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23-04-25   971

[중꺾정 3화] 정당과 정치인을 통제하는 힘을 시민이 가지려면, 선거제 개혁을!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들의 시각에서 오늘의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 이 칼럼은 오마이뉴스와 슬로우뉴스에 중복 게재됩니다.

정당과 정치인을 통제하는 힘을 시민이 가지려면, 선거제 개혁을!

– 우리 선거제도는 왜 거대 양당을 심판하지 못할까

박영득 충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어떤 선거에서 정당에 대한 시민들의 투표를 모아보니 A 정당은 전체 투표 중 33.84%를 득표했고 B 정당은 33.35%를 득표했다. 이 결과를 보면 선거 결과 각 정당이 가져가야 할 의석은 거의 비슷했을 것 같다. 그러나 의석을 배분하고 보니 A당은 전체 의석 중 60%를, B당은 34.33%를 얻었다. 이것이 지난 21대 총선의 결과다. 다수의 정치학자들이 비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선거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처럼 현 소선거구 단순다수제 선거제도가 민심을 의석에 반영하는 과정을 심각하게 왜곡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이 비례성이 떨어진다는 데 그친다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현행 선거제도가 우리 정치에 미치는 더 큰 악영향은 시민들이 정치를 통제하는 능력을 약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유권자는 ‘투표’로서 정당과 정치인을 통제한다

국회의원은 시민들의 직접투표를 통해 선출되는 대표자들이며 그들이 모인 국회는 시민들의 다양한 이익과 가치관 등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반적으로 국회의원이 시민들의 의사에 반응하여 직무를 수행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그 기대가 쉽게 충족될까? 시민과 국회의원은 주인과 대리인의 관계로 맺어져 있지만 대리인은 주인과는 다른, 제 나름의 이익과 가치관을 가진다. 그들도 개별적인 개인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매 순간 국회의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국회의원들이 그 지시를 이행한다면 모를까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다면 애초에 대표자를 선출하고 대표자들을 통한 통치를 해야 할 필요도 크지 않을 것이다. 즉 대의민주주의는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로 알려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선거에 내포되어 있다. 선거는 책임성(accountability), 더 직관적인 용어로는 문책가능성을 실현하는 제도이며 시민들은 선거를 이용해 나쁜 통치를 행한 정당과 정치인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시민이 선출직 공직자를 통제할 수 있는 이유는 정치인들이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가진 존재이며 그들의 자신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시민들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거대양당은 권력이 상실될 걱정을 하지 않으니, 치열하게 경쟁할 이유도 없다

이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면 정당과 정치인이 왜 그 일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왜 어떤 사람은 수많은 직업들 중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가? 자신이 가진 능력을 활용해 많은 돈을 벌고 시민, 언론, 정치적 반대파의 관심과 감시, 공격에서 벗어나 풍요롭고 평온하게 살 수도 있음에도 왜 굳이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가? 일차적으로는 선출되는 공직을 차지하고자 하는 욕망이며 궁극적으로는 공직이 가지는 권한을 활용하여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다(물론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적 비전이 있기는 한지 의심스러운 정치인들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정치적 경쟁이 실질적으로 정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생각해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정당 역시 정권을 차지하고, 권력을 활용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비전을 실현하려는 목적을 가진 조직이며 선거에서 패배하여 권력을 잃으면 그들의 목적은 결코 실현될 수 없다. 그러나 이것도 선거제도가 선거를 충분히 경쟁적으로 만들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시민들이 자신들에게 등을 돌려 다른 정치세력에 지지를 보내고, 그것이 자신들이 가질 수도 있었던 의석, 즉 권력의 상실로 직결될 때 비로소 시민들은 정당에 대한 통제력을 갖게 된다.

현행 선거제도는 거대양당의 집권 순서만 바꿀 뿐이다

그러나 우리 선거제도는 경쟁적이지 않다. 한 가지 예측을 해보자면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한국정치의 중요한 두 축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20년, 3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현재의 정치적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앞으로 어느 당의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든, 어느 당이 집권기간 동안 아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시민들의 삶에 고단함만 키웠든, 당에 부패 스캔들이 터져 의원들 수십명이 유죄 판결을 받아 감옥에 가든, 두 정당이 사이좋게 정권을 서로 주고받을 뿐 두 정당은 여전히 주요 양당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당선가능성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양당의 후보들 뿐일 것이고 이쪽이 아니면 저쪽, 저쪽이 아니면 이쪽이 당선되는 구조라면 양당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안전하다.
생각해보자. 한국의 보수정당은 2017년 대통령 탄핵사태를 겪었고 직후에는 비전과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보수의 가치부터 재정립하려는 도전세력이 나타났지만 그 도전세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지금 남아 있는 것은 그때 그 사람들 뿐이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부 이후 한나라당에 정권을 내준 이후 비전과 대안을 바로 세우기는 커녕 지리멸렬한 당내 패권 다툼만을 계속하면서 수차례의 선거에서 계속 패배했음에도 버티는데는 문제가 없었고 결국 정권을 다시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한국정치의 주요 핵심적인 축을 이루는 두 정당이 여러 위기를 이겨내고 다시 집권에 성공한 것이 두 정당이 자신들의 실책과 잘못을 바로잡고,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한 결과였던가. 어디까지나 상대방이 자신의 문제로 스스로 무너진 상황을 덕을 본 것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거대양당의 반성과 성찰을 가능케하려면 우리 함께 선거제도 개혁을!

한국의 주요 양당은 어떤 문제를 일으켜도 잠시 흔들릴 뿐 그 자리를 다른 대안세력에게 절대로 빼앗기지 않는다. ‘이 또한 지나가리’하며 버티면 그만이고, ‘언젠가는 상대편이 알아서 기회를 내주겠거니’하면서 기다리면 그만이다. 양당이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은 현행 선거제도가 이들이 자신의 지위를 매우 안전하게 보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때문이다. 비례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거대 양당에 대한 문책가능성을 현저히 낮추는 현행 소선거구 단순다수제가 시행되는 이상 시민들은 개별 정치인들은 표로 심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정치적 경쟁의 핵심인 정당, 특히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주요 양당은 절대로 심판할 수 없다. 그러니 시민들이 정치를 통제할 수 있을 리가 없고 한국정치가 한심한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다. 큰 잘못을 하더라도 잠시 당이 어려워지긴 하겠지만 아예 망하지는 않는다는걸 수십년 간의 경험을 통해 두 정당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5년 주기로 번갈아 가며 전 정권 탓을 하고, 상대 정파를 악마화하고, 시급한 문제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어도 싸워서 이겨봐야 아무 쓸모도 없는 문제를 두고 유치하게 다투는 것을 정치랍시고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지쳐버린 시민이라면 선거제도 개혁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대안으로 말하는 사람도 많지만 꼭 그것만이 정답일 수는 없다. 그래서 필자는 시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선거제도를 지지해달라는 호소는 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우리 사회가 선거제도를 시민들이 정당과 정치인을 통제하는 힘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정도의 합의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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