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국회 2016-04-07   766

[우리는 희망에 투표한다 17] 정부 밀실협상을 국회가 감시하는 조약절차도입법

국방부가 멋대로 합의, 국회는 뭐하라는 건가?

[우리는 희망에 투표한다 17] 정부 밀실협상을 국회가 감시하는 조약절차도입법

16.04.07 07:35l최종 업데이트 16.04.07 07:35l 글: 이미현(pspd1994)

[참여연대-오마이뉴스 공동기획] 금수저와 흙수저로 대변되는 불평등과 양극화, 총체적 경제위기. 군사적 충돌마저 걱정해야 하는 한반도.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테러방지법. ‘참여연대’와 <오마이뉴스>는 20대 총선에서 민생과 평화, 민주주의와 인권보장을 위한 공약을 촉구하기 위해 정책 제안을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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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총선 정책제안]우리는 희망에 투표합니다.
ⓒ 고정미  

– 의원 : 아니, 잠깐. 이게 이미 차관이 서명한 거예요,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약정은?  
– 국방차관 : 체결은 오늘 되는데 그 체결을 위한 준비 차원에서 서명은 26일 날 17시경에 했습니다.
– 의원 : 아니, 그러니까 오늘 서명한다고 그래서 부랴부랴 오늘 오전 8시에 보고하라고 일정에 넣고 그랬던 것 아닙니까? … 사후 보고하는 거네요, 우리 위원회에도? 

2014년 12월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한 장면이다. 이날 한미일 3자 간 군사정보공유약정(MOU)이 공식 체결됐다. 그러나 국회에 제대로 된 사전 보고는 없었다. 아직 협상중인 사안이라며 정부가 약정 문안과 협의 과정을 철저히 비밀로 한 탓이다. 

정부 멋대로 합의하고 받아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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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4년 12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을 비롯한 여러 단체 회원들이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4.12.29
ⓒ 연합뉴스  

애당초 한미일 군사정보공유약정 체결에 문제가 많았다. 일단 ‘약정’이라는 형식부터 논란이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군사기밀과 관련한 사항을 기관 간 약정으로 체결하는 경우 법적 구속력이 없어 상대국의 체결 기관을 구속하는 데 충분치 않”아 “군사기밀을 공유하는 방식으로”는 ‘약정’ 형식이 적합하지 않다며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 체결의 위법적 요소를 지적한 터였다. 

게다가 ‘군사기밀보호법과 상충 된다’, ‘이명박 정부 말기 몰래 추진하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우회한 조치에 불과하다’는 등의 비판도 많았다. 그러나 국회는 제대로 된 문제제기 한 번 하지 못하고 약정 체결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는 무기력했다.

정부가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고 국가 간 약정, 합의를 추진한 게 처음은 아니다. 과거 1990년에 이뤄진 용산기지이전합의각서(MOA) 및 양해각서(MOU)도 문제가 된 바 있다. 기지이전 자금제공, 청구권에 대한 보상 등 국방부장관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 조약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도 정부대표로 임명되지 않은 국방부장관 명의로 각서를 체결하고 국회 비준동의도 받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2004년 국가 간 조약의 형식으로 용산기지이전협정을 다시 체결했다. 이명박 정부 이후 군사안보 분야의 국가 간 약정 체결은 대폭 늘었다. 하기야 오랫동안 2년 단위로 국회 비준동의를 받았던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의 경우 2009년부터 5년 단위로 협정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2014년에도 또 다시 5년 유효 협정을 체결하고 국회 비준동의를 받았다. 이 같은 외교안보 분야 국가 간 협정이나 약정 체결이 국회 보고와 심의, 비준동의 등 가능한 국회의 통제를 우회하거나 받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회 통제권 밖의 조약과 기관 간 약정 체결

헌법 제60조는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명칭을 불문하고 국가 간 상호 원조, 안보, 국민에 부담을 끼치는 문제라면 국회의 비준동의를 요하는 조약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 지금 정부의 군사안보, 외교통상 정책은 민주적 통제로부터 한참 벗어나 있다. 

문제는 급속한 세계화와 더불어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결되는 조약 체결 건수가 9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9월 3일 기준, 우리나라가 체결·비준한 전체 조약의 수는 2861건으로 이 중 18.2%에 해당하는 520건(양자 334건, 다자 186건)이 국회의 동의를 얻은 반면, 81.8%에 해당하는 2341건(양자 1,908건, 다자 433건)은 국회의 동의 없이 체결·비준되었다. (성석호(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조약절차법안 검토보고서, 2012.9., 제11쪽)

동일시점 기준 현행 법률 수가 1334건인 것과 비교할 때, 조약에 의한 입법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조약이 국내 법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가 조약 체결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기관 간 약정’ 문제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기관 간 약정은 정부 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신의 소관업무 범위 내에서 다른 나라의 동일·유사한 정부기관 등과 체결하는 것을 말한다. 비록 기관 간 약정이 구속력이 떨어지는 형식이지만, 체결 건수가 비약적으로 증대되는데 반해 정부의 적절한 관리, 통제는 전혀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관련 절차를 규정한 법률이 필요하다. 국회의 동의 절차를 우회하기 위해 ‘약정’이라는 형식으로 체결되었으나 담고 있는 내용이 약정 형식에 맞지 않은 경우 교정될 필요가 있다. 

조약체결절차법 제정으로 정부 밀실협상 막아야

국회에 사전 심의와 의결의 권한을 부여하는 ‘조약체결절차법’은 이처럼 정부 제멋대로 조약 또는 기관 간 약정을 체결하는 것을 막고 외교안보 정책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방안이다. 

그 핵심은 국회가 조약체결 계획 단계부터 정부의 보고를 받고, 체결 계획은 물론 협상내용에 대해서도 정부에 수정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껏 협상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협의 과정 자체를 비밀로 하거나 문안을 국민과 국회에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 권한행사를 원천 차단해 왔다. 그러나 대통령의 조약 체결·비준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 아닌 한, 국가경제와 국민안전, 안보 등에 영향을 미치는 조약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보장해야 한다. 

조약이 여러 개의 상임위원회와 관련된 사항인 경우에 특별위원회를 통하여 정부의 협상 진행과 내용에 대한 보고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약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여러 분야를 종합적으로 심의할 수 있어야 조약 발효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집단 간 이해상충이나 사회적 갈등을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 

조약체결절차법을 통해 정부가 조약 및 약정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국회에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상대국의 요청을 이유로 자국 국회에 대한 정보 공개 의무를 무시하거나 소홀히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2011년 제정된 통상조약절차법의 경우, 국회가 아무리 정보를 요청하더라도 상대국의 요청 등을 이유로 정부가 추진 중인 통상협상을 공개하지 않게 하는 독소조항을 두고 있어 정부의 밀실협상을 제대로 견제, 감시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나아가 국회가 정부에 조약 체결·비준 동의안 제출을 요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조약과 마찬가지로 그 내용상 국회 통제를 받아야 할 기관 간 약정에 대한 개념과 체결 절차를 법률안에 포함시켜 국회 심의를 우회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 입법 의지가 필요하다

‘조약체결절차법’은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19대 국회에만 여러 의원들이 국회에 의한 조약 체결 통제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박영선, 홍익표, 김동철, 박주선 의원이 발의한 법안들이 바로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3년 이래로 법률 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국회의 입법 의지다. 번번이 정부의 밀실협상의 후과에 대해 호통치고 뒷북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견제, 감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물론 절차를 마련하는 것만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국회가 실효적으로 정부의 조약 및 약정 체결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그 시작은 조약체결절차법부터 도입하는 것이다.

참여연대가 제안하는 정책과제는 크게 3대 분야 52개로 서민 생존권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정책과제, 한반도 평화와 미래를 위한 정책과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정책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해당 정책제안은 참여연대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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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참여연대 평화국제팀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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