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23-05-23   1282

[중꺾정 7화] 선거구 획정, 해(解)를 구하기 힘든 문제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들의 시각에서 오늘의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 이 칼럼은 오마이뉴스와 슬로우뉴스에 중복 게재됩니다.

선거구 획정, 해(解)를 구하기 힘든 문제

이재묵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공직선거법』 제24조와 제25조 등에 따르면, 선거구획정위는 선거일 13개월 전인 지난 3월 10일까지 선거구획정안과 보고서를 국회에 보고했어야 하지만, 이번 22대 총선 획정위도 이러한 법정 제출 기한을 지키는 데 실패하였다. 물론 이번 획정위만 제출 기한을 지키지 못한 것은 아니다. 역대 선거구획정위는 제출 기한을 1년 가까이 넘겨 선거일 전 47일(18대 선거), 44일(19대 선거), 42일(20대 선거), 36일(21대 선거) 등 우리 선거구 획정은 최근 몇 차례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반복적으로 지체되기가 일쑤였으며 이러한 관행은 몇 해가 지나도 크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매번 늦는 선거구 획정, 누구의 탓일까?

그러나 이러한 선거구획정안 제출 기한을 엄수하는 데 실패한 근본 이유는 선거구 획정위 내부 문제보다는 주로 외부 요인에 기인한다. 선거구 획정은 크게 두 단계(작업)로 구분된다. 첫 작업은 전국의 인구조사 후 정치적 지역 단위별 인구수 변동에 따라 할당 의석수를 재분배(reapportionment)하는 일이며, 두 번째는 개별 정치적 지역단위별로 새롭게 할당된 의석수를 바탕으로 선거구의 경계선을 재획정(re-districting)하는 작업인데, 작업의 1단계인 시도별 의석 할당 재분배 작업의 반복적 지체로 인해 2단계 작업(선거 구획 재획정)의 결과적 지연이 반복적으로 초래되는 것이다. 즉, 지역선거구 시·도별 정수 등의 구체적 획정 기준 마련은 선거구 획정의 전제조건이지만 이러한 획정 기준이 국회에서 반복적으로 지연되어 선거구 획정이 법정시한을 넘기는 것이 반복되어 온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선거구 획정의 반복적 지연으로 인한 불필요한 공직선거법 위반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획정위 활동의 사전 전제 조건인 1) 의원정수 및 비례의석 비중 결정 2) 연동형/병립형 또는 전국 단위/권역 단위 비례의 선거제도 확정 3) 소선거구 또는 중대선거구 등의 선거구 크기 확정 등이 하루빨리 국회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선거구의 시·도별 정수 등의 구체적 획정 기준을 「공직선거법」에 추가로 명시하여 규정하도록 관련법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원칙적인 선거구 획정 기준만 규정되어 있을 뿐 시·도별 정수 등의 구체적 획정 기준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매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반복적으로 획정이 지체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필요하다면, 선거 때마다 지역구 의석수 또는 비례-지역구 의석 비중의 결정 지연으로 선거구 획정이 지체되는 만큼 비례대표 의석 비중을 아예 명문화하여 획정위의 지역구 의석 배분이 국회 결정과 상관없이 자체 타임라인에 따라 전개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지역구 253석으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선거구 획정은 사실상 불가능

사실 300석으로 정해진 의석 규모의 제약 속에서 선거구 획정 시 고려되는 제반 원칙들을 포괄적으로 고려하여 균형감 있는 획정 결과를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선거구 획정의 기본 원리로는 인구 대표성(평등선거의 원칙), 기존 행정구역을 존중하되, 역사적/문화적/사회적 배경에 따라 경계 지어진 지역 내 공동체 이해관계의 동질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지역 대표성의 원칙, 그리고 선거구 경계 및 형상의 조밀성과 연속성을 존중하는 구획 등 작업 시 동시에 고려해야 할 복수의 사항이 존재한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1995년에 인구편차 허용한도를 4:1로 제시한 바 있으며, 2001년에는 3:1로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고, 결국 2014년 10월 판결에서는 국회의원 지역선거구별 상하 인구편차를 최대 2:1로 조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헌법에 명시된 평등선거의 원칙에 입각하여 지역선거구별 인구 편차가 초래하는 표의 등가성 훼손의 한계에 대한 헌법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등한 인구 대표성 보장의 이면에는 인구 밀집 지역과 인구 감소 지역 간 지역 불균형의 문제, 보다 구체적으로는 인구가 증가하는 도시 지역과 고령화와 인구 유출의 위기 문제를 겪고 있는 농촌지역 간의 불균형 문제, 그리고 인구 과밀의 수도권과 지방 소멸을 외치는 지역 간 격차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경우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결과로 도농 간 극심한 인구 편차와 개발불균형의 문제가 존재한다. 따라서 선거구 획정 시 산술적 인구비례만을 기준으로 설정한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인구가 적은 농촌지역과 저개발지역을 더욱 소외시키고 그 지역대표성을 지속적으로 박탈하는 결과를 유발하게 되어 사회적으로 정치적 불안성과 갈등을 초래할 우려가 존재한다.

선거구 획정에 산술적 주거 인구 기준과 표의 등가성 원리만을 고집한다면, 지방 농촌 지역의 5-6개 지방자치단체가 한 선거구로 묶여 기형적 지역대표성으로 인한 소위 ‘공룡선거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제20대 총선의 홍천군·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 및 태백시·횡성군·영월군·평창군·정선군 선거구의 경우 무려 5개 시군을 묶어 1개로 획정되었는데, 그 면적이 49개 선거구를 가진 서울의 10배에 육박하는 정도로 이러한 거대 선거구는 지역대표자와 유권자 시민 간 소통과 대의의 단절로 이어져 선거구 획정 본연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평등한 대표성의 가치를 오히려 훼손하였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한 20대 총선 당시에는 4개 시군을 묶은 9개 거대 선거구도 존재하였는데, 이러한 거대 선거구들은 대부분의 경우 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저개발과 지속적 인구 유출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비수도권 지역 선거구이다.

우리 헌법에는 평등선거의 원칙 외에도,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전문)”, “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119조 2항)”, “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122조)”,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123조)” 등 국토의 균형 발전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원칙들이 존재하는 만큼, 선거 과정에서 투표 가치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 외에도 국민들의 실질적 권리를 되도록 균등하게 보장하는 방안에 대한 고려도 필요할 것이다.

결국, 지역대표성을 보장하는 선거구 획정 위해서는 국회의원 정수가 늘어야

그러나 근본적 문제는 표의 등가성과 행정구역 및 역사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지역 대표성, 나아가 국토의 균형 발전 등을 고려하는 균형 대표의 원리 등을 모두 동시에 고려하기에는 선거구 획정 작업의 해(解)를 구하기 어렵다는 한계이다. 즉, 의원정수 300석을 고정한 채로는 위의 모든 제약 조건들을 만족시키는 선거구 획정안을 고안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인구가 집중하고 과밀하는 수도권 및 도시 생활권 유권자들에게 표의 등가성을 만족시켜주며 동시에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 및 농촌 지역 거주민들에게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 대표성을 보장하는 방안은 현재로서는 결코 찾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지난 21대 선거구 획정에서는 의석 수 부족분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에 대한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읍·면·동을 분할해 선거구를 과도하게 나누는 기형적 선거구 획정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이다.

얼마 전 KBS를 통해 전국에 생방송된 선거제도 공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숙의 전 조사에서 적정 국회의원 숫자와 관련하여 다수 사람들(65%)이 더 줄여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숙의 후에는 “더 줄여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비중이 65%에서 37%로 감소한 반면, 더 늘려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비중이 13%(숙의 전)에 33%(숙의 후)로 변화된 결과가 나왔다. 선거제도 및 선거구 획정의 난해한 방정식을 고민해 보면 이 모든 복잡한 구조와 제약을 풀 방안은 국회의원 수 확대뿐이다. 물론, 우리가 의원정수 증가를 고려해 봐야하는 많은 다른 이유들이 존재하겠지만, 균형감있는 선거구 획정의 합리적 결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다시금 의원정수 문제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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