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4-01-14   1035

[특별기고/손호철 서강대 교수] Again 2000!!

최소주의적인 최대연합을 기본으로 높은 수준의 운동 결합시켜야

“Again 1966″. 2002년 월드컵 당시 이탈리아전에서 1966년 런던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깬 북한의 신화를 빗대어 붉은 악마가 들고 나온 구호이다. 이처럼 지난해의 화두가 ”Again 1966″이었다면, 올해의 화두는 단연 “Again 2000″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2000년은 2000년 총선을 강타했던 낙선운동을 의미한다.

그렇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시민사회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차떼기로 상징되는 정치권의 부패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민중진영은 아니지만 최소한 시민운동의 경우 거대한 연대체를 통해 단일전선을 구성했던 2000년과 달리, 시민운동내부에서도 운동방식을 놓고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참여연대의 경우 2000년과 마찬가지로 부패인사들을 중심으로 낙선운동을 벌리기로 하고 연대체 구성을 제의했다. 한편 일부 시민운동가들은 물갈이연대라는 이름아래 지지후보를 선정, 발표하는 지지운동을 벌리겠다고 밝히고 있고 여성단체들도 여성후보 지지운동을 선언했다. 다른 운동가들은 직접 후보로 나서는 직접참여전술을 구사할 전망이다. 또 민중진영의 경우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반민중후보에 대한 낙선운동과 민주노동당을 통한 직접참여내지 진보후보 지지운동 등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분화는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한국의 시민사회와 사회운동의 현실을 생각할 때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일이다. 즉, 이제 우리의 시민사회와 사회운동은 단일한 연대체하에서 단일한 선거전술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에는 너무 분화되고 다양화되었다. 다만 문제는 다양한 운동들을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건설적으로 조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생각할 수 있는 기본틀은 일종의 최소주의적인 최대연합을 기본축으로 해서 그 위에 보다 강도 높은 운동들을 중층적으로 결합시키는 것이다.

참여연대가 제안하고 있는 낙선운동은 2000년 낙선운동과 마찬가지로 광범위한 지지(최대연합)를 얻을 수 있는 부정부패 등을 중심으로 정치권의 물갈이를 이끌어내자는 최소주의적 운동이다. 이 위에 반부패연합에 참여하는 조직들이 부문과 계급적 관점을 반영해, 노동운동은 반노동후보, 평화운동은 반평화후보, 환경운동은 반환경후보, 교육운동은 반교육후보, 인권운동은 반인권후보 등을 선정해 독자적으로 보다 높은 수준에서의 낙선운동을 벌리는 한편 이 모두와 관련이 있는 반신자유주의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물갈이연대식의 당선운동도 대안적인 높은 수준의 운동이다. 그러나 이 운동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있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우선 이 운동은 지역구 (가)는 A당 아무개후보, (나)는 B당 아무개후보라는 식으로 후보중심으로 지지후보를 선정하기 때문에 정당의 중요성이 사장되고 탈정당화추세를 부추기는 부작용이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지후보의 선출기준인데, 이는 기술적 문제나 공정성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철학과 이념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훨씬 개혁적이지만 당선가능성이 낮은 민주노동당후보와 상대적으로 덜 개혁적이지만 당선가능성이 높은 열린 우리당 후보가 있을 때 누구를 지지후보로 선정할 것이냐는 문제에 부딪친다.

따라서 이는 결국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보수정치인에 대한) 비판적 지지론과 (진보적인) 독자후보론간의 뿌리 깊은 논쟁을 지지운동 내에 재현시킬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장 높은 수준에서는, ‘중립적인’ 시민운동을 표방하며 개별 후보에 대한 지지운동을 하기 보다는 민주노총처럼 확실하게 당파성을 선언하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낫다.

어쨌든, 이제 “Again 2000″이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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