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23-05-02   843

[중꺾정 4화] 기후위기 · 저출생 상임위를 만들 수 있다면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들의 시각에서 오늘의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 이 칼럼은 오마이뉴스와 슬로우뉴스에 중복 게재됩니다.

기후위기 · 저출생 상임위를 만들 수 있다면

– 정치개혁 성공하려면, 우리 삶에 와닿는 이야기 나와야

김태일(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팀장)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국민의 뜻을 묻는 공론조사가 진행중입니다. 그런데, 정작 답해야할 국민들의 관심도는 조금 뜨뜻미지근한 것 같습니다. 지난 2월 14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 조사한 정치개혁 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대한 인지도는 약 절반이 안되는(인지 47.7%, 미인지 52.3%) 수준이라고 합니다. 구글트렌드로 찾아본 ‘선거제 개혁’에 대한 지난 3개월의 관심도 역시 윤석열 정부가 내걸고 있는 “노동개혁”이나 “연금개혁” 등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게 사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언론사 정치면에는 선거제 개혁에 대한 비관적 전망도 종종 보이기 시작합니다. 흥행이 생각보다 애매한 이유는 아마도 아직 선거가 1년 가까이 남았고, 선거제도나 의석 지형이 바뀐다고 우리 삶이 얼마나 바뀔지 와닿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선거제 개혁이 ‘흥행’하려면 국회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와야 할지 말이죠. 

상식적인 물음 : 선거제가 바뀌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지나요

정개특위가 전원위원회를 개최하기 전, 국회의장 산하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는 의원정수 50명을 증원하는 개혁안을 정개특위에 제출했습니다. 오랫동안 금기시되었 의원정수 문제가 모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계기가 되었지만, 국민의힘 반대로 전원위 테이블에 올라가지 못한채 폐기되고 말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국민적 거부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저 여론만 들이미는 것은 적정 의원 수가 몇명인지에 대한 논리적 답변이 되지는 못합니다. 반정치적 국회혐오로 이득을 보려는게 아니라면, 의원 수의 적정 규모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국민들을 설득할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여러가지 통계와 데이터는 우리나라 의원수가 상대적으로도 절대적으로도 턱없이 적다는 것을 이견의 여지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국민적 설득은 되지 않고 있을까요? 

스스로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대통령의 말마따나 국가를 하나의 기업으로, 국회를 부서로, 국민을 사장으로 비유해봅시다. 어느 부서에서 인력과 예산을 늘려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사장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부서장에게 반문할 것입니다. 왜, 얼마나 부족하고 필요한지, 늘려주면 무슨 일을 할건지 말입니다. 그냥 인력이 부족하다는 소리는 모든 부서가 입버릇처럼 합니다. 추가 인력을 따내려면, 늘어난 인력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이며 어떤 성과를 내겠다고 어필해야 합니다. 국민들은 국회라는 부서가 그저 조직 개편하거나 확대하는 걸 넘어, 그 이후 어떤 일을 더 하고 성과를 내겠다는 것인지 구체적 제안을 들은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의원 증원에 대한 국민적 반응이 미지근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국회의장 제안대로 의원정수가 50명 정도 늘어난다고 하면, 단순히 본회의장 의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국회 운영 전반이 재설계되어야 합니다. 상임위만 봐도 그렇습니다. 지금 국회에는 17개의 상임위가 있습니다. 늘어난 50명을 그냥 기존 상임위에다 2~3명씩 추가로 배치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의 변화로는 국민들의 구미가 당기지 않습니다. 

분산 배치가 아니라, 아예 새로운 상임위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시대가 빠르게 변화해가면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 구성은 빠르게 바뀌기 어렵고, 과거엔 없었던 새로운 사회적 문제들을 기존의 상임위 구조에서 논의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니 전혀 새로운 상임위를 만들어 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기후위기 문제만 전담하는 상임위를 만들면 어떨까요? 최소한 4년간, 입법권을 가지고 기후위기 문제만 전문적으로 고민하고 연구하는 15~16명의 국회의원들과 수십명의 전문적인 보좌진들이 생긴다면 말입니다. 현재 환경문제를 담당하는 환경노동위원회가 있지만, 기후위기는 산업과 경제구조, 과학기술, 에너지 수급 체계 등 국가 전반에 걸친 문제여서 환노위에서만 모든 쟁점을 논의하기는 어렵습니다. 혹은 저출생과 인구 고령화 문제를 전담하는 상임위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정보인권과 인공지능 기술 산업을 전담하는 상임위나, 다문화정책에 필요한 입법과제를 전담하는 상임위를 만들 수도 있겠죠. ‘의원 정수를 늘려 ㅇㅇㅇ상임위를 만들겠다’는 제안이 나올때, 정수 논의가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중대선거구나 비례의석을 확대해 다당제로 나아가자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당제라는 상상이 국민들의 머릿속에 구체화되려면 단순히 국회에 여러 정당들을 진입하게 해주겠다는 것을 넘어서는 이야기들이 있어야 합니다. 각 정당들, 특히 기존의 거대 양당들이 다당제 국회를 어떻게 운영해나가겠다는 다짐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거대양당이 서로 간에는 물론, 원내 제 3당 혹은 4당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해 나가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나와야 합니다. 20석을 넘어야 하는 교섭단체 문턱을 완화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거대 양당이 막강한 의석수를 바탕으로 캐스팅보트를 용납 않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오히려 캐스팅보터의 등장을 과감히 유도하고 이들과의 관계를 지렛대 삼아 원내 협상과 합의를 주도해나가겠다고 약속해야 합니다. 이런 약속과 다짐이 없는 한 다당제는 정말로 두루뭉실한 ‘상상’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20보 너머를 볼 수 있어야, 10보를 나아갈 수 있다

선거제도 개혁안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습니다. 민심을 정확하게 반영하여 다당제를 만들고, 지역구도를 타파하고, 국회 협치의 기반을 만들자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백번 타당하고 의미있는 주장들입니다. 하지만 진짜 제대로된 정치개혁의 흥행을 위해서는 그 이상의 이야기가 나와야 합니다. 그저 선출방식의 변화를 넘어 국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달라진 국회는 무엇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에 대한 제안이 나와야 합니다. 

국민의힘,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은 집권해본 경험이 있는 거대 수권 정당입니다. 두 정당은 선거제 개혁 이후 국회를 어떻게 운영할 계획입니까? 국민들에게 어떤 체감되는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습니까? 급변하는 세계적 · 사회적 정세 속에, 국회가 어떤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습니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나오고 토론이 시작될 때, 비로소 선거제 개혁의 진정한 흥행이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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