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대통령이 되어도 현대중공업의 소유, 지배권을 유지한다?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 소유지분 ‘금융기관 신탁’ 방침은 눈가리고 아옹격

17일 정몽준 의원이 대통령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대통령 후보출마는 국민의 당연한 기본권이지만 그의 출마 여부는 현 여야 정치구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으로 인해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러나 정 의원의 대선 출마에 대해 여러 가지 우려가 제기되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정 의원이 재벌그룹을 이끌어온 기업인으로 정경 분리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고, 특정 기업의 지배주주로서 경제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점, 그리고 ’92년 당시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 대통령 출마 시 현대그룹의 각 계열사와 임직원을 선거에 동원하여 불법선거운동을 한 것에 비춰보아 이와 유사한 일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는 점, 그리고 대한축구협회 등 그가 기관장으로 재직중인 각종 공적 기관이 정 후보의 선거운동에 불법적으로 동원될 위험성이 있다는 점 등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그의 예고된 출마선언 과정에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모종의 입장발표가 있을 것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정몽준 의원의 발표내용의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는커녕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기자회견을 통해 정 의원은 “중요한 공직에 취임하고자 하는 사람이 특정기업의 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해왔다”라고 역설하였다 그런데 정작 정몽준 후보는 그가 소유한 현대중공업 주식 처리와 관련해서 ‘출마 및 공직 임기 동안’ 금융기관에 신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금융기관 신탁을 한다고 해서 그의 현대중공업 지분에 대한 소유권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는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계속해서 재벌 오너라는 신분을 유지하고, 퇴임후에는 다시 경영에 복귀하겠다는 것으로 현대중공업에 대한 소유·지배권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태도는 그가 스스로 밝힌 “적절치 못한 상황”에 다름아니다. 재벌기업에서 오너가 지배지분에 대한 소유권을 유지하는 한 그 기업이 오너의 지배권하에 있는 것은 상식이다. ‘투명성이 보장된 신뢰할만한 금융기관 신탁’운운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말장난일 뿐이다. 특히 ‘공직 임기 동안’ 이란 표현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금융기관 신탁이라는 형식으로 현대중공업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계속 소유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은 현대중공업과의 관계를 정리할 의사가 전혀 없고, 대통령의 지위와 재벌총수의 지위를 병행하겠다는 의사에 다름 아니다. 정 의원의 대선출마와 관련해서 국민들이 현대중공업 지분의 처리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92년 대선때와 같이 선거운동에 관련 기업이 불법적으로 동원될 우려와 함께 대통령의 직위와 재벌총수의 지위가 병행될 경우 경제정책이 재벌편향으로 왜곡되고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우리는 정몽준 의원이 이러한 ‘이해충돌의 상황’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을 납득하기 힘들다.

정 의원은 여러 차례에 걸쳐 미국의 ‘블라인드 트러스트 제도’에 관심이 있다고 밝혀 왔다. 그런데 일정기간 금융기관에 신탁만 할 뿐 계속해서 특정 재벌기업의 이해관계자로 남아있겠다는 것은 이해상충 회피제도인 미국의 ‘블라인드 트러스트 제도’의 정신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정몽준 의원이 한 나라를 책임지는 대통령직에 나서고자 한다면 특정기업과의 이해관계 자체를 깨끗이 정리해야 마땅하다. 주식 보유가 시장의 공정한 직무수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뉴욕시 이해상충위원회의 견해를 받아들여 보유하고 있던 수천만 달러 상당의 주식과 헤지펀드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결단을 정 의원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정 의원은 현실적인 이유로 대통령 선거전에 지분을 매각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만약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2003년 2월 대통령 취임전에 소유지분을 전량 매각하겠다’는 약속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신탁 금융기관에 처분권까지 완전히 위임하여야 마땅하다. 이에 대한 정몽준 의원측의 명확한 입장표명을 촉구한다.

국민은 과거 정주영 회장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면서 현대그룹과 각 계열사들의 임직원과 자금을 동원하여 불법 선거운동을 벌였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이 수출대금 5백 여억원이라는 거액의 기업자금을 빼돌려 국민당 지원에 유용한 일에 대해 당시 이사의 한사람이었던 정 의원의 책임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불법선거운동은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미 언론을 통해 현대중공업 계열사 직원들의 ‘MJ후원회’ 강제가입 의혹 기사가 보도된 바 있고, 현대중공업 노조 또한 회사 차원의 조직적 선거운동 의혹이 있어 증거수집에 나섰다고 밝힌 바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의원의 출마선언에서 이미 대두되고 있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신뢰할만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고문직을 사임하겠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언제든지 경영일선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지배주주의 선거운동을 외면하기는 힘든 일이다. 정 의원은 현대 중공업 및 계열사들을 선거운동에 동원하지 않을 것을 공개 선언하는 것은 물론 이를 방지할 구체적 방안 역시 제시해야 한다.

정 의원은 현대중공업 고문 외에도 대한축구협회 회장, 아산복지재단 이사장, 울산공업학원 이사장, 현대학원 이사장 등 수많은 직함을 갖고 있다. 특히 대한축구협회의 경우, 16개의 시·도에 지방 축구협회를 두고 있고 그 산하에 초등학교, 중고, 대학교, 실업, 프로축구연맹을 두어 그 인력과 규모가 엄청난 조직이고, 그 동안 정 의원이 의회활동을 통해서 보다는 축구를 통해서 자신을 알려오면서 이미 언론을 통해 수 차례 대한축구협회를 정 의원 대선캠프와 연관짓는 의혹이 제기되어 왔고 국민적인 스포츠 행사를 선거운동에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정 의원은 반드시 축구협회 회장직을 사임해야 할 것이다. 이외 아산복지재단 또한 재단 내에 8개 병원을 두고 있는 등 그 인적 규모가 상당하다. 이러한 대규모의 조직과 기관들이 결코 정 의원 개인의 사유물이 아닌 공적인 기관들임에도 충분히 정 의원이 그 직위를 이용하여 인력 동원을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재단과 학원의 이사장직 등 다른 모든 공적인 직함들도 사임해야 마땅하다.

마지막으로 현대중공업 경영진에도 엄정중립을 당부한다. 지난 3월 현대중공업의 주주총회에서 정몽준 고문의 대선출마와 관련하여 회사차원의 지원이 절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약속해달라는 노조측 참여자의 요청에, 박병기 부사장은 단호하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반드시 그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현대중공업의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강신옥 이사는 스스로 정몽준 캠프의 핵심임을 공언한 이상, 정경분리 원칙 및 사외이사로서 독립성과 충돌할 위험을 안고 있다. 강신옥 이사는 현대중공업의 사외이사를 사임해야 한다.

의정감시센터



2357_f0.hwp

2357_f0.hwp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