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24-04-15   1153

[중꺾정22화] 22대 총선, 유권자들의 기대는 충족될까?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들의 시각에서 오늘의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 이 칼럼은 오마이뉴스와 슬로우뉴스에 중복 게재됩니다.

22대 총선, 유권자들의 기대는 충족될까?

유성진 (이화여자대학교 스크랜튼학부 교수)

제22대 총선 결과는 여권의 참패, 야권의 압승으로 요약된다. 전체 300석의 의석 중 여당은 단지 108석만을 차지하였고, 야권은 민주당이 175석, 조국혁신당이 12석을 얻어 국회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유지하게 되었다. 정권안정론과 심판론이 맞붙은 이번 선거의 결과는 유권자들이 현 상황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을 야당에 의해 주도되었던 국회보다는 대통령과 여당에게서 찾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총선 결과에 대해 정치권은 민심의 무서움이 표출된 선거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변화를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유권자들은 선거에서 투영한 민심의 표출에 합당한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까? 적어도 필자가 보기엔 그럴 것 같지 않다. 아마도 여야의 정쟁 속에 유권자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는 그동안 반복적으로 경험하였던 선거 이후의 경험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왜 그럴까?

방치된 유권자에게 선택을 강요하다

무엇보다도 현재 우리의 선거제도와 환경은 유권자들의 선호가 온전히 투영되는 상황을 배태하고 있지 못하다. 유권자 선호와 국회에서 차지하는 정당의 의석수 간 연계를 높이려는, 즉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도입되었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번에도 거대정당의 위성정당과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비례대표용 정당들의 등장으로 다시금 무력화되었다. 소선거구제로 치러지는 지역구대표가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스스로의 선호를 온전히 표출하기보다는 전략적인 선택을 강요받았고, 비례대표를 결정하는 정당투표에 있어서도 국회에서 민의를 대표할 후보들에 대해 면밀히 검증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깜깜이 선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정당의 후보 선출 과정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논란이 반복되었으며, 지역구 일꾼을 선출하는 선거임에도 지역 현안과 이슈에 관한 생산적인 논쟁은 사장되었다. 선거기간 동안 들리는 이야기는 정당 대표의 상호비방과 누군가의 막말뿐이며, 대한민국을 그리고 국민의 삶을 자신들이 어떻게 바꾸겠다는지에 관해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당이 공천한 후보들의 명단은 있지만 선거가 임박해서야 결정된 것이기에 과연 이들이 우리 정치에 어떠한 공헌을 할 수 있을지 살펴볼 시간이 없어 확신하기 어렵다. 여야 모두 공약을 쏟아내지만 그게 현실적인지, 우리 삶의 문제와 얼마나 직결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이 속에서 유권자는 진지한 성찰을 통한 의사결정보다는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이 높은 선호와 선택이 기대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는 결코 쉽지 않다.

4년 마다 달라지는 선거환경에 방황하는 유권자

이에 더해 선거 주기에 따른 가변적인 선거환경이라는 구조적인 요인은 유권자 선호가 손쉽게 반영되는 것을 방해한다. 우리의 선거환경은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의 주기가 일관되지 않는 까닭에, 한편으로는 유권자 선택 기준의 불안정성을 초래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당과 후보들이 전략적으로 캠페인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총선 시기가 대통령의 임기 초반에 치러지느냐, 중반 혹은 후반에 치러지느냐에 따라 여야의 유불리가 달라지며 유권자들이 선택에서 고려하는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매 선거 새로운 정치환경에 부딪히는 유권자들은 후보와 정당 결정이라는 선호의 표출에 있어서 반복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선거 주기의 비일관성이 초래하는 가장 큰 문제는 정책 결정과 실행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져 업적에 대한 보상과 처벌이라는 대의민주주의에서 선거가 갖는 기본 기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유권자들은 선거 때마다 ‘무엇’을 평가하고 ‘누구’에게 표를 던질지 늘 고민하는 상황에 부딪힌다. 선거 주기의 비일관성은 정당과 후보에게 정책과 공약에 기반하기보다는 선거 시기에 따른 가변적인 선거 캠페인의 유인을 제공한다. 정권 초기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권안정론, 중기에는 정권심판론, 그리고 정권 후기에는 잠재적인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한 선거 캠페인이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정책과 공약 중심의 선거 캠페인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인 요인이 된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선거가 갖는 효용은 중요한 사회현안에 대한 확인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행된 정책의 평가를 통해 정치권력의 지속 혹은 교체를 주기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우리의 선거환경은 대통령선거와 총선 간 선거주기의 비일관성으로 인해 정책 실패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선거 때마다 제시되는 정책과 후보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인 까닭에 유권자들이 선호를 결정하기 어려운 혼란을 초래한다. 

안정적인 선거를 위해 22대 국회에 제안하는 과제들

이러한 혼란을 줄일 수 있는 해법은 정책 결정과 실행에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이를 토대로 유권자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선거환경을 만드는 것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 임기 중반에 총선이 치러질 수 있도록 대통령선거와 총선의 주기를 교차시킴으로써 유권자들이 정책의 책임소재를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는 선거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현행 대통령의 임기를 1년 줄이면 총선이 대통령의 임기 중반에 치러질 수 있으며, 이는 유권자가 정책 결정과 실행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단순한 선거환경을 만든다. 대통령 임기 축소의 개헌이 필요한 까닭이다. 

더불어 유권자가 선거에 앞서 정당과 후보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현재의 제도에서는 위성정당과 비례대표용 정당들이 선거에 임박해서 등장하여 유권자 선택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한다. 선거에 나설 정당은 적어도 선거 3개월 전에 선관위에 등록하고 비례대표 명부 제출을 의무화한다면 이러한 혼란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와 함께 유권자 알 권리를 제약하고 있는 현행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전향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선거에 임하는 정당과 후보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공개하고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면 지금처럼 ‘깜깜이 선거’가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유권자들이 더 이상 정치적 선택에 혼란을 겪지 않도록 선거 이후 출범할 22대 국회가 일차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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