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기간 찔끔 단축, 대체규제 신설 등 헌재 결정취지 훼손
일부 조항은 개선, 어정쩡한 대안으로 타협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는 어제(7/13,목), 선거운동 규제와 관련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하 대안)을 의결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시기 · 수단 · 주체에 따라 광범위하게 규제함으로써 선거시기 유권자의 후보자 및 정당에 대한 정치적 의사 표현을 억압해와 전면 개정이 필요하고, 헌재에서도 여러 조항의 위헌성을 확인한 바 있다.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대 · 보장하라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헌법불합치 결정 요지에도 불구하고 정개특위의 대안은 규제 기간을 소폭 단축하거나 또 다른 규제 조항을 도입해 그 취지에 부합하지 못했다. 개정안은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제안되었음에도 정개특위 논의를 거칠수록 오히려 앙상해졌다. 선거시기 후보자가 아닌 일반 유권자들에게 주어진 선거법 규제 조항을 무엇 하나 속시원히 정리하지 않고 어정쩡하게 타협하여, 유권자 표현의 자유 확대를 외면한 정개특위를 규탄한다.
이번 정개특위의 대안이 가진 여러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선거운동의 정의(제58조 제1항)의 개정이 제외되었다. 선거운동을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라고 규정하고 그 예외를 협소하게 두어 선관위와 검경, 법원이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해 처벌범위를 넓혀온 핵심 조항이다. 선거운동의 명확한 정의는 선거운동과 관련된 규제, 금지, 처벌 대상의 범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정개특위는 선거운동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고,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 나온 조항에 한해서만 소극 개정해 현행 선거법이 가진 총체적 결함과 오류를 방치하고 말았다.
둘째, 선거일 전 ‘180일’ 동안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인쇄물 등을 광범위하게 규제하는 공직선거법 제90조(시설물설치 등의 금지), 제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ㆍ도화의 배부ㆍ게시 등 금지) 제1항은 폐지가 아닌 ‘120일’로 기간을 소폭 단축하는데 그쳤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 결정 요지에서 “문서·도화게시 등 금지조항은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일반 유권자에 대하여는 광고, 문서·도화를 이용하여 정치적 표현을 할 기회를 사실상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분명하게 밝혀두고 있다. 그저 기간을 기존에서 60일 단축했다고 해서 위헌성이 사라질 리 없다. 제90조와 제93조의 문제는 기간 뿐 아니라 수단을 규제한다는 것에 있기 때문에 폐지되어야만 한다.
셋째로, 각종집회 등을 제한하는 제103조 제1항을 신설해 ‘누구든지’ 선거기간 중 ‘선거운동을 위하여’ 법에 규정된 것을 제외하고 어떤 종류의 집회나 모임도 개최할 수 없다는 포괄적 규제조항을 신설했다. 또한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제103조 제3항의 ‘그밖의 집회나 모임’ 부분이 단순위헌 결정을 받았음에도, 명확한 근거도 없이 참가 인원 30명의 상한선만 추가한채 그대로 부활시켜 법의 위헌성도 충분히 해소하지 않았다. 이 조항은 일반 유권자가 모임 등을 통해 특정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정치적 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전면적 ·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헌재도 위헌적이라고 판시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정개특위는 새로운 규제 조항을 신설하고, 집회 인원 상한을 두어 온존하는 방식으로 헌재 결정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신설 조항은 삭제해야 하고, 제103조 제3항의 ‘그 밖의 집회나 모임’도 삭제해야 한다.
넷째로,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간 정책 · 공약에 관한 비교 평가 수단을 제한하는 제108조의3이 개정에서 제외되었다. 후보자 간 정책 · 공약의 비교 평가는 유권자가 더 나은 후보자를 선출하기 위한 필수적인 정보가 될 뿐 아니라, 유권자들에 대한 후보자들의 책임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정개특위는 후보나 정책의 직관적인 비교 서열화를 금지하고 있는 제108조의3을 삭제해 유권자가 후보자를 정확하게 평가 및 비판할 수단을 보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확성장치 사용을 제한하는 제91조 제1항 개정 또한 대안에서 제외되었다. 확성장치도 정당과 후보자는 규격 제한 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유권자는 사용조차 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은 형평성의 측면에서 어긋날 수밖에 없다. 유권자 또한 합리적 규제 틀 안에서 확성장치를 이용해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
그나마 선거기간 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규격 범위 내에서 본인 부담으로 소품 등 표시물을 제작 또는 구입하여 붙이거나 지니는 방법의 선거운동이 허용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는 2주 또는 3주의 선거기간에만 적용되는 규정으로, 포괄적 규제수단인 제90조 제1항과 제93조 제1항이 남아있는 이상 선거일 전 120일부터 선거일 2,3주 사이의 침해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또한 규격을 위반할 경우 선거권 박탈에 이르게 하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도 다른 처벌 조항과의 균형상 과도하므로(제255조 제1항 제5호), 과태료 부과 수준으로 처벌을 완화해야 한다.
결국 정개특위의 대안 중에서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어 적절히 개정한 내용은 위헌 결정으로 이미 실효된 인터넷 실명제 폐지 뿐이다(제82조의6).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 즉각 실효되지만,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 그 개정의 책무는 국회가 오롯이 지게 된다. 그리고 헌법불합치 결정이라는 것은 현행 조항이 가지고 있는 위헌성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지만 곧바로 실효시켰을 경우의 혼란을 우려한 변형결정이다. 그러므로 국회는 침해된 권리의 회복과 보장을 위해 위헌성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개정에 임해야 한다.
정개특위가 의결한 대안은 선거의 장에서 유권자의 평가와 비판할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기보다는, 어떻게든 현행 선거법 체제를 유지하고 큰 변화를 거부한 것이다. 이같은 대안이 통과되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한 억울한 선거사범은 여전히 생겨날 것이다. 또한 여러 조항들의 위헌성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아, 다시 헌재에서 위헌과 헌법불합치 결정이 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불필요한 민주주의의 비용을 치르지 않기 위해서는 선거법의 전면 개정 만이 해답이다. 정개특위 소속 위원들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요지를 제대로 살펴 공직선거법 전면 개정 논의에 다시 임하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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