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TV Photo 2006-07-05   654

주말농사꾼 이야기3

많은 분들의 관심과 적지 않은 리플에 감사드립니다. 마치 재미있게 사는거 자랑하냐는 핀잔 아닌 핀잔도 듵을 것 같은데,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야단(?)도 맞았죠. 고구마 그렇게 많이 캐놓고 사무실에는 가져오지도 않았냐고… 제가 주변에 딸린 이웃과 친척이 좀 많아 그랬는데, 어쨌든 죄송하네요…

한 사람당 두개씩이라도 돌아가게 하는 성의가 중요한데 말이죠. 반성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우리 아들과 농장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 아들은 올해 4살입니다. 동생도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혼자죠. 작년 농사때에는 농장에 따라가기는 아주 좋아했지만, 농장에서 별로 하는 일은 없었죠. (3살짜리한테 농사일 안한다고 서러워하면 이것부터 유아학대이겠죠…흐흐)

작년에는 겨우 방울토마토 따먹기, 밭 고랑 이곳저곳에 흩어져있는 돌맹이 주워 던지기, 아니면 모래놀이용 트럭에 싣고 운전하기 정도였죠.

하지만 올해는 아닙니다. 상추씨 뿌리기는 물론이거니와 상추뜯기, 치커리뜯기뿐만 아니라, 얼마전에는 고구마 심기도 했습니다. 아마 우리 상근자들중에, 그리고 회원님들중에 고구마 어떻게 심는지 모르시는 분 많으실텐데,,,우리 준선이는 이제 압니다. 고구마 줄기를 눕혀서, 배꼽까지(모종 줄기의 절반까지) 이불덮어주면(흙을 덮어주면) 된다고 준선이가 이제 설명해줄 수 있답니다. (우리 아들 천재!! 하지만 아직 7다음에 9라고 합니다..쩝..)

첫번째 사진은 잡초뽑는 사진입니다. 4월말 5월초순까지는 농장에 가도 사실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 상추같은것을 제대로 심었다면 쏙아내기같은 일이 있을텐데,,,올해도 그 정도는 아니었으니…별로 있지도 않은 잡초뽑기나 하고 돌아오는게 일이죠뭐.

준선이도 아빠가 하는 모습을 보더니, 이게 잡초야 하면서 뽑아내기를 시작했습니다. 장갑도 끼지 않은 손으로 일을 하더니 손톱밑이 까매졌습니다. 그래도 자기가 잡초라고 지목한게 진짜 잡초라고 답해주니, 스스로 뿌듯한 모양입니다. 더 열심히 하더군요.

농장에 가면 다른 분들의 아이들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두 번째 사진은 두어칸 떨어진 밭을 일구시는 아저씨의 딸 아이입니다. 얼마나 적극적이고 까부는지… 준선이는 그 아이가 같이 놀자고 조잘조잘대도 끄덕도 않습니다. 콧대가 높아서가 아니라 수줍음때문인 것 같습니다. 결국 그 여자아이는 쓸쓸히 자기 아빠한테 돌아갔답니다.

농장에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잘 못보는 곤충들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점이 너무 좋습니다. 지렁이는 기본이고, 땅강아지, 무당벌레, 달팽이, 이름을 알 수 없는 여러 종류의 풍뎅이 등등..

유기농 텃밭이라 지렁이하고 달팽이, 참 많습니다. 작년에는 제가 보지 못했던, 땅강아지도 엄청 봤습니다. 감자캐는 날이었는데, 땅을 파헤치니 막막 나오더군요. 어릴때 보았고, 또 군대에 있을 때 본 이후로 근 10년만에 처음 본 녀석이었습니다. 저는 반가웠고, 준선이는 신기해했습니다. 달팽이를 보면서는 더 좋아하더군요. 달팽이가 주인공인 그림책이 몇 권있는데, 얼마나 좋겠습니까.

주변에 보면 초등학생쯤 되어보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시는 부모님들이 계시는데, 달팽이, 땅강아지 이런 거 보시면 아이들한테 구경하라고 하시면서 꼭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집에가서 그림그리기 해야해. 그러니 잘 관찰해~”… 현장학습같은 거라서 좋게 보이기도 하다가 또 숙제같이 느껴져 씁쓸하기도 하다가 그랬습니다.

이제 마무리 할 때가 되었네요. 아들자랑 심하다구…

지난 6월 24일인가요. 감자캘 때의 준선이 모습 보여드리고 가겠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제 자기빼고 일했다가는 큰 일 납니다. 감자캘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어이 함께 땅을 파헤지고 감자캡니다. 준선이 손에 끼워줄 장갑이 없어 제가 어쩔줄 몰랐지만, 준선이는 상관하지도 않더군요.

아빠가 흙을 조금만 파헤쳐주면 자기 손으로 막 헤집어냅니다. 그리고 감자모습을 제가 조금 보이게 흙을 파헤쳐놓으면 그것도 자기가 캐야 한다며 저보고 뭐라 조잘댑니다. 그러더니 드디어 자기가 캔 감자를 자랑해봅니다.

자기가 직접 캔 감자라서 그런지 집에 와서도 삶은 감자를 아주 잘 먹습니다. 저야 너무 고마울 뿐이죠.

마지막 사진은 감자캐는 날 준선이의 얼굴에 맺힌 땀방울 다섯 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자라주는 준선이가 고마울 따름입니다. 주변에 있는, 아니 세상 모든 아기들 모두가 이렇게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점심시간 끝나기 전에 다 쓰려고 했는데 늦었네요. 며칠 후 또 뵐께요.


박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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