상의 전력 집중배치에 이어 그리고 교전수칙 강화도 검토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이 같은 정부의 일련의 대응방침과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지난 11월 29일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협박에 못 이긴 ‘굴욕적 평화’는 결국 더 큰 화를 불러온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그동안 북한 정권을 옹호해온 사람들도 이제는 북의 진면모를 깨닫게 됐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북의 도발에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백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보일 때’라는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보다 더 큰 우려와 긴장감을 불러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더 이상의 인내와 관용은 더 큰 도발만을 키운다’며 사실상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일어난 무장 갈등과 군사적 위기의 책임을 자신이 아닌 대북포용정책을 펼쳐온 지난 정부들에게로 전가시키고 있다. 심지어 이런 노력들을 지지한 이들을 북한 정권을 옹호해온 이라고 정치적으로 낙인찍고 있다. 이런 정략적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3년 동안이나 한반도 위기를 관리할 책임을 맞아온 정권이 남의 핑계를 대는 것은 무책임하다. 


주지하듯이 서해상에서의 군사적 갈등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서해상의 경계도 아직 모호한 상태이고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한 이래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그나마 2007년 10.4선언을 통해 서해 NLL 인근을 서해평화협력지대로 정하기로 남북 정상이 합의했지만 불행히도 이명박 정부 집권이후 폐기되었다. 돌이켜보면 2차례의 서해교전에도 불구하고, 이전 정권에서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남북간의 핫라인 설치 등 한반도의 무장 갈등의 확대를 예방하고 최소한의 의사소통 구조와 위기관리 장치는 유지해왔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남북간의 상호비방과 무시, 대결이 증폭되면서 최소한의 소통이나 위기대처 수단도 실종되어 버렸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해법에는 과격한 말의 성찬 외에 제대로 된 위기관리 수단을 찾아보기 힘들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일찍이 경험한 바 없는 새로운 군사적 도전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을 ‘굴욕적 평화가 부른 화’라고 평가하기에 앞서 냉정하게 지난 3년간의 남북관계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평화를 구걸했다’고 스스로 표현할 만큼, 북과의 관계개선에 적극적이었던 경우가 있기는 한가? 정부의 대북 언술과 제안들은 그 자체로 북한을 굴복시키기 위한 것이었음을 정부 스스로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비핵개방3000만 하더라도 굴복하면 돈을 주겠다는 식의 것으로서, 상대방을 고려한 외교적 언어가 아니었다. 게다가 정부는 6.15선언과 10.4선언을 폐기함으로써 남북간 합의의 지속성과 예측가능성, 신뢰성을 크게 뒤흔들었다. 또한 김정일 와병설을 국정원장이 공개하고 온 언론이 대서특필하도록 하면서 마치 평양이 곧 무너질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과연 신중한 것이었는지 의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대외적으로 공공연히 공표하면서 발전시킨 군사계획이란 것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북한 유사시 평양을 점령해 지도부를 생포하고 대량살상무기를 해체하여 북한을 안정화한다는 식의 공격적인 것이었다. 지난 6개월간 진행된 한미군사훈련 역시 대부분은 방어적이라기보다 도리어 북한 점령을 상정하는 자극적인 것이었다. 이쯤 되면 오늘의 연평도 사태는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와 더불어, 상대에게 굴종을 강요해온 이명박 정부식 일방주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평가할 만하다.


우리는 연평도 공격을 감행한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자들을 변호할 의사가 추호도 없으며,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군사적 강자의 일방주의는 군사적 약자들의 반발과 모험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역사적 경험을 한미 군사당국은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북의 국지적 도발을 빌미로 무장갈등을 한반도 전체로 확대하는 것이 우리 측의 목표가 아니라면, 이명박 정부는 군사적 수단 대신 한반도 위기관리 장치들을 복구하고 발전시키는 새로운 접근을 취해야 한다. 군사력이 아무리 강력해도 완벽한 방어는 불가능하다.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세계최강 미국이 고전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정부가 내놓고 있는 군사적 대응방침은 매우 우려할 만하다. 정부는 포 대 포와 같은 비례성의 원칙에 기반한 현 교전수칙을 바꿔 포 공격에도 해·공군이 바로 타격하도록 하고 몇 배 더 보복타격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른바 충분성의 원칙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위험한 발상이다. 그동안 북한과 교전이 있을 때마다 교전수칙은 점진적으로 공격성을 강화해 왔지만 최소한 비례성의 원칙만큼은 유지되어 확전방지를 막는 역할을 해왔다. 비례성의 원칙을 파기하는 것은 한반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군사적 모험주의에 일조하는 일이다. 더욱이 대량살상무기를 비롯해 무기의 살상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비례성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교전수칙을 수정하겠다는 정부의 주장 이면에는 한국의 군사력이 북한보다 강하고 우월하다는 자신감이 숨겨져 있다. 즉 월등한 한국의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비례성의 원칙에 묶여 북한을 ‘응징’하지 못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상은 북한의 공격에 대한 국민들의 위기의식과 분노를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궁극적으로 더 이상의 군사적 충돌이나 전면전으로의 확대를 원하지 않는 대다수 국민들의 바램에는 반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충분성을 내세운 보복전략을 채택하기보다, 군사적 자위권 행사의 합리적 기준들, 즉 비례성, 불가피성, 위급성 등의 교전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해야 한다. 교전은 피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고, 정작 대응이 불가피할 때는 절제된 수준의 전력이라도 차질 없이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평도에서의 피격을 계기로 국방예산도 대폭 증액되고 있다. 어제 국회 국방위는 국방부가 서해 5도 전력 보강을 위해 2012년까지 총 4,556억원을 증액해줄 것을 요청한 것에 대해 당초 전년대비 5.8% 인상안에서 8.1%(31조9,941억원)인상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우리는 정부와 국회가 연평도 교전을 빌미로 타당성과 효율성 검토없이 마구잡이식으로 막대한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예산안 논의에 있어 과연 국방예산과 무기가 부족해서 연평도 교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인지, 막대한 군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드시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주지하듯이 남한은 이미 북한의 GDP에 해당하는 군비를 지출하고 있다. 이 같은 군비증액론은 군의 비효율과 낭비는 놔둔 채 그 책임을 세금을 내는 국민에게 전가하는 논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아울러 우리는 이명박 정부 이래 군이 국방비 증액논리로 ‘북의 비대칭 위협 및 국지도발 대비’를 내세우고 있음에 유념한다. 연평도 사건은 같은 논리를 강조하는 하나의 계기일 뿐이다. ‘비대칭 위협이 존재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남한의 군사력이 이미 상당한 우위에 있기 때문에 북한이 군사적 열세를 만회할 목적으로 특수부대 양성이나 군사비가 적게 드는 대량살상무기에 투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미 군 스스로도 북한 급변사태 계획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전력상의 우위를 공공연히 자랑해오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 같은 국방예산 증액, 최첨단 무기도입은 북한의 군사적 불안감을 고취시켜 또 다른 비대칭 전력 개발에 몰두하게 하는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음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현재의 전면전 대비 전력을 축소하고 대신 국지전 대비에 활용한다면 군비를 줄이고도 유효한 방위태세를 갖출 수 있다고 본다. 그렇기 위해서는 전면전 대비 혹은 북한 점령 등을 명분으로 정당화해온 비대한 육군의 대군주의를 개혁하고 과도한 장성 수와 불필요한 군부대를 축소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협박에 못 이긴 굴욕적 평화가 화를 부른다’는 식의 평가는 정치적 언술일지언정, 대통령이 책임 있게 해야 할 말은 아니다. 아마 북한의 군사주의 세력들도 이와 유사한 다짐을 하며 또 다른 비대칭 전략개발을 추구할 것이다. 상대를 군사적으로 압도하거나 굴복시키겠다는 주장 속에서 상호간의 불신은 증폭되고 무장충돌의 위험은 더욱 커진다. 그리고 국민은 더 큰 불안과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정책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일방주의와 우월주의를 개선하고 평화를 가능케 할 위기관리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 총과 응징의 논리로는 평화가 깃들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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