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23-12-11   428

[중꺾정 14화] ‘서울의 봄’과 선거제 개편, 정치인 ‘이태신’을 기대하며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들의 시각에서 오늘의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 이 칼럼은 오마이뉴스와 슬로우뉴스에 중복 게재됩니다.

2024 총선, 병립형 퇴행보다 위성정당 방지와 대표성 강화 선거제도 개편에 힘을 실어야

유성진(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영화 ‘서울의봄’을 보았다. 1979년 겨울 벌어진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감독의 허구적 상상력이 더해진 영화는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며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무색하게 그야말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권력에 대한 욕망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두광’과 어려움 속에서도 정도(正道)를 지키며 스스로의 본분에 충실하려는 ‘이태신’의 대립이 영화 내내 숨가쁘게 전개된다. 물론 역사적 사실대로 대립의 끝은 ‘전두광’의 승리와 ‘이태신’의 안타까운 패배로 마무리된다.

영화를 보면서 현재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현실과 지난 일년 간 지지부진하게 이어져온 선거제 개편 논의과정이 겹쳐졌다. 현재 우리의 권력을 나누어 갖고 있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그 권력의 무게를 제대로 감당하고 있는 것일까? 초록이 동색이듯이 두 정당은 앞다투어 ‘혁신위’를 구성하고 변화를 부르짓지만 실제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며, 명확한 입장과 정책을 가지고 산적한 사회적 현안에 대처하고 어려움에 처한 국민의 삶을 돌보기보다는 서로를 핑계대며 책임을 미루는 모습은 이미 익숙하다. 대화나 타협을 통해 정당 내부적으로 그리고 정당 서로 간에 갈등을 조정하고 관리 · 해결하는 것이 정치임에도, 정파적 양극화와 팬덤을 부추기며 그 뒤에 숨은 리더쉽의 정치적 계산에 공당으로서의 본분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대표성이 크게 왜곡된 선거제도 속에서 취약한 선거경쟁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선거구제와 낮은 비례대표의 비율로 특징화할 수 있는 현행 우리의 선거제도는 잘 알려져 있듯이 거대정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환경을 만들어 낸다. 그다지 높지 않은 정당지지율에도 두 정당이 국회의 의석수를 거의 ‘독점’할 수 있는 선거환경에서 기득권을 가진 두 정당은 유권자를 중심에 둔 차별화된 정책과 공약을 통해 경쟁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실책에 기대 손쉬운 선거승리에만 골몰하게 된다. 그 속에서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 줄 다양한 선택지를 상실하고 양자 간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현실에 몰려 있다.

시민사회와 일부 정치권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지난 일년 간의 선거제 개편 논의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려는 노력이었다. 대표성의 왜곡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들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시작되었고 미흡하나마 공론화 과정을 통해 유권자들이 원하는 선거제도의 개편방향이 제시되었다. 유권자의 지지를 의석수에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고 이를 통해 대표성의 왜곡을 바로잡으라는 메시지가 분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국민의힘의 비협조와 더불어민주당의 무책임 속에 지지부진해졌고 급기야는 ‘멋진 패배’의 무용론과 전가의 보도와 같은 ‘독선 정치의 방지’를 위한 현실론으로 기울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의 움직임은 4년 전 최소한의 성과였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조차 ‘병립형’으로 회귀하려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안타깝게도 두 정당을 중심으로 한 대의민주주의의 오작동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논의를 어떻게 좌초시키는지 다시 한번 목도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두 정당이 보이고 있는 현재 상황은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선거에서의 승리 이후 집권여당의 지위를 차지했지만 내부적인 이전투구와 리더십의 부재 속에 자기의 목소리를 잃어버린지 오래다. 더군다나 가시적인 성과 없이 최근 좌초된 혁신위의 모습에서 보듯 변화의 동력 역시 상실한 상황에서 선거제 개편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은 전무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 과반수를 점하고 있는 제1당이지만 이미 여러 차례 스스로의 약속을 저버렸으며 현실적인 이유를 핑계로 변화에 소극적인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현행 선거제도에서 이전 병립제로의 회귀는 두 거대정당이 기득권을 유지하기에 유리한 선거환경을 제공하기에 유혹적인 선택이다. 문제는 그러한 선택이 정파적 양극화 속에서 갈 곳을 잃어버린 유권자들을 더욱 양산하게 되리라는 점이다. 더욱이 두 정당이 내부의 다양성을 크게 잃어버린 현재의 상황에서는 이전 선거제도로의 회귀는 승자가 누가 되든 유권자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정치를 기대하기 힘들다. 정치적 대표성이 약화되어 사회의 다원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 그리고 정당이 내부의 다양성을 잃어버린 상황에서는 양당제가 사회의 문제해결과 조정에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4개월여 남겨둔 현재 정치권은 본격적인 선거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아직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는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러한 퇴행을 반대하는 내부의 목소리가 아직 남아있다는 점이다. 이에 더해 2020년 21대 총선에서 우리의 유권자들은 두 거대정당이 위성정당을 통해 변화한 선거제도를 어떻게 무력화시키는지 지켜보았다. 이러한 경험은 내년도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 역시 한층 더 복잡해질 것이며 두 정당의 기대를 담은 셈법이 그리 단순하게 맞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권력욕을 앞세운 현실적인 이유보다는 정도를 지키며 본분에 충실하는 정치인 ‘이태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희망일까? 병립형으로의 퇴행보다는 위성정당 방지와 한층 더 대표성이 강화된 선거제도 개편을 앞세워 선거에 정정당당히 나서 유권자들의 판단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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