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핵없는 세상 2012-03-28   1773

[논평] 핵문제 본질과 해법 잘못 짚은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핵테러 위협 과장하며, 핵안보 말하면서, 핵발전 지속은 모순
실질적 핵군축과 핵발전 중단으로 ‘핵 없는 세상’ 추구해야

어제(3/27)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50여개 국가 정상들과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하여 화려한 잔치를 연출했으나, 이에 걸맞은 정상회의 결과물을 도출했는지는 의문이다. 핵안보정상회의는 궁극적으로 핵을 폐기하는 것이 아닌 관리, 통제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핵무기와 핵발전 확대의 부산물로 제기되는 핵테러 위협에 대한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이었다. 나아가 그 어느 때보다 핵발전의 중단과 점진적인 폐쇄가 요구되는 시점에 핵발전을 지속, 확대할 것을 천명하고, 동시에 핵안보를 강화하겠다는 태도는 모순적이기까지 하다.

 

이번 핵안보정상회의 결과물로 발표된 서울코뮤니케의 내용은 핵물질의 자발적인 감축 등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평가할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이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지난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내용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각국 정부의 자발적인 조치에 기대고 있다는 점도 다르지 않다. 또한 핵안보정상회의는 핵테러 위협을 과장한 반면, 실제적 위험이 되고 있는 핵발전의 안전문제에는 눈감았다. 핵무기와 핵물질이 과도하게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테러 위협에 대비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과연 가상의 위협을 국제사회가 당면한 직접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를 필연적인 문제인 것처럼 주장하여 위협을 과장하고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는 것 역시 타당하지 않다.

 

정부가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앞서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을 부대행사로 개최하고, 정상회의를 핵발전소 수출에 호기로 삼은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후쿠시마 핵사고가 아직도 수습되지 못하고 있으며, 그 피해 수준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핵발전의 중단이 아닌 핵발전의 확대를 꾀한 것은 핵의 안보를 말하면서 시민의 안전은 외면하는 처사이다. 더욱이 핵발전소 가동의 확대로 인해 사용후 핵연료가 넘쳐나고, 이를 재처리하면서 생겨나는 수많은 핵물질은 핵안보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진정 핵안보가 중요하다고 판단된다면, 핵발전 중단을 논의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어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핵테러 방지에 가장 중요한 고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 감축’을 이번 정상회의의 핵심적인 성과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핵물질의 감축이 의미 있으려면 해당되는 일부 국가들의 자발적이고 부분적인 감축에 그쳐서는 안된다. 핵무기보유 국가들의 군수용 핵연료의 폐기를 포함해 핵무기 연료가 될 수 있는 비축 핵물질도 과감히 폐기하는 것은 물론 더 이상 핵물질이 생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핵보유국들은 핵확산금지조약(NPT) 6조에 따라 핵군축을 위한 조속한 협상, 핵무기협정(NWC) 논의를 즉각 개시하고, 유엔 군축회의(CD)에서 표류하고 있는 ‘핵분열성 물질 및 핵폭발 장치 생산 금지 조약’(FMCT) 체결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50여개 국가 정상들이 모여 핵테러에 이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핵물질 감축을 논의하면서 핵군축과 비확산을 위한 실질적인 조약과 협약 체결을 거부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한국 정부 역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핵무기와 핵기술 보유 국가들의 이러한 노력이 있어야만, 실질적으로 핵무기, 핵물질을 감축할 수 있으며, 핵안보도 구현될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핵은 폐기되어야 할 대상이지, 관리와 통제의 대상에 그쳐서는 안된다. 진정 핵 없는 세상을 지향한다면 핵발전은 중단되어야 한다. 대체에너지를 강구하는 발상의 전환과 정책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핵억지력에 의존하지 않고 핵무기 사용위협을 배제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를 전제하지 않고 핵테러 위협을 내세우며 제한적인 핵안보 조치만으로는 결코 핵 없는 세상을 실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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