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17-02-20   1510

[칼럼] 몰랐어? 문제는 선거제도야! ① 군인은 될 수 있어도 투표는 못 한다?

군인은 될 수 있어도 투표는 못 한다?

18세 선거권, OCED 중 한국만 없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12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은 촛불민심을 반영한 근본적인 정치개혁을 위해 공동기획을 시작합니다. 부패와 정경유착, 국정농단과 같은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고, ‘헬조선’이 아닌 행복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기 위해 첫 번째로 바꿔야 하는 것이 바로 선거제도입니다. 선거제도를 바꿔야 정치판이 바뀌고, 그래야만 우리 삶이 나아질 수 있습니다. 공동기획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2월에 많은 고등학교에서 졸업식이 치러졌다. 고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쥔 졸업생들은 현재 대부분 만18세이다. 이들이 이번 대선에서 투표를 할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본다면, 고등학교도 졸업했으니 선거권도 있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만약 지금과 같은 공직선거법에서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면, 선거일까지 생일이 지나지 않은 만18세 시민들은 선거권이 없게 된다. 그 숫자는 약 63만명에 달한다. 물론 그 중에 일부는 고3 연령에 해당하지만, 다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일 것이다. 

 

만18세로 선거권 연령을 낮추기로 된 것 아냐? 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만18세 선거권은 통과될 것같은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은 선거연령을 만18살로 낮추되 적용시기를 2020년 총선으로 늦추기로 합의했다. 

 

이런 합의가 나온 것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3야당은 즉각 도입에 찬성하고 있으나, 자유한국당이 극렬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른정당이 2020년 총선부터 선거권 부여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과 청소년들은 안타깝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다. 아니 우리나라 국회의 정치적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분노마저 느끼게 된다. 

 

사실 18세 선거권 문제는 논쟁이나 논란의 대상이 되기에는 너무나 상식적인 사안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세계 239개국 중 87%인 208개국에서 18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17세에게 부여한 나라도 북한과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4개국이고, 16세에게 선거권을 부여한 나라도 8개국에 달한다. 조사대상 국가의 92%가 18세 이하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기구)35개 국가 중 만18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대한민국 스스로 정치후진국을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뿐인가?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오래 전부터 18세 선거권 부여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3년 1월 세계적으로 선거권 연령을 하향하는 추세이고, 병역법, 국가공무원법 등 타 법률의 연령규정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선거권 연령을 현행보다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국가 선거를 총괄하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작년 8월 선거연령을 만18세로 하향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만18세 선거권 하향시점을 2020년 총선으로 연기하는 것은 이런 국가기관들의 의견에도 반하는 것이다. 

 

일부 정당과 정치권에서는 만18세 선거권 부여 반대이유로 ‘미성숙하다’는 것과 ‘학교 현장이 정치화된다’ 주장을 펴고 있다. 과연 이런 주장이 타당하고 합리적인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만18세는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고3연령에 있는 시민들이다. 이미 많은 현행 법률조항들이 만18세에게 병역의 의무와 공무원이 될 수 있는 자격, 결혼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성숙한 18세’에게 전쟁위협이 상시화되어 있는 분단된 나라의 국방을 지키게 하는 것이 타당한가? ‘미성숙한 18세’에게 결혼해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고 책임지게 하는 일은 타당한가? ‘미성숙한 18세’에게 국민의 안전과 복리증진을 위한 공무수행을 맡기는 것이 타당한가?. 나라를 지키고, 공무를 수행하고 결혼을 하는 모든 행위는 가능한데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을 뽑는 투표 행위는 안된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디지털화된 사회에서 누구보다 정보 접근과 이해도가 빠른 세대를 미성숙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만 18세가 미성숙하다’는 주장은 이 연령대의 시민들에 대한 모독이자 명예훼손이다. 

학교현장이 정치화된다는 주장 또한 인정하기 어렵다. 만18세 이하에게 선거권을 부여한 세계 92% 나라에서 투표 문제로 학교가 정치화되고 황폐해졌다는 근거나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청소년들의 건강한 정치의식과 민주주의 의식을 함양해 정치의 선진화와 민주화를 앞당겼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이나 유럽의 사례들을 봐도 그렇다. 오바마, 클린턴과 같은 미국 대통령이나 블레어나 캐머런 같은 영국 총리 등은 대부분 중·고등학교부터 정당에 참여하고 정치활동을 통해 성장했고, 40대의 젊은 나이에 대통령과 수상이 되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 유럽의 경우 20-30대에도 장관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고 뛰어난 정치감각과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청소년 시기부터 오랜 기간 시민정치교육과 정치·정당활동을 통해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성장한 결과이다. 

 

지금 일부 정당과 정치인들이 유독 18세 투표권 부여에 반대하는 것은 한마디로 대선과 총선 등에서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기 때문이다. 이는 당리당략만 따지는 구태의연한 낡은 정치다. 

 

만 18세 선거권은 촛불민심의 반영이고, 모든 개혁의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다. 만18세 선거권은 단순히 투표연령을 낮추는 문제인 것만이 아니라, 낡은 정치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사회를 향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부터 반드시 만18세 선거권이 실현되어야 한다. 정치권이 이를 거부한다면, 국민들의 분노어린 민심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 류홍번 기자는 한국YMCA전국연맹 정책기획실장 

 

 

* 이 글은 2017년 2월 20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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