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제주해군기지 예정부지 절대보전지역 해제여부를 다투는 소송에서 주민들이 원고가 될 수 없다는 법원의 기이한 해석


– 환경소송의 원고적격을 폭넓게 인정하는 최근 판례들에 역행
– 엄격한 법률적 잣대는 주민들이 아니라, 편법으로 군사기지 건설 강행하는 제주도와 국방부에 적용되어야 

어제(12/15) 제주지방법원(재판장 박재현)은 강정마을 주민들이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군기지 ‘절대보전지역 변경(해제)처분 효력정지 및 무효확인’ 소송에 대해 ‘원고 자격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1년여 가까이 끌어온 재판이 분쟁이 된 사안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기는커녕 이제 와서 원고 부적격을 이유로 각하결정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참여연대는 제주지법의 이번 결정이 환경적 권리와 원고적격을 폭넓게 인정하여 국민들의 권익구제를 확대하려는 기존 판례나 사법부의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며, 나아가 제주도 내 최대 갈등현안인 제주해군기지 건설문제의 향방을 가늠하는 법적 판단을 회피하려는 정치적 결정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는 ‘근거법령 또는 관계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개별적, 직접적, 구체적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어 이 사건 처분을 다툴 원고적격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각하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제주지방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환경적 권리에 대해 광의적으로 해석하는 판례의 경향과 입법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개인의 권익구제를 확대하고 행정의 적법성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원고적격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2006년 대법원은 행정소송법 개정의견서를 통해 원고적격 범위를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 대신 ‘법적으로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로 개정하여 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도 있다.

사법부가 환경적 권리에 대한 원고적격을 폭넓게 해석하고 있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지난 4월 27일 대법원은 낙동강 취수장 근처 공장 설립을 허가한 김해시의 조처와 관련해 이곳에서 식수를 공급받는 부산, 양산 시민까지 ‘원고 적격’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한 서울행정법원은 ‘4대강사업 위헌, 위법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이 제기한 4대강 공사 집행정지 소송에 대해 기각 판결은 내렸지만 ‘원고 적격’은 인정했다. 따라서 제주지방법원의 이번 결정은 원고적격 범위 확대를 통한 국민의 권익구제 강화라는 사법부의 건전한 노력과 판례에 역행하는 것이자, 위법적인 해군기지건설 강행에 의해 침해받은 주민들의 권리와 이익 구제를 외면한 것이다. 

작년 12월 제주도는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할 목적으로 보호되어야 마땅한 절대보전지역 지역을 해제했다. 이에 강정마을 주민들은 생태계, 경관 1등급인 절대보전지역의 해제는 불가능하다는 점, 법적으로 보장된 주민의견 청취를 생략한 절차상의 문제점, 그리고 날치기로 통과된 도의회 동의안의 문제점 등을 이유로 ‘절대보전지역 해제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따라서 사법부의 검토는 주민 합의기반 없이 위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할 시민이 의지할 수 있는 최종적인 자구수단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제주지방법원의 원고부적격을 내세운 각하 결정으로 인해 강정마을 주민들은 침해받은 권리를 위해 법률적으로 다툴 최소한의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재판장은 “어떠한 사건이 법원으로 오면 재판부는 법률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원고적격을 인정할 근거나 사례가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적격을 협소하게 정의하고 각하한 것은 엄밀한 자세라기보다 정치적 고려에 의한 회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엄격한 법률적 잣대는 국방부와 제주도 당국에 적용되어야 한다. 지난 3년여 동안 중앙정부와 제주도 당국은 온갖 편법과 불법으로 제주해군기지 건설 추진을 강행해 왔다. 절대보전지역을 편법적으로 해제했을 뿐만 아니라 규명되지 않은 주민여론조사 조작의혹, 환경영향평가 없는 사업실시계획 승인, 해군기지 착공에 반대하는 주민들에 대한 폭력적인 연행 등 정부와 자치당국의 전횡과 독주가 수없이 자행되어 왔다는 점에서 이번 각하 결정은 협소한 법률적 논리를 내세워 주민들의 고통과 그들에게 가해진 폭력에 사법부가 눈감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제주지법이 각하결정을 내렸지만, 그렇다고 주민들의 동의나 합의 없이 위법적으로 강행되고 있는 해군기지건설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국방부와 제주도 당국은 이번 판결을 빌미로 유네스코가 환경보호지역으로 지정한 해양생태계 보고인 강정마을을 파괴하고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을 침해하는 해군기지건설을 강행해서는 안된다. 언론에 의하면 각하결정을 내린 제주지방법원 재판부도 제주도와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머리를 맞대 합리적 해결방법을 모색할 것을 충고했다고 한다. 정부는 편법과 불법으로 얼룩진 해군기지건설을 전면 재검토하고 주민들의 동의와 합의가 있을 때까지 2011년도 예산 1,183.9억 원의 집행을 중단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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