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흐려요. 서명하실래요?

풍경 : ‘1백만 유권자의 약속’ 서명 현장 스케치

11월 20일. 도시가 온통 회색이에요.

아침부터 날씨가 흐리더니 급기야 빗방울까지 조금씩 떨어져요.

인사동 남인사마당에 또 나갔어요.

물론 ‘1백만 유권자의 약속’ 서명판을 들고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전 11시 30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우리들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이젠 한두 번씩은 보았을 거예요.

날씨 때문에 우리도 마음이 조금은 조급해졌어요.

비가 오면 시민들 서명 받기가 어려워지니까요.

역시 날씨 때문일까요.

우리를 보자마자 모른 척하고 발걸음에 속도를 붙이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그렇다고 힘 빠질 우리겠어요?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죠.

일단, “정책으로 선택하면 정치가 확 바뀝니다!”라는 캠페인 포스터를 길 가운데 서 있는 나무에 정면으로 확 붙였고요, 길바닥에도 몇 장 팍팍 붙였어요.

지나가는 사람들 부담되게요. ^^

그 분들, 아마 고개를 들어도, 고개를 숙여도 그 포스터 안 보고 지나가실 수는 없었을 거예요. ㅎㅎ

무대 체질인 박윤수 간사님이 마이크 들고 한 마디 하셨어요.

“술 자리에서만 정치인들 욕하지 마시고 여기 오셔서 편한 마음으로 서명 한 번 해 주시는 게 정치를 바꾸는 데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그 사이 참여연대 다른 상근자들은 조금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서명참여를 호소했어요.

바삐 지나가시는 시민들에게 따라 붙은 거죠. 졸졸∼

“서명하시고 가세요. 선생님 서명이 정치를 바꿔요. 지역감정 조장하지 말라는 요구부터 해서요….”

계속 따라가면서요. 졸졸∼

그러면서 서명하시는 시민들에게 여쭤 봤어요.

한민정씨는 방년 19세 아가씨인데요, 아직 투표권이 없대요.

-투표하고 싶으세요?

“네.”

-투표권이 있다면 표를 주고 싶은 후보가 있나요?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운동도 함께 하고 있다고 설명드렸어요.

23세인 이지영씨는 투표하실 거래요.

정해둔 후보는 아직 없다고 하세요.

그래서 물었어요.

-어떻게 후보를 선택하실 거예요?

“정책을 보고요.”

왜 아니 기뻤겠어요. ‘바로 그거’라고 하면서 서명판에 적어주시는 이메일 주소로 후보들 정책평가 자료를 보내드리니까 꼭 살펴보시고 투표하시라고 말씀드렸어요.

채애경씨(34)께도 여쭤봤어요.

-오늘까지 이회창 후보를 제외한 노무현, 정몽준, 권영길 후보가 선거자금 공개를 약속했어요. 선거자금 공개 안 한 후보에게 투표하실 거예요?

“당연히 안 하죠.”

단호하게 대답하셨어요.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요.

아참, 이런 일도 있었어요.

커다란 장고를 매고 서명을 하시는 분이 계셨어요.

성함이 강영옥씨랬어요.

-투표할 후보 정하셨어요?

“예.”

-저희는 참여연대에서 나왔는데요, 이 서명은….

그때였어요. 강영옥씨가 조용히 웃으며 말씀하시는 거예요.

“잘 아는데요. 저 참여연대 회원이에요.”

반가웠어요. 그래서 또 여쭤봤죠.

-풍물 배우시나봐요?

“예, 참여연대 회원 풍물패 ‘막사발’에서요.”

이번엔 민망했어요. 이런 열성회원을 못 알아 봤잖아요.

근데 더 민망했던 건요. 서명을 마치시곤 상근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곳으로 가시더니 피켓 하나를 들고 상근자들 사이로 쏙 들어가시는 거예요.

알고 봤더니 오늘 서명작업에 같이 참여해 주신 자원활동가 신대영씨와 부부사이였던 거 있죠.

참여연대 집회가 있을 때마다 챙겨 나오시는 그 신대영씨요.

참 멋진 부부였어요.

한 시간이 지나고 오늘 일정도 마쳤어요.

참 추운 날씨였어요.

다들 손을 호호 불었고요.

날씨는 여전히 흐렸어요.

근데요.

돌아가는 우리 맘은 맑았어요.

이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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